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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9-07-04

빙하기 전 지구는 어떻게 냉각됐나 풍화작용 대신 지표 ‘반응성’ 증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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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는 긴 역사 속에서 종종 오랜 기간 동안 냉각되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250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시작되기 전에 지구 기온은 이미 1000만 년 이상 동안 내려가 있었다. 그 당시 북반구는 거대한 얼음덩어리와 빙하로 덮여 있는 상태였다.

지난 20년 이래 학계에서 통용됐던 지구과학적 패러다임은 이런 냉각 현상을 안데스산맥과 히말라야산맥 및 알프스산맥과 같은 거대한 산맥 형성과 관련지어 설명한다. 이런 산맥들이 만들어지면서 더 많은 암석 풍화작용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풍화작용이란 지표에 노출된 암석들이 부서져 흙으로 변하는 과정으로, 화학적 풍화작용은 빗물 등과 같이 이산화탄소와 산소 등이 녹아있는 물과 암석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난다.

즉, 이 풍화작용에 따라 대기로부터 더 많은 이산화탄소(CO2)가 제거됨으로써 ‘온실효과’가 줄어들고 대기가 냉각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과 함께 다른 과정들이 결합해 결국 ‘빙하시대(ice Age)’로 이어졌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와 미국 스탠포드대 및 독일 GFZ 지구과학연구센터 과학자들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3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패러다임 이론이 유지될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상 기간 동안의 풍화작용은 증가하지 않고 일정했으며, 대신 지표면의 ‘반응성(reactivity)’이 증가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감소시켰고, 이에 따라 지구가 냉각됐다는 주장이다.

연구팀은 큰 산맥들이 형성돼 더 많은 풍화작용이 일어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줄어들게 됨으로써 지구가 냉각되게 됐다는 기존 이론을 반박했다. 사진은 스위스 서부 알프스의 체르마트 지역.  CREDIT: F. von Blanckenburg
연구팀은 큰 산맥들이 형성돼 더 많은 풍화작용이 일어나 대기 중 이산화탄소가 줄어들게 됨으로써 지구가 냉각되게 됐다는 기존 이론을 반박했다. 사진은 스위스 서부 알프스의 체르마트 지역. ⓒ F. von Blanckenburg

동위원소 분석 연구 후 두 번째 연구로 확인

암석 풍화작용과 함께 특히 탄산(carbonic acid)과 관련된 화학적 풍화작용은 수십억 년 동안 지구 기온을 조절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산은 이산화탄소가 빗물에 용해될 때 생겨난다. 따라서 풍화작용은 지구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게 되고, 그 정도는 정확하게 화산 가스가 대기에 이산화탄소를 공급하는 양에 따른다.

지금까지 알려져 있던 패러다임은 지난 1500만 년 동안 커다란 산맥들이 형성되면서 침식과정이 증가했고, 이와 함께 이산화탄소가 결합된 암석 풍화작용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양 퇴적물의 지구화학적 측정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율이 이 단계에서 크게 감소했다는 것을 나타내 준다.

이에 대해 GFZ 독일 지구과학연구센터 프리드헬름 폰 블랑켄부르크(Friedhelm von Blanckenburg) 박사(프라이어대 지표 지구화학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설은 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대기가 실제로 침식에 의한 풍화작용이 일어나는 양만큼의 이산화탄소를 잃어버린다면 100만 년도 채 안 돼 이산화탄소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모든 물은 얼어붙고 생명체는 생존하기가 힘들었을 텐데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지표의 반응성. 토양에 장석이나 운모와 같은 비풍화 광물 입자가 더욱 많이 존재하면 이미 많은 이산화탄소를 함유한 심하게 풍화된 암석들과 같이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와도 광범위하게 반응할 수 있다.  CREDIT: CC-BY 4.0: F. von Blanckenburg, GFZ
지표의 반응성. 토양에 장석이나 운모와 같은 비풍화 광물 입자가 더욱 많이 존재하면 이미 많은 이산화탄소를 함유한 심하게 풍화된 암석들과 같이 적은 양의 이산화탄소와도 광범위하게 반응할 수 있다. ⓒ CC-BY 4.0: F. von Blanckenburg, GFZ

이 같은 의문이 정당하다는 주장은 폰 블랑켄부르크 교수와 동료인 제인 윌렌브링(Jane Willenbring) 미국 샌디에이고대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부교수가 2010년 ‘네이처’에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다.

폰 블랑켄부르크 교수는 “우리는 지구 대기의 우주 방사선이 생성한 희귀 동위원소인 베릴륨-10과 해양 퇴적물에 있는 안정된 동위원소인 베릴륨-9에 대한 베릴륨-10의 비율을 측정한 결과 지표의 풍화작용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구 표면 더 많은 ‘반응성’을 보여

이번에 발표한 논문에서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제레미 케이브스-러겐스타인(Jeremy Caves-Rugenstein) 박사와 스탠포드대 대니얼 이바라(Daniel Ibarra) 박사 및 폰 블랑켄부르크 교수는 추가적으로 풍화 과정의 지표로서 해양 퇴적물에 있는 리튬의 안정 동위원소 자료를 사용했다.

이들은 지속적인 암석 풍화작용 속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이 실제로 어떻게 줄어드는가를 알고자 했다. 이를 위해 수집한 데이터를 지구 탄소순환 컴퓨터 모델에 입력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풍화에 반응하는 지구 표면의 퍼텐셜은 증가했으나 풍화 속도는 그렇지 않았다.

칠레 해안 산맥에서 풍화작용으로 형성된 토양. 토양은 이미 심하게 풍화된 상태지만 화강암 암석들이  CREDIT: F. von Blanckenburg, GFZ
칠레 해안 산맥에서 풍화작용으로 형성된 토양. ⓒ F. von Blanckenburg, GFZ

연구팀은 이 풍화의 퍼텐셜을 지구 표면의 ‘반응성(reactivity)’이라고 이름 붙였다. 폰 블랑켄부르크 교수는 “반응성은 화합물이나 원소가 얼마나 쉽게 반응을 보이는지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더 많은 풍화되지 않은 암석이 있고 따라서 더 많은 반응성 암석들이 존재한다면 이 암석들은 이미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함유한 심하게 풍화된 암석들과 같이, 작은 양의 이산화탄소와도 화학적으로 광범위하게 반응할 수 있다.

따라서 냉각을 일으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감소 현상은 풍화 속도가 증가되지 않아도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폰 블랑켄부르크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질학적 과정은 지표를 젊어지게 하고 더욱 ‘반응적’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반드시 큰 산맥들이 형성될 필요는 없으며, 유사하게 지질 구조상의 균열이나 소규모의 침식 증가 혹은 다른 유형의 암석 노출은 풍화 퍼텐셜을 지닌 더 많은 물질들을 지표로 노출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팀의 새로운 가설은 마지막 빙하기 이전의 지구 냉각과 관련해 지질학적 재고의 필요성을 촉발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9-07-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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