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먹거나 바르는 약품의 일부는 쓰레기나 화장실 등을 통해 자연으로 흘러 들어갈 수 있다. 이런 화학물질은 물과 작은 곤충들을 오염시키고 먹이사슬에 따라 최상층 포식자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국제연구팀은 최근 하천에 사는 수생곤충으로부터 69종의 의약용 화합물을 검출했다. 이 화합물 일부는 송어나 오리너구리같이 이들을 먹고 사는 동물들을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인 것으로 확인됐다.
곤충들이 물 속에서 애벌레였다가 날아다니는 성충으로 탈바꿈하면 이 화학물질들은 거미나 새, 박쥐를 비롯해 하천 근처에 사는 포식자들에게 옮겨지게 된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Nature Communications) 6일자에 발표됐다.

의약품 오염고리 밝힌 최초 연구
의약품 오염은 전 세계적으로 표층수에서 나타난다. 대부분의 폐수처리시설은 이런 화학물질을 걸러낼 장비가 없어, 버려지거나 배출된 의약품들은 환경 속으로 유입된다. 부식된 정화조나 녹슨 파이프, 하수의 범람도 이런 문제를 악화시키는 한 요인이다.
미국 캐리 생태시스템 연구소(Cary Institute of Ecosystem Studies) 수생 생태학자인 엠마 로시(Emma Rosi) 박사는 “하천 속에 사는 생물들은 의약품이 혼합된 물 속을 헤엄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번 연구는 이런 수생 생물에게 축적된 만성 의약품 오염이 먹이사슬에 따라 이동하며, 어떤 경우에는 최고 포식자에게 치료 수준의 용량으로 노출될 수 있다는 것을 밝힌 최초의 연구”라고 말했다.
시냇물에서 98종의 약물 추출
연구팀은 지금까지의 관련 연구 중 가장 철저한 조사를 통해 호주 멜버른의 6개 시냇물에서 98종의 의약 화합물을 추출했다.
측정된 약물들에는 항생제와 항우울제, 항히스타민제 및 비스테로이드성 항염증제(NSAIDs) 같은 일반적인 약품들이 포함돼 있었다.
조사 장소는 폐수처리시설 하류와 국립공원을 포함해 폐수 오염이 점증하는 정도에 맞추어 선정했다.
연구팀은 수생 곤충과 물가에 사는 거미들을 포집해 분석했다.
논문 제1저자인 호주 모나쉬대의 담수 생태학자 에린 리치먼드(Erinn Richmond) 연구원은 “강기슭 거미들은 냇물 위에 거미줄을 쳐서 성충이 돼 물 밖으로 나오는 수생 곤충들을 잡아먹기 때문에 이 거미들에 주의를 기울였다”고 밝혔다.
‘약 먹는 곤충들’
조직 분석 결과 수생 곤충에서는 69종의 서로 다른 의약 화합물이 검출됐고, 강기슭 거미에서는 66종의 약물이 검출됐다.
약물 농도는 폐수처리시설 하류와, 정화조가 부식돼 폐수 유출 가능성이 높은 인구밀집 지역에서 가장 높았다. 이들 지역에서의 평균 약물 농도는 덜 오염된 지역들에 비해 10~100배나 높았다.

논문 공저자로 곤충과 거미를 분석한 스웨덴 우메아대 화학과 저커 픽(Jerker Fick) 연구원은 “수생곤충 몸체 조직의 약물 농도는 표층수보다 훨씬 높았다“고 말했다.
그는 “거미에게서 다양한 약물 종류를 발견했으며, 이것은 약물이 물에서부터 포식자의 먹이로 전달되고, 이를 통해 먹이사슬에 있는 다른 동물들이 약물에 노출된다는 사실을 나타낸다”고 설명했다.
리치먼드 연구원은 “약물은 멜버른 동쪽 단데농 산맥 국립공원에서 포집한 것들을 포함해 우리가 테스트한 모든 곤충과 거미들에게서 발견됐다”고 전했다. “사람들이 공원 배수로 지역에 거주하고 있고 공원을 자주 찾기 때문에 청정한 것처럼 보이는 지역도 오염된 것 같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최고 포식자도 위험하다
연구 대상인 하천에 서식하는 오리너구리와 갈색 송어는 수생 곤충을 먹는다. 연구팀은 하천 곤충에서 발견된 약물 농도와 오리너구리 및 갈색 송어의 먹이 필요량을 연결해 약물 노출 정도를 추정할 수 있었다.
로시 박사는 “폐수가 처리돼 나오는 하천 지류에 사는 오리너구리는 매일 정상적으로 하천 곤충을 먹이로 잡아먹을 때 인체 권장 항우울제 양의 반 정도를 먹게 된다”며 “이렇게 먹으면 생물학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항우울제나 항생제 농도가 높은 송어를 사람이 먹을 수도 있고, 약물이 완전히 배출되지 않고 인체에 축적된다면 부작용이 없지 않을 것이다. 또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는 약물이 배출된다 해도 새로운 악순환의 고리로 연결될 수 있다.

노출된 약물 수천 종이어서 대책 필요
이번 연구에는 전세계적으로 흔한 수생 곤충인 날도래(caddisfly)도 활용됐다. 리치먼드 연구원은 “유사한 곤충들이 전세계에 서식하므로 이것은 호주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람들이 약을 복용하는 곳이면 어디에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수천 종의 약물들이 순환되는 상황에서 연구팀은 98종의 약물들만 테스트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은 과소 평가됐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새로운 신약들이 개발되고 개발도상국의 경제수준이 향상되며 의약품 사용은 세계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로시 박사는 “우리가 먹는 약들이 담수로 들어가고 먹이사슬을 통과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우리는 이 같은 오염에 대한 노출 결과가 생태적으로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알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오리너구리나 송어의 몸체 조직에 60종 이상의 약물이 있다는 것은 무엇을 뜻하는가, 이런 일이 시너지 효과로 악화된다면 어떤 일이 생길 것인가?”하는 물음을 던지고, “먹이사슬에서의 오염 정도와 이런 약물들이 어류와 야생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더욱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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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11-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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