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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9-03-06

‘아이 스트레스’ 어떻게 극복할까 난초 키우는 것처럼 세심하게 보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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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스 보이스(Thomas Boyce) 박사는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 대학의 명예교수다.

5일 미국 공영 라디오방송인 ‘npr’에 따르면 소아과학 및 심리학 교수였던 그는 특히 스트레스에 관심을 갖고 두 부류의 아이를 대상으로 지난 40년 간 연구를 진행해왔다.

한 부류는 주변 환경이 바뀌어도 전혀 동요하지 않는 아이들이고, 또 다른 부류는 주변 환경 변화에 지나칠 만큼 과도하게 민감한 아이들이었다. 그는 이 두 부류의 아이들을 민들레(dandelions)와 난초(orchids)에 비유했다.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한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 규칙적인 일상생활과 함께 두려움을 없앨  ⓒWikipedia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한 아이들을 양육하기 위해 규칙적인 일상생활과 함께 아이들 마음 속의 두려움을 사라지게 하는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Wikipedia

두 유형의 스트레스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 

연구 결과에 따르면 대다수 아이들은 다양한 스트레스에 탄력 있게 대응하고 있었다.

그러나 외부 스트레스에 극히 둔감한 아이들이 있었다. 박사는 이런 아이들을 ‘민들레 아이들(dandelion children)’이라 불렀다.

그가 치료를 하고 있던 아이들은 ‘난초 아이들(orchid children)’이었다. 이 아이들은 주변 환경에 너무 민감해 스트레스를 극복하는데 애를 먹고 있었다. 그동안의 진료 결과에 비추어 박사는 이 아이들이 난초와 비슷하다고 판단했다.

박사가 말하는 난초, 특히 서양란은 색상과 모양, 크기가 매우 다양하지만 공통적으로 주변 환경에 매우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키우기 힘든 꽃이다. 규칙적으로 물과 햇볕 관리를 해주어야 하고, 통풍과 습도 관리에도 세심한 신경을 기울여야 한다.

보이스 박사는 “같은 부모와 형제‧자매 속에 태어났다 하더라도 성(性)과 형제‧자매간의 서열, 그리고 유전자 염기서열의 차이에 따라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도가 현격하게 다르게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민들레 아이들’과 ‘난초 아이들’처럼 극단적인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는데 이런 아이들이 태어날 경우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에 지나치게 민감한 아이들을 키우기 위해 난초를 키우듯이 아이들의 환경을 조성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규칙적인 삶이다. “아이의 정상적인 삶을 위해 정기적인 의식을 거행하듯이 매일, 혹은 매주, 같은 장소에서 같은 시간에 같은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고, 산보를 하며, 목욕을 하는 등 규칙적인 삶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산보를 할 경우 앞으로 나아가라고 아이들을 밀치거나 독촉하는 것은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고 경고했다. 또한 “쾌적한 길을 골라 아이의 손을 잡고 두려움 없이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쾌적한 분위기를 조성해주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사는 “다른 삶에 있어서도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이런 점을 세심하게 고려할 경우 주변 환경요인으로 인한 스트레스 문제가 해결되고 정상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스트레스 제어로 면역 기능 강화할 수 있어 

보이스 박사가 이런 결론을 내린 이유는 지난 40년간의 임상 경험에 따른 것이다. 그는 진료를 받으러 온 아이들을 대상으로 생일이나 가족에 대한 질문을 하는 등 가벼운 극복 과제를 제시하면서 어떤 반응을 보이는지 관찰했다.

가벼운 질문들이었지만 어떤 아이들에게는 도전적인 과제가 될 수 있었다. 답변을 어려워할 때는 아이들이 좋아하는 주스를 권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리고 뇌과학과 접목해 이들 사례들을 분석했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보이스 박사가 내린 결론은 아이들을 포함한 인간 뇌는 스트레스에 두 가지 방식으로 반응한다는 것이다.

하나는 ‘코르티솔 시스템(cortisol system)’이다.

코르티솔은 콩팥의 부신 피질에서 분비되는 스트레스 호르몬을 말한다. 외부 스트레스에 맞서 혈압과 포도당 수치를 높이며 에너지를 만들어내면서 면역과 심혈관 기능을 강화시키는 역할을 맡고 있다.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또 다른 시스템은 자율신경계(autonomic nervous system)다.

소화, 호흡, 땀 같은 신진대사처럼 의식적으로 제어할 수 없는 기능에 관여하고 있는 이 신경계는 땀에 젖은 손바닥, 떨림(tremulousness)과 같은 ‘공격-도피(fight-or-flight)’ 반응을 통해 스트레스에 대응하고 있다.

보이스 박사 연구팀은 이 두 과정을 통해 아이들의 반응을 분석하던 중 그 강도에 있어 큰 차이가 있는 두 부류의 아이들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한 부류는 코르티솔 시스템과 ‘공격-도피’ 반응에 있어 놀라울 만큼 강한 반응을 보이는 아이들이었다. 또 한 부류는 그들에게 가해진 어떤 도전적 과제에도 어떤 생리학적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연구팀은 이 연구 결과를 기반으로 이런 극단적인 차이가 아이들의 육체와 감정적 행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분석해나갔다.

그리고 스트레스에 대한 반응 정도가 폐렴과 같은 호흡기 질환, 그리고 불안, 우울증 등의 신경성 질환과 관련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박사는 현재 ‘민들레 아이들’과 ‘난초 아이들’을 대상으로 극도로 차이가 나는 스트레스 반응도에 따라 어떤 육체적‧정신적 질병을 일으키는지, 그리고 이런 질병을 막기 위해 어떤 조치를 취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연구팀이 찾고 있는 것은 ‘코르티솔 시스템’과 ‘자율신경계’가 스트레스에 대응해 더욱 강한 면역 기능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스트레스로 인해 약해진 면역 기능을 강화해 약해진 면역 기능 등을 극복해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이스 박사는 “연구 결과를 아이들뿐만 아니라 성인들에게 적용해 고혈압과 같은 심혈관 질환에 대한 면역기능을 강화해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9-03-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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