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이 지구상에서 주도권을 쥐게 된 것은 큰 두뇌와 직립보행 때문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뇌 용량이 침팬지 정도 되는 고인류도 도구를 썼던 것으로 밝혀져, 두뇌 크기보다는 직립보행을 ‘인간다움’의 우선 조건으로 보는 의견이 우세하다.
실제 ‘두 발 걷기’로 인해 두 손이 자유롭게 된 인류는 손으로 도구를 만들고, 불을 피우게 되었으며, 문화를 형성하고 나아가 문명을 일궈 냈다.
그러면 인간은 어떤 계기에 의해 두 발로 걷게 되었을까?
학자들은 인류와 유인원의 공통 조상이 삼림이 많은 서아프리카에서는 침팬지와 고릴라 등의 유인원으로 진화했고, 삼림과 초원지대가 함께 있는 동아프리카에서는 나무와 평지에서 모두 활동할 수 있는 직립보행 유인원이 진화해 인류가 되었다고 보고 있다.
그런데 이렇게 삼림이 초원으로 변하게 된 원인은 장기적인 기후변화 등 여러 원인을 상정할 수 있으나, 초신성 폭발이 한 원인일 것이라는 흥미로운 연구가 나왔다.
초신성 폭발로 인한 우주선이 지구 내습
미국 캔자스대 물리 천문학 연구팀은 ‘지질학 저널’(Journal of Geology) 최근호에, 초신성 폭발로 인해 800만 년 전부터 지구에 우주 에너지가 대량으로 쏟아지기 시작해 260만 년 전 절정을 이뤘으며, 이로 인해 낮은 대기층에 전자 눈사태가 발생해 지상에 벼락 등이 빈발하면서 삼림이 불타고, 이런 연쇄적인 사건들이 이어지면서 호모 하빌리스(homo habilis) 같은 두 발로 걷는 인류가 나타나게 되었다는 요지의 논문을 발표했다.
호모 하빌리스는 ‘손재주가 있는 사람’ 혹은 ‘손을 사용하는 사람’이라는 뜻이다.
저자들은 우주선의 대량 유입에 따른 대기 이온화가 엄청난 낙뢰를 유발해 지구 곳곳의 삼림에서 대규모 화재를 일으켰을 것으로 믿고 있다.
이 같은 대화재가 동북 아프리카에서 삼림이 불탄 뒤 생겨난 사바나(대초원)에 적응할 수 있도록, 호모 사피엔스 조상들의 ‘두 발 걷기(bipedalism)’를 발달시킨 한 원인일 수 있다는 것이다.
논문 저자인 애드리안 멜롯(Adrian Melott) 미국 캔자스대 물리 천문학 명예교수는 “이 사건 이전에도 호미닌에게 이미 두 다리로 걷는 경향이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며, “그러나 주로 나무를 오르내리는데 적합했었고, 삼림이 사바나로 바뀐 뒤 이 나무에서 초지 건너편에 있는 저 나무로 옮겨가기 위해 자주 걸어 다니면서 직립 보행이 더욱 잘 되게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멜롯 교수는 “그들은 서서 풀 위로 머리 들어 포식자들을 관찰했고, 환경이 사바나로 전환되면서 직립 보행은 인류 조상들에게 더욱 지배적인 모습이 되었으리라 생각된다”고 말했다.
해저의 철 퇴적물에서 화재 흔적 발견
천문학자들은 세계 해저층을 감싸고 있는 철-60 퇴적물에서 명료하게 나타나는 지층을 토대로, 플라이오세(533만~180만년 전)로부터 그 이후 빙하기로 옮겨가는 시기에 지구에서 100~50파섹(163광년, 1파섹=3.259광년) 떨어진 매우 가까운 초신성이 폭발했다고 믿고 있다.
멜롯 교수는 “우리는 철-60 침전물이 가리키는 것과 같은 거리의 초신성에서 나온 우주선의 지구 대기 이온화를 계산했다”고 말하고, “일련의 유사 별들 가운데 지구와 가장 가까웠던 것으로 보이는 이 초신성의 우주선으로 인해 낮은 대기층의 이온화가 50배나 증가했다”고 밝혔다.
멜롯 교수에 따르면 보통 우주선은 멀리 뚫고 나가지 못하기 때문에 낮은 대기층까지 이온화되기가 어렵다. 그러나 초신성으로부터 큰 에너지를 얻은 우주선은 곧바로 지표면까지 쏟아져내려 대기 중에 수많은 전자들이 떨어져 나오게 된다는 것.
멜롯 교수와 공저자인 워시번대 브라이언 토머스(Brian Thomas) 박사는 저층 대기의 이온화는 전자를 풍부하게 만들어 번개가 칠 수 있는 더 많은 통로를 만든다고 말했다.
우주선에 의한 대기 이온화로 번개 전압 형성
고에너지 우주선이 대기에 있는 원자와 분자를 때리면 전자가 떨어져 나와 느슨하게 돌아다니게 된다. 보통 번개가 형성되는 과정에서는 구름과 구름 사이에 혹은 구름과 땅 사이에 전압이 형성되지만 전류를 운반하기에 충분한 전자가 없기 때문에 전류가 흐를 수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전자가 움직이기 전에 고전압을 만들어야 하고, 전자가 일단 움직이면 원자에서 더 많은 전자를 빠져나오게 해 번개가 칠 수 있는 전압이 만들어진다. 그런데 이온화로 인해 이 과정이 훨씬 쉽게 시작될 수 있어 더 많은 번개 전압이 만들어진다는 게 멜롯 교수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이 번개 스파이크가 세계 곳곳에서 산불을 일으켰을 가능성은 우주선이 쏟아져 내렸던 시기의 토양 탄소 퇴적물에서 증거를 발견할 수 있다고 밝혔다.
멜롯 교수는 “관찰 결과 세계 곳곳에서 수백만 년 전에 형성된 숯과 그을음이 많이 발견된다”며, “기후대가 다른 세계 모든 곳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는데 그동안 아무도 그에 대한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멜롯 교수는 그러나 향후 백만 년 동안 초신성 폭발을 일으킬 별이 지구에서 652광년 떨어진 오리온자리의 베켈게우스 하나밖에 없어 그런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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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9-05-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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