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의 학교에는 ‘기술(technology)’이 없다. 파시 살베리 교수는 “핀란드는 최근 ‘기술 없는 교육’을 학교 현장에 도입했다”고 말했다.
그는 “기술 없는 교실에서 아이들을 놀게 하는 것이 학교와 학생들을 위해 필요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스코틀랜드 정부 국제교육자문협회(ICEA) 멤버이자 현재 시드니 뉴웨일즈대학교 곤스키 교육원(GIE) 교육정책학 교수인 파시 살베리(Pasi Sahlberg) 교수는 세계 각국의 교육정책 개혁에 앞장서왔다.
그는 지난 6일 서울 워커힐 호텔에서 개최된 ‘Global HR 포럼’에 참석해 최근 핀란드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교육 시도에 대해 설명했다.
핀란드의 학교, 로봇과 기술 아닌 사람과 놀이 선택
최근 핀란드의 학교 현장에서는 기술을 최대한 배제하고 아이들을 놀게 하고 있다. 살베리 교수는 “각 학교마다 교훈이 있다. ‘아이들을 놀게 하라’는 것”이라며 “아이들의 놀이가 학교와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학교 현장에서는 기술과 코딩, 컴퓨터 설계와 같은 과목이 사라지고 있다. ‘기술 없는 교육’이 선호되고 있는 것.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대두되면서 세계 각국에서 기술로 교육을 무장하고 있는 지금, 교육의 파라다이스로 불리는 핀란드에서 왜 이런 일이 일어나고 있을까.

이에 대해 살베리 교수는 “이제까지 핀란드 또한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디지털 격차를 줄이기 위해 수업에 더 많은 기계를 보급해야한다고 믿었다”고 말하고 “하지만 기술은 교육성취도를 높이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그는 “기술을 많이 사용할수록 독서와 수학능력은 떨어졌고 아이들의 건강을 악화시켰다”며 핀란드의 교육방향이 변화된 이유를 설명했다.
최근 OECD 연구결과에 따르면 OECD 국가에 거주하는 십대들의 95%가 호주머니 속에 스마트폰을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중 45%는 수업 중이나 밤중 등 시간과 장소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온라인에 접속되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러한 디지털 중독은 청소년들의 웰빙과 건강에 크게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진 트웬지 (Jean M. Twenge) 미국 산디아고 주립대학(San Diego State University) 심리학 교수는 “컴퓨터 게임, 소셜 미디어, 문자, 화상채팅, 인터넷 등 스크린 장치에 중독된 청소년들은 현저하게 불행하다”며 청소년들의 삶의 만족도와 스크린 시간의 연관성을 조사한 연구결과를 지난 1월 밝혔다.
트렌지 교수와 조지아 대학의 키스 캠벨(W. Keith Campbell)이 주도한 Monitoring the Future(MtF)의 종단 연구 결과, 평균적으로 스크린 장치 앞에서 더 많은 시간을 소비한 청소년들은 스포츠, 독서, 얼굴을 맞대고 사교활동을 한 청소년들에 비해 덜 행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스크린 장치를 이용한 디지털 미디어 사용으로 인해 수면시간이 줄어들었고 사회활동도 감소했다. 그 결과 정서적인 불안은 늘어났고 자기통제능력은 감소했다.
고소득층일수록 ‘사람 교육’을 선호하는 이유
그렇다면 핀란드에서는 자녀들이 미래의 학교에 가서 무엇을 배우길 바랄까. 살베리 교수는 이를 크게 세 가지로 소개했다.
먼저 핀란드의 부모들은 학교에서 아이들에게 자기 통제를 가르치길 바란다.
프랑스는 최근 15세 미만의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학교에서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했다. 살베리 교수에 의하면 이것은 문제가 될 수도 있다. 오히려 자기통제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것 일수도 있기 때문이다.

살베리 교수는 “핀란드의 부모들은 아이들 스스로 왜 핸드폰을 수업시간에 사용하면 안 되는지를 깨닫고 자신을 관리하고 통제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자기통제가 중요하고 이를 학교에서 배워야한다고 생각하는 것은 세계 각국의 부유한 부모들에게서 나타나는 현상이기도 하다. 최근 실리콘밸리와 부유한 세계 지역의 부모들이 인간의 상호과정이 큰 교육기관을 찾아 자녀들을 맡기고 있는 현상과 같은 맥락이다.
그는 “고소득일수록, 자신이 기술직에 종사하는 부모일수록 자녀를 위해 로봇이 가르치는 학교가 아니라 사람이 가르치는 학교를 찾아 나서고 있다”며 “실리콘밸리의 기술자들이 자녀들을 사람 간의 상호작용이 큰 교육기관에 보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이는 그들이 기술을 직접 만드는 장본인으로서 로봇이 아이들에게 자기통제를 가르칠 수 없다는 점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두 번째, 핀란드에서는 아이들이 책을 더 많이 읽기를 바란다.
살베리 교수는 “최근 핀란드의 어린 남학생들의 독서능력이 현저히 떨어졌다”고 우려한 후 “책을 읽는 방식도 전자책(킨들)이 아닌 종이책으로 보기를 권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세 번째, 핀란드에서는 아이들이 더 많이 자길 바란다.
오늘날 십대들의 수면시간은 너무 짧다. 살베리 교수는 “청소년들은 하루에 9시간~11시간을 자야하는데 7시간 30분 정도만 잔다”며 “이는 아이들의 건강과 정서에 좋지 않다”고 말했다.
살베리 교수는 그동안 자신의 교육 개혁 경험을 살려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아이들이 직접 손으로 글씨를 쓰고 손 글씨로 쓴 편지를 매주 누구에게라도 부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권했다. 이는 공감능력을 키우는 연습이다.
또 그는 아이들이 더 많이 놀기를 희망했다. 살베리 교수는 “사람은 놀이에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다”며 “학교에서 아이들이 코딩과 게임을 설계하고 기술을 강조하는 교육보다 사라진 놀이에 대해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한 이유”라고 덧붙였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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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1-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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