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장기를 3D프린터로 찍어내서 사고팔 수 있게 된다면 경제적 능력에 따라 죽고 사는 것이 나뉠 수도 있을 텐데 그런 것에 대한 윤리적 문제는 없나요? 먼 미래에 인간의 장기를 모두 3D프린터로 만들게 되면 3D바이오프린팅으로 인공생명체를 만드는 것도 가능할까요?”
이처럼 3D바이오프린팅과 관련된 날카로운 질문이 오고 가는 곳은 바로 서울시립과학관 메이커 스튜디오. 이곳에서는 중‧고등학생들은 물론 일반인들까지 과학에 쉽고 친근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마련된 토요과학강연회가 열리고 있었다.
토요과학강연회, 과학을 쉽고 친근하게
지난 17일에는 ‘새로운 의료기술의 미래 : 바이오프린팅’에 관한 강연이 진행됐다. 특히 이번 강연회 주제가 단순 시제품 출력뿐 아니라 이식용 연골, 뼈, 피부처럼 비교적 단순한 인체조직과 인공위성의 부품까지 출력할 수 있는 3D프린터 이야기라 학생들의 많은 관심을 모았다.
이날 진송완 한국산업기술대학교 기계공학과 교수는 3D프린터 원리부터 설명했다. 3D프린터란 3차원 물체를 기존의 절삭가공 방식이 아닌, 적층하는 방식으로 실물 제품을 찍어내는 프린터로, 복잡한 모형의 형상을 구현하는 데 한계가 거의 없어 다품종 소량 생산에 적합하다.
계속해서 바이오메디컬 분야에서 응용되고 있는 3D프린팅 기술에 대한 소개가 이어졌다. 진 교수는 “현재는 3D바이오프린팅 기술이 수술 시뮬레이션을 위한 환자 또는 인체 모형 제작과 보청기를 비롯해 의족, 의수, 틀니 등 부착형 의료기기 제작에 많이 활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음은 인공관절, 골절합용판, 두개골 성형재료, 인공안면아래턱뼈 등과 같은 삽입형 의료기기다. 진 교수는 “얼굴뼈에 생긴 종양 때문에 광대뼈 일부를 떼어낸 환자는 얼굴 한쪽이 움푹 꺼져있고 좌우가 비대칭으로 변해 있었는데 3D 프린터로 만든 인공 광대뼈를 이식해 환자의 얼굴을 원래 모양으로 회복시켰다”고 사례를 소개했다.
이처럼 3D바이오프린팅의 가장 큰 장점은 바로 환자 맞춤형 제작으로 정교한 시술이 가능하다는 것. 진 교수는 “뼈에서 종양이 발견된 개의 다리를 절단하지 않고, 그 부위만 3D프린터 맞춤형으로 인공뼈를 만들어서 이식하기도 했다”며 “인공뼈와 같은 인공지지체는 몸 안에서 서서히 녹아 없어지는 생분해성 재료를 사용하기 때문에 2~3년쯤 후에는 인공지지체가 주변 조직으로 대체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3D바이오프린팅, 환자 맞춤형에 탁월
이뿐만 아니라 동물실험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조직유사체를 만드는 것도 3D바이오프린팅 기술로 가능하다. 진 교수는 “전 세계적으로 1년에 약 1억 마리의 동물들이 동물실험에 사용되고 있다”며 “화장품과 같은 화학물질에 대한 안전성 실험에도 많은 동물이 희생되고 있어 유럽연합은 2013년에, 우리나라는 지난해 3월에 모든 화장품 원료에 대한 동물실험을 금지했기 때문에 이를 대체할 조직유사체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진 교수는 “미국 FDA 발표에 따르면 동물실험을 통과한 약물 중 92%가 인체 대상의 임상시험을 통과하지 못하고 있다”며 “이는 근본적으로 인간과 동물의 차이로 인한 것이기 때문에 인체 조직이나 장기와 유사한 대체 실험물이 필요한데 그것을 3D바이오프린팅을 통해 만들어 사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강연에서 학생들이 가장 큰 관심을 보였던 3D바이오프린팅 기술은 바로 인공장기 개발이었다. 이는 살아있는 세포를 원하는 형상 또는 패턴으로 적층하여 인체조직이나 장기를 제작하는 것으로, 주로 바이오잉크가 사용된다.
3D프린팅 인공장기 이식, 언제쯤 될까
진 교수는 “바이오잉크는 3D바이오프린팅에 있어서 꼭 필요한 핵심으로, 환자의 면역체계가 외부물질로 인식하지 않도록 하는 세포적합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환자에게서 얻은 세포를 배양해서 바이오잉크를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특정 조직의 세포외기질을 원료로 한 바이오잉크는 각 조직의 특이적 성장인자와 성분들을 함유하고 있어 조직재생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다”며 “간, 심근, 지방 등 다양한 조직들을 개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3D바이오프린팅 기술로 장기를 만들기 위해서는 조직에 영양소를 공급하는 복잡한 혈관부터 만들어낼 수 있어야 하는데 최근에 관련 연구에 진전이 많다며 진 교수는 “이렇게 연구가 계속되다 보면 머지않은 미래에 3D프린터로 인공장기를 만들어 사람에게 이식하는 공상과학 영화와 같은 이야기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강연 후에는 “개인에게서 추출된 세포로 만들어진 바이오잉크의 법적 권한은 누구에게 있는가”라는 생명윤리적인 문제부터 “3D바이오프린팅 관련 직업을 가지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가”라는 진로탐색 문제까지 다양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한편 생활 속 과학문화의 영역을 넓히고 새로운 과학이슈들을 접할 수 있는 토요과학강연회는 △인간 유전자의 아이디와 패스워드에 대한 탐색 연구 △인류의 진보를 이끄는 수학의 무한 능력 △디지털 인문학과 데이터 과학 △소리 없는 살인자, 미세먼지 등 다양한 주제로 매월 2회씩, 11월까지 진행된다. 자세한 일정과 참여 방법은 사이언스 릴레이 페어(2019science.kr) 사이트에서 확인 가능하다.
- 김순강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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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8-1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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