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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10-24

세포 크기 미세로봇 양산한다 산업 및 생의학 모니터링에 활용 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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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포 만한 크기의 초소형 로봇을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이 개발됐다.

미국 매서추세츠공대(MIT) 연구팀은 ‘신셀(syncells; synthetic cells의 약자)’이라 이름 붙인, 현미경으로 볼 수 있는 크기의 미세 로봇장치를 만들고 이를 양산할 수 있는 방법을 최근 소개했다.

이 미세 로봇은 석유, 가스 파이프라인의 내부 상태를 모니터링하거나, 인체 혈류를 통해 떠다니면서 병소나 손상 부위를 찾아내는데 쓰일 수 있다.

이런 미세 장치를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열쇠는 원자 두께가 얇고 부서지기 쉬운 재료가 자연적으로 파열되는 과정을 어떻게 잘 조절하느냐에 달려있다. 연구팀은 이 파열선을 조절하는 방법을 개발해 예측 가능한 크기와 모양을 가진 미세 주머니를 만들어낼 수 있었다.

이 주머니 안에는 데이터를 수집, 기록하고 출력할 수 있는 전자회로와 재료들이 내장됐다.

‘자동천공(autoperforation)’으로 불리는 이 새로운 작업과정은 재료과학 저널 ‘네이처 머티어리얼스’(Nature Materials) 23일자에 게재됐다. 관련 동영상

이 연구에는 MIT 화학공학과 마이클 스트라노(Michael Strano) 교수와 핑웨이 류(Pingwei Liu) 박사후 연구원, 대학원생인 앨버트 류(Albert Liu) 외에 8명의 MIT 연구원이 참여했다.

이 시스템은 미세 신셀의 외부 구조를 형성하는 재료로 탄소의 2차원 형태인 그래핀을 사용한다. 이 그래핀 재료의 한 층을 표면 위에 놓고 그 위에 전자부품이 들어있는 미세한 고분자 재료를 정교한 실험실용 잉크젯 프린터로 증착시키는 것이다. 그런 다음 두 번째 그래핀 층을 위에 올려놓는다.

둥근 기둥 배열 위에 걸쳐진 그래핀 시트에 둥근 구멍들이 생긴 모습. 시트를 가로지르는 회색 막대는 표면에서 디스크를 들어올리는 액체. Credit: Felice Frankel
둥근 기둥 배열 위에 걸쳐진 그래핀 시트에 둥근 구멍들이 생긴 모습. 시트를 가로지르는 회색 막대는 표면에서 디스크를 들어올리는 액체. Credit: Felice Frankel

파열선 조절하기

스트라노 교수는 매우 얇으면서도 엄청나게 강한 그래핀이 낭창낭창 하지 않을까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부서지기가 쉽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쉽게 부서지는 것을 문제로 여기기보다는 이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생각했다.

스트라노 교수는 “우리는 깨지기 쉬운 성질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라고 말하며 “이 발견은 반직관적(counterintuitive)이었다. 작업하기 전 만약 나노크기로 모양을 조절하기 위해 재료를 파열시켜야 한다고 말했다면 믿을 수 없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새로운 시스템은 그렇게 만들어졌다. 부서진 유리창 파편 같이 조각들이 임의적으로 생성되는 것이 아니라 파열 과정을 조절함으로써 조각들의 모양과 크기를 일정하게 만들어낼 수 있었다.

스트라노 교수는 “우리는 유도된 파열이 일어날 수 있도록 변형장을 부과해 이를 제어 공정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래핀의 맨 윗층이 둥근 기둥모양으로 생긴 고분자 점 배열 위에 놓이면, 그래핀이 걸쳐진 기둥의 둥근 끝 부분들에는 높은 응력 변형 선이 형성된다.

작업 과정을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모습. 동영상 캡처. ⓒ MIT
작업 과정을 현미경으로 확인하는 모습. 동영상 캡처. ⓒ MIT

복잡한 과정 없는 단일 공정이 큰 장점

앨버트 류 연구원은 “둥근 테이블 위에 테이블보가 천천히 떨어진다고 생각하면 테이블 끝에서 일어나는 변형이 쉽게 머리 속에 그려진다”며 “이것은 평평한 그래핀 시트가 인쇄된 고분자 기둥 위에서 접힐 때 일어나는 현상과 매우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파열은 바로 경계를 따라 집중돼 마치 미세한 펀치로 깨끗하게 잘라낸 것 같은 깨끗하고 둥근 그래핀 조각이 만들어지게 된다.

고분자 기둥 아래 위에는 두 개의 그래핀 층이 있기 때문에 두 개의 디스크가 모서리에서 접착돼, 그 안에 고분자가 봉인된 작고 납작한 빵 같은 포켓이 형성된다.

미세 로봇 장치를 만들기 위해서는 여러 공정 때문에 많은 클린룸 단계들을 거쳐야 한다. 이에 비해 이번 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하나의 단계만 거치면 된다는 것이 스트라노 교수의 설명이다.

연구팀은 그래핀 외에도 이황화 몰리브덴과 육각 질화붕소 같은 다른 2차원 재료도 마찬가지로 작업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미세 로봇장치는 송규관 같은 파이프라인 속을 떠다니며 관의 내부 환경과 문제를 탐색해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동영상 캡처. ⓒ MIT
미세 로봇장치는 송규관 같은 파이프라인 속을 떠다니며 관의 내부 환경과 문제를 탐색해 정보를 저장할 수 있다. 동영상 캡처. ⓒ MIT

세포와 같은 로봇

이 장치의 크기는 사람의 적혈구와 같은 10마이크로미터에서부터 그 10배까지 만들 수 있다. 스트라노 교수는 이 장치가 “살아있는 생물학적 세포처럼 보이고 행동하기 시작한다”며 “실제로 현미경으로 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세포라고 믿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스트라노 교수팀의 이전 연구 후속으로 수행됐다. 이들은 표면에 부착된 센서로 주변 환경의 화학적 성질과 다른 속성들에 대한 정보를 수집하고 이를 저장해 나중에 검색할 수 있는 신셀을 개발한 바 있다.

예를 들면 작은 신셀 입자 무리를 파이프라인에 투입해 한 쪽 끝에서 다른 쪽 끝까지의 상태에 대한 정보를 수집한 뒤 그 정보를 검색해 활용하는 것이다.

이번에 새로 개발한 신셀은 아직 이전 것들과 같이 많은 능력을 갖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이전 장치들은 각각 조립해야 했던 반면 이번 장치들은 쉽게 대량 생산할 수 있는 이점이 있다.

앨버트 류 연구원은 이 장치의 제작방법 자체가 큰 잠재력을 지닌 혁신이라고 보고 있다.

그는 “통제된 파열을 활용하는 생산방법은 여러 길이를 만드는 데도 적용 가능하다”라며 “다른 연구자들도 2차원 재료를 가지고 원자적으로 얇은 표면을 원하는 모양이나 형태로 만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핀 신셀의 응력변형 지도. ⓒ MIT
그래핀 신셀의 응력변형 지도. ⓒ MIT

마이크로 및 나노 가공 위한 새 툴킷”

앨버트 류 연구원은 또 이 시스템이 “독립적인 미세 전자장치를 곧바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며 “내부 전자회로 특성에 따라 다양한 화학물질, 매개체의 이동 및 탐색과 메모리 저장을 위한 능력 등을 부여할 수 있다”고 밝혔다.

스트라노 교수는 이 같은 세포 크기의 미세로봇장치는 응용분야가 광범위하다고 전했다.

그는 이 분야 전문가인 미 육군연구소 숀 월쉬(Shawn Walsh) 박사와 공동 저술한 ‘로봇 시스템과 자동 플랫폼(Robotic Systems and Autonomous Platforms)’ 저서(엘스비어 출판, 이달 말 출간 예정)에서 장치 사용가능성에 대해 상술했다.

장치 활용의 한 예로서 연구팀은 전기 전도도의 변화 수준에 따라 정보를 저장하는 신셀 안의 메모리 어레이에 M자와 I자 및 T자를 써넣었다. 이 글자는 전기 탐침자를 사용해 읽을 수 있다. 이는 재료가 자유롭게 데이터를 쓰고 읽고 지울 수 있는 전자 메모리 형태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또한 전원이 없이 데이터를 보존할 수 있기 때문에 나중에 필요할 때 정보를 수집할 수도 있다. 스트라노 교수에 따르면 전자제품을 녹일 수 있는 강력한 용제가 들어있는 물에서도 이 장치가 몇 달 동안 떠다닐 수 있을 만큼 안정하다는 것이 입증됐다고 한다.

그는 “마이크로 및 나노 가공을 위한 완전히 새로운 툴킷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10-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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