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는 긴 역사 속에서 종종 오랜 기간 동안 냉각되곤 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약 250만 년 전 마지막 빙하기가 시작되기 전에 지구 기온은 이미 1000만 년 이상 동안 내려가 있었다. 그 당시 북반구는 거대한 얼음덩어리와 빙하로 덮여 있는 상태였다.
지난 20년 이래 학계에서 통용됐던 지구과학적 패러다임은 이런 냉각 현상을 안데스산맥과 히말라야산맥 및 알프스산맥과 같은 거대한 산맥 형성과 관련지어 설명한다. 이런 산맥들이 만들어지면서 더 많은 암석 풍화작용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풍화작용이란 지표에 노출된 암석들이 부서져 흙으로 변하는 과정으로, 화학적 풍화작용은 빗물 등과 같이 이산화탄소와 산소 등이 녹아있는 물과 암석의 상호작용으로 일어난다.
즉, 이 풍화작용에 따라 대기로부터 더 많은 이산화탄소(CO2)가 제거됨으로써 ‘온실효과’가 줄어들고 대기가 냉각된다는 것이다. 이 과정과 함께 다른 과정들이 결합해 결국 ‘빙하시대(ice Age)’로 이어졌다는 이론이다.
그러나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와 미국 스탠포드대 및 독일 GFZ 지구과학연구센터 과학자들은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3일 자에 발표한 논문에서 이 패러다임 이론이 유지될 수 없다고 밝혔다.
연구팀에 따르면 대상 기간 동안의 풍화작용은 증가하지 않고 일정했으며, 대신 지표면의 ‘반응성(reactivity)’이 증가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감소시켰고, 이에 따라 지구가 냉각됐다는 주장이다.

동위원소 분석 연구 후 두 번째 연구로 확인
암석 풍화작용과 함께 특히 탄산(carbonic acid)과 관련된 화학적 풍화작용은 수십억 년 동안 지구 기온을 조절해 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탄산은 이산화탄소가 빗물에 용해될 때 생겨난다. 따라서 풍화작용은 지구 대기로부터 이산화탄소를 제거하게 되고, 그 정도는 정확하게 화산 가스가 대기에 이산화탄소를 공급하는 양에 따른다.
지금까지 알려져 있던 패러다임은 지난 1500만 년 동안 커다란 산맥들이 형성되면서 침식과정이 증가했고, 이와 함께 이산화탄소가 결합된 암석 풍화작용도 증가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해양 퇴적물의 지구화학적 측정치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비율이 이 단계에서 크게 감소했다는 것을 나타내 준다.
이에 대해 GFZ 독일 지구과학연구센터 프리드헬름 폰 블랑켄부르크(Friedhelm von Blanckenburg) 박사(프라이어대 지표 지구화학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가설은 큰 문제점을 내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만약 대기가 실제로 침식에 의한 풍화작용이 일어나는 양만큼의 이산화탄소를 잃어버린다면 100만 년도 채 안 돼 이산화탄소는 거의 남아있지 않았을 것”이라며, “그럴 경우 모든 물은 얼어붙고 생명체는 생존하기가 힘들었을 텐데 실제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의문이 정당하다는 주장은 폰 블랑켄부르크 교수와 동료인 제인 윌렌브링(Jane Willenbring) 미국 샌디에이고대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부교수가 2010년 ‘네이처’에 논문으로 발표한 바 있다.
폰 블랑켄부르크 교수는 “우리는 지구 대기의 우주 방사선이 생성한 희귀 동위원소인 베릴륨-10과 해양 퇴적물에 있는 안정된 동위원소인 베릴륨-9에 대한 베릴륨-10의 비율을 측정한 결과 지표의 풍화작용은 전혀 증가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지구 표면 더 많은 ‘반응성’을 보여
이번에 발표한 논문에서 스위스 취리히 연방공대 제레미 케이브스-러겐스타인(Jeremy Caves-Rugenstein) 박사와 스탠포드대 대니얼 이바라(Daniel Ibarra) 박사 및 폰 블랑켄부르크 교수는 추가적으로 풍화 과정의 지표로서 해양 퇴적물에 있는 리튬의 안정 동위원소 자료를 사용했다.
이들은 지속적인 암석 풍화작용 속에서 대기 중 이산화탄소 양이 실제로 어떻게 줄어드는가를 알고자 했다. 이를 위해 수집한 데이터를 지구 탄소순환 컴퓨터 모델에 입력해 분석했다. 분석 결과 풍화에 반응하는 지구 표면의 퍼텐셜은 증가했으나 풍화 속도는 그렇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풍화의 퍼텐셜을 지구 표면의 ‘반응성(reactivity)’이라고 이름 붙였다. 폰 블랑켄부르크 교수는 “반응성은 화합물이나 원소가 얼마나 쉽게 반응을 보이는지를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더 많은 풍화되지 않은 암석이 있고 따라서 더 많은 반응성 암석들이 존재한다면 이 암석들은 이미 많은 양의 이산화탄소를 함유한 심하게 풍화된 암석들과 같이, 작은 양의 이산화탄소와도 화학적으로 광범위하게 반응할 수 있다.
따라서 냉각을 일으키는 대기 중 이산화탄소 감소 현상은 풍화 속도가 증가되지 않아도 설명될 수 있다는 것이다.
폰 블랑켄부르크 교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질학적 과정은 지표를 젊어지게 하고 더욱 ‘반응적’으로 만들기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여기에 반드시 큰 산맥들이 형성될 필요는 없으며, 유사하게 지질 구조상의 균열이나 소규모의 침식 증가 혹은 다른 유형의 암석 노출은 풍화 퍼텐셜을 지닌 더 많은 물질들을 지표로 노출시킬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연구팀의 새로운 가설은 마지막 빙하기 이전의 지구 냉각과 관련해 지질학적 재고의 필요성을 촉발시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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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7-0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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