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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10-02

미생물에 ‘우주복’ 입혀 하이브리드 광합성 수행 화학물질 만드는 혐기성 박테리아 보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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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는 사람이 생존하기 힘든 환경이다. 때문에 우주비행사들은 생존을 위해 우주복을 입는다.

그런데 최근 사람이 아닌, 박테리아의 생존을 돕기 위한 우주복이 개발돼 화제가 되고 있다.

이는 빛을 흡수하는 반도체와 박테리아가 쌍을 이루는 ‘하이브리드 광합성 시스템’을 위한 것이다.

미국 캘리포니아 버클리대 화학자들은 이 시스템에서의 박테리아 수명을 연장하기 위한 방호복을 만들었다.

이 박테리아는 반도체와 같이 이산화탄소를 포집할 수 있다. 이를 산업용으로 쓰거나, 언젠가는 우주식민지에서 활용할 수 있는 화학물질을 만드는 데 이용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식물의 광합성을 모방한 것이다.

식물이 이산화탄소를 포집해 햇빛 에너지로 우리가 먹는 탄수화물을 만든다면, 이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이산화탄소와 빛을 포집해 박테리아의 종류에 따라 다양한 탄소 화합물을 만든다.

실험에 사용된 박테리아는 혐기성으로,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적응된 종이다.

박테리아를 감싸고 있는 2차원 금속-유기 구조(MOF)는 박테리아가 성장하고 분열함에 따라 팽창하며 부드러운 망또 역할을 한다. 우주복이 산소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 우주비행사들을 보호하는 것과는 반대로 MOF는 산소로부터 혐기성 박테리아를 보호한다.  CREDIT: Peidong Yang lab, UC Berkeley
박테리아를 감싸고 있는 2차원 금속-유기 구조(MOF)는 박테리아가 성장하고 분열함에 따라 팽창하며 부드러운 망또 역할을 한다. 우주복이 산소가 없는 우주 공간에서 우주비행사들을 보호하는 것과는 반대로 MOF는 산소로부터 혐기성 박테리아를 보호한다. CREDIT: Peidong Yang lab, UC Berkeley

금속-유기 구조로 산소 투과 막아

그물망 같은 조각들을 이어 만든 해당 방호복은 금속-유기 구조(metal-organic framework) 혹은 MOF라고 불린다. 이 방호복은 박테리아의 수명을 단축하는 산소나 과산화물 같은 반응성 산소 분자가 투과하지 못하도록 되어있다.

하이브리드 시스템은 공장에서 방출되는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유용한 산물로 전환할 수 있기 때문에 산업이나 환경에 윈-윈 전략이 될 수 있다.

이 시스템은 또한 우주선이나 다른 행성의 인공 환경에서 필요한 화학물질을 생산할 수 있는 생물학적 방법을 제공한다.

UC 버클리대 화학과 에너지부문 석학교수인 페이동 양(Peidong Yang) 박사는 “우리는 바이오하이브리드로 이산화탄소를 고정해 연료와 의약품, 화학물질을 만든다. 또 질소를 고정해 비료도 생산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영화 ‘마션’에 나온 맷 데이먼이 화성에서 감자를 재배하고 싶다면 비료가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에서 맷 데이먼은 화성에 고립돼 그 자신의 배설물로 식량으로 쓸 감자를 재배해야 했다.

UC버클리의 우주 생물공학 활용센터를 통해 NASA가 연구비를 지원한 이 연구의 내용은 이번 주 미 국립과학원 회보(PNAS)에 게재될 예정이다.

박테리아와 반도체 하이브리드

양 박사팀은 오랫동안 나노와이어 같은 빛 흡수 반도체를 연구했다. 나노와이어는 직경이 수백 나노미터(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인 실리콘 선이다.

이 나노와이어 배열은 빛을 받아 전기를 생산할 수 있어, 일종의 태양전지로 활용할 수 있다.

카드뮴이 공급된 무렐라 서모아세티카(Moorella thermoacetica) 박테리아는 몸체에 빛을 흡수하는 카드뮴 황화물 입자가 입혀진다. 이에 따라 햇빛과 이산화탄소를 가치 있는 화학제품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하이브리드 인공 광합성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CREDIT: Berkeley News
카드뮴이 공급된 무렐라 서모아세티카(Moorella thermoacetica) 박테리아는 몸체에 빛을 흡수하는 카드뮴 황화물 입자가 입혀진다. 이에 따라 햇빛과 이산화탄소를 가치 있는 화학제품으로 전환시킬 수 있는 하이브리드 인공 광합성 시스템이 만들어진다. CREDIT: Berkeley News

나노와이어를 기반으로 개발된 하이브리드 박테리아 시스템은 빛을 효율적으로 포착해 반도체를 통해 혐기성 박테리아에 전자를 공급한다.

이때 박테리아는 생존하기 위해 주변 환경에서 전자를 제거한다. 이 시스템의 목표는 박테리아가 탄소를 포집해 유용한 탄소 화합물을 대량 생산토록 하는 것이다.

양 박사는 “전자 방출로 박테리아를 압도해 반도체와 박테리아를 연결시키고 박테리아가 더 많은 화학작용을 할 수 있도록 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박테리아에 해가 되는 모든 반응성 산소 종이 생성된다. 양 박사는 “우리는 이 박테리아들을 껍데기(shell) 안에 집어넣어 만약 산소 종들이 들어오면 첫 번째 방어막인 껍데기가 산소들을 분해시키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슈트’ 입은 박테리아, 다섯 배 더 오래 살아

이 껍데기, 즉 슈트는 박테리아를 패치들로 둘러싸는 MOF 메쉬로 만들어졌다. 양 박사에 따르면 이 MOF 슈트를 입은 박테리아는 정상적인 산소 농도 기준, 그렇지 않은 박테리아보다 다섯 배 가량 더 오래 산다. 또 가끔은 원래의 자연환경에서보다 더 오래 살기도 한다.

이 박테리아의 정상적인 수명은 몇 주에서 몇 달 정도다. 죽으면 시스템에서 씻겨져 나와 새로운 집단으로 교체된다.

이 실험에서 연구팀은 무렐라 서모아세티카(Moorella thermoacetica)라는 박테리아를 사용했다. 이 박테리아는 화학산업에서 공통적인 전구체로 쓰이는 아세테이트(초산, 식초)를 생산한다. 테스트 박테리아 가운데 하나인 스포로무사 오바타(Sporomusa ovata)도 역시 아세테이트를 생산한다.

양 박사는 “이 혐기성 박테리아는 특정 화학제품에 대한 선택성이 언제나 100%다”라며 “우리의 경우에는 아세테이트를 생산하는 박테리아를 선택했으나, 다른 팀에서는 메탄이나 알코올을 생산하는 박테리아를 고를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맥주와 포도주에서 알코올을 발효시키고 우유를 치즈와 요구르트로 바꾸는 박테리아는 모두 혐기성이다.

반도체와 미생물을 연결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는 UC버클리대 화학과 페이동 양 교수. CREDIT: MacArther Foundation
반도체와 미생물을 연결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연구하고 있는 UC버클리대 화학과 페이동 양 교수. CREDIT: MacArther Foundation

효율성 개선 위해 노력”

양 박사는 2016년에 박테리아와 실리콘 나노와이어가 짝을 이룬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처음 실험했다. 그때 그는 박테리아에 카드뮴을 공급하면 천연 반도체인 카드뮴 황화물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이 카드뮴 황화물은 박테리아에 전자를 공급하는 효율적인 광 흡수제 역할을 했다.

이번 실험에서 연구팀은 카드뮴 황화물을 가진 박테리아를 가져와 유연하고 1나노미터 두께를 가진 MOF층으로 이 박테리아를 둘러쌌다.

뻣뻣한 MOF가 박테리아의 정상적인 성장과 분리를 방해한 반면, 지르코늄 기반의 MOF 패치는 충분히 부드러워서 박테리아는 MOF가 덧씌워진 채로 성장과 분열을 할 수 있었다. 그 뒤 용액 안에서 박테리아에 새로운 MOF를 다시 입혔다.

논문 공저자이자 MOF 개척자인 오마르 야기(Omar Yaghi) 화학과 석좌교수는 “그래핀 시트처럼 박테리아를 덮고 있는 한층 두께의 망또인 2차원 MOF를 생각할 수 있다”며 “2D MOF와  박테리아는 함께 용액 안에서 떠다니고, 박테리아가 복제되면서 2D MOF층으로 더 덮이게 돼 산소로부터 박테리아를 보호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양 교수팀은 빛을 포집해 전자를 전달하고 특정 화합물을 생산하는 하이브리드 시스템의 효율성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양 교수는 “가장 어려운 부분은 이산화탄소의 고정 및 활성화다. 이것이 이뤄진 다음에는 기존의 많은 화학적 및 생물학적 접근법을 사용해 탄소를 연료나 의약품 및 화학물질로 전환시킬 수 있다”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10-0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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