우리나라는 더 이상 인구가 늘지 않는 ‘인구 절벽’에 다가서고 있으나, 세계 인구는 10여 년마다 10억 명씩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문제는 기후 변화가 가속화하는 가운데 이렇게 늘어나는 인구를 먹여 살릴 식량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이런 상황에서 전 세계 전문가들은 인류와 가축의 식량 공급을 위협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 콜드 스프링 하버 연구소(CSHL) 연구팀은 그 해결책으로 차세대 농업혁명을 이룩할 수 있는 기존의 지식과 도구를 새롭게 환기시켰다.
하워드 휴즈 의학연구소 연구원이기도 한 자크 리프먼(Zach Lippman) CSHL 교수는 최근 이스라엘 와이즈만 연구소 식물 발달 전문가인 유발 에쉐드(Yuval Eshed) 박사와 팀을 이뤄 식물 과학과 농업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상황을 요약해 발표했다.
50년간의 농업혁명 사례 분석
이들은 과학저널 ‘사이언스’(Science)에 게재된 리뷰(Revolutions in agriculture chart a course for targeted breeding of old and new crops, 9월 5일)에서 지난 50년간의 생물학적 연구 사례를 인용해 과거 농업혁명의 불을 지핀 주요 유전적 돌연변이와 변형 결과를 부각시켰다.
여기에는 식물의 개화 신호를 조절해 수확량을 조정하고, 더 많은 비료와 다른 기후 상황도 견딜 수 있는 식물을 만들어내는 한편, 성장을 향상시키고 질병에 저항성을 보이는 하이브리드 종자 도입 등이 포함돼 있다.
이 같은 유익한 변화는 처음에는 우연히 발견되었으나, 현대의 유전체학을 통해 대부분의 이런 변화가 두 가지 핵심적인 호르몬 시스템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나는 개화를 조절하는 플로리겐(Florigen)이며, 다른 하나는 식물 줄기 높이에 영향을 미치는 지베렐린(Gibberrellin)이 그것이다.
연구팀은 현대에 이르러 유전자 편집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수행할 수 있기 때문에 다음의 농업혁명을 위해 예전처럼 우연한 발견을 기다릴 필요가 없다고 제안했다.
그 대신, 이런 핵심 시스템에 다양한 종류의 작물을 도입함으로써 오늘날 마주하는 많은 도전들을 극복할 수 있는 준비를 할 수 있다고 밝혔다.

식물 키 줄이기와 개화력 혁명
연구팀은 요점을 명확히 설명하기 위해 녹색 혁명(Green Revolution)과 같은 농업사의 주요 순간들에 중점을 둔 연구들을 검토했다.
1960년대 이전에는 밀 수확량을 늘리기 위해 비료를 많이 준 결과 밀의 키가 너무 웃자라는 결과를 초래했다. 또 낟알이 커져서 무거워지자 줄기가 꺾이고 썩어버려서 오히려 수확량이 줄어들었다.
노벨상을 수상한 미국의 농학자 노먼 볼로그(Norman Borlaug) 박사가 지베렐린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는 돌연변이를 연구하기 시작한 다음에서야 밀은 오늘날과 같은 키가 좀더 작고 신뢰할 수 있는 작물이 되었다.
볼로그의 작물 왜소화 연구는 쌀에도 적용돼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폭풍우가 불면 벼가 쓰러져 재앙을 가져오는 상황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이와 같이 똑같은 기술을 재적용 할 수 있다는 것은 핵심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음을 암시했다.
연구팀이 언급한 더욱 최근의 사례로는 중국의 면화 작물에 가해진 변화를 들 수 있다. 중국 재배자들은 정상적으로 번식하는 남부의 농장 식물을 중국 북부 기후에 맞춰 좀 더 작고 빨리 개화하는 품종으로 바꿨다.
그렇게 하기 위해 개화를 촉진하는 플로리겐과 그 반대 기능을 하는 안티플로리겐에 영향을 미치는 돌연변이를 이용했다.
이런 종류의 변화는 리프먼 교수의 작업과 관련이 있다. 종종 토마토를 대상으로 연구 작업을 하는 그는 토마토의 안티플로리겐 돌연변이가 지중해 포도 작물을 오늘날 전 세계 농장에서 재배하는 알이 큰 포도로 변형시킨 촉매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놀랍게도 면화는 어떤 토마토와도 다르다고 한다. 그는 “이들은 식물 계통 발생 측면에서 진화적으로 매우 다르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물로서 잎과 꽃을 생성하는 것은 동일하고 이 핵심 프로그램이 깊숙이 보존돼 있다”고 말했다.

농업혁명의 미세 조정
리뷰에서 상술하는 바와 같이 이는 무엇이 농업혁명을 가져다주는지를 정의하고 있다. 지레렐린이나 플로리겐 모두 핵심 시스템으로서 돌연변이에 의해 영향을 받아 어떤 유용한 특성을 표출한다. 그리고 이런 특성을 나타내는 식물들은 우연히 발견된다.
그런 다음 수 년 간의 인고의 양육 기간을 거쳐 지속 가능하고 적합한 농업 시스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돌연변이 강도가 조절된다. 이는 마치 악기가 완벽한 음을 낼 수 있을 때까지 조율하는 것과 같다.
리프먼과 에쉐드 박사는 CRISPR 유전자 편집이 이런 조율 과정을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들은 유전자 편집을 최고도로 응용하는 것은 기존의 혁명적인 돌연변이를 조절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돌연변이를 식별하거나 도입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리프먼 교수는 “과거의 조정이 두 가지 핵심 시스템을 중심으로 한 유전적 변이를 창출했다면, 우리는 이 시스템 안에서 더 많은 다양성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라며, “이는 조정에 필요한 노력의 양을 줄이고, 작물 생산성을 더욱 높이거나 새로운 조건에 작물을 더 빨리 적응시키는 놀라운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전적 다양성 창출로 농업 혜택 늘려야
더 많은 유전적 다양성은 또한 새로운 농업혁명의 무대를 만들 수 있다. 대부분의 농업혁명을 정의한 이 두 가지 핵심 시스템에 유전자 변이를 도입함으로써 작농가들은 우연히 우수한 품종이 돌연변이로 탄생하기를 기다리는 게임을 건너뛸 수 있다.
리프먼 교수는 “우리에게는 가뭄 환경과 같은 한계 지대에서 적응 생존력을 향상시키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더 많은 유전자 다양성을 창출할 수 있는 여지가 아직도 많다”고 말했다.
가뭄에 대한 저항성은 현재로선 효용성이 낮은 작물들에서 볼 수 있는 이점의 하나다. 과거의 농업혁명은 결실을 더 많게 하거나 완전히 새로운 지역에서도 자랄 수 있게 했다.
이런 혁명이 더 많은 작물에서 더욱 빈도 높게 지속되도록 할 수 있는 수단을 갖는 것은 붐비고 굶주리며 도시화된 세계에 이익을 가져다줄 것이다.
연구팀은 “과거에 플로리겐/안티플로리겐과 지베렐린/델라(DELLA)의 드문 돌연변이가 다양한 혁명을 일으켰던 것을 감안할 때, 이 두 가지 호르몬 시스템에서 새로운 다양성을 창출하면 더욱 큰 농업적 이익을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고 결론 맺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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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9-2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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