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SA는 ‘메타실린 저항성 황색포도상구균(methicillin-resistant Staphylococcus aureus)’의 약자다.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퍼진 슈퍼 박테리아를 말한다. 17종의 변종이 발견됐는데 이로 인해 신생아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맞고 있다.
이 세균 자체는 위협적인 것이 아니다. 문제는 병원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는 페니실린계 항생제인 메타실린(methicillin)에 강한 내성을 지닌 유전자를 지니고 있다는 점이다. 때문에 이 유전자가 또 다른 세균에 전해지면 파괴능력이 배가 되어 무서운 결과를 초래한다.
생존력도 매우 강하다. 비행기 좌석에서 최대 7일 간 살아있을 정도다. 전염성이 매우 높아 병원이나 학교 등에서 이 세균에 감염되면 기관 운영 자체를 포기해야 할 정도로 심각한 상황을 맞이하게 된다.
산소를 활성화해 악성 박테리아 퇴치
그동안 과학자들은 MRSA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그리고 최근 그 성과가 도출되고 있다. 빛으로 산소를 활성화해 항생제에 강력한 내성을 보이고 있는 악성 박테리아를 퇴치시키려는 노력이 결실을 거두고 있다.
19일 과학논문 소개사이트인 ‘유레칼러트(www.eurekalert.org)’는 신시내티 대학 미생물 연구팀이 이 같은 내용의 연구 결과를 미연례화학회(ACS)에 발표했다고 보도했다.
지난 19일부터 23일까지 5일간 열리는 ACS(National Meeting & Exposition of the American Chemical Society)는 세계 최대 규모의 화학 관련 학술행사다. 올해에도 1만 여 건의 연구사례가 소개되고 있다. 그중 신시내티 대학 사례가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의료계는 MRSA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병원마다 감염을 막기 위한 방역 전담팀을 구성해야 할 정도였다. 그러나 비용 때문에 모든 의료기관이 전담팀을 운용할 수 없었기에 많은 병원들은 끊임없는 불안에 시달려 왔다.
연구을 이끈 펭 장(Peng Zhang) 박사는 “기존의 방역 시스템으로는 MRSA와 같은 세균을 완벽히 방역할 수 없었다. 때문에 빛(light)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광감응제(photosensitizers)를 활용했다”고 말했다.
광감응제는 빛 에너지를 받으면 광화학작용을 일으켜 산소를 활성산소로 변화시킨다. 이 산소는 강력한 산화작용을 통해 우리 몸에 들어온 세균이나 이물질을 파괴한다. 때문에 그동안 많은 과학자들이 광감응제를 사용해 박테리아 박멸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효과가 부분적이었고 완전 퇴치가 불가능했다. 분자 형태의 광감응제가 모든 세균을 퇴치하지 못하는데다 광감응제 자체가 물에 대한 친화력이 없기 때문에 물속에서 번식하기를 좋아하는 세균을 퇴치하기 힘들었다.
기능 확대하면 무좀, 암 치료도 가능
장 박사 연구팀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물에 용해될 수 있는 하이브리드 감광제를 만들었다. 이를 위해 친수성과 친유성을 동시에 지닌 중합체로 코팅한 나노물질을 사용했다.
장 박사는 세균 퇴치를 전쟁에 비유했다. “이 나노물질이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의 산소를 활성화했으며, 활성산소를 통해 박테리아 세포들을 훨씬 더 집중적으로 공격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세균은 인체 세포에는 없는 세포벽이라는 구조로 둘러싸여 있어 인체 내의 삼투압보다 훨씬 높은 세균 내 압력을 유지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이번에 개발된 나노물질은 합성된 세포벽을 손쉽게 파괴해 세균을 박멸할 수 있다.
장 박사 연구팀은 의료진과 함께 사람 피부 샘플을 통해 이 나노물질의 임상실험을 진행하고 있다. 성과는 고무적이다. 적당량을 사용할 경우 세포를 파괴하지 않을 뿐더러 세균 퇴치 효과도 입증됐다.
제품을 테스트한 전문 의료진의 한 관계자는 “새로 개발한 감광제에 청색 혹은 적색으로 빛을 비춘 결과 MRSA를 포함한 박테리아를 말끔히 퇴치했다”며 “향후 이 감광제를 통해 상처 부위에 감염을 막고 치료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장 박사 연구팀은 현재 하이브리드 광감응제 관련 특허를 취득해놓은 상태다. 현재 스프레이와 젤(gel) 타입 두 종류의 제품을 개발하고 있으며, 이중 스프레이 형은 시판을 앞두고 있는 중이다.
한편 장 박사는 이 나노물질을 활용하면 암 치료까지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는 “적색 광선을 비출 경우 빛의 긴 파장에 의해 감응제가 피부 속 깊은 곳으로 침투할 수 있고, 그 안에서 자라고 있는 암 세포를 파괴할 수 있다”고 밝혔다.
무좀 등의 곰팡이 치료도 가능하다는 것이 연구팀의 주장이다. 장 박사는 “빛으로 감응 나노물질을 비춰 손‧발톱 아래 침투해 있는 무좀균을 박멸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항생제 오남용은 세균의 내성을 증가시키고, 각종 치료를 실패하게 하는 등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었다. 관계자들은 이런 상황을 세균과 항생제 간의 끝나지 않은 경쟁구도로 인식해 왔다.
이에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새로운 치료법은 ACS에 참여하고 있는 과학자들로부터 큰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연구 결과는 21일 오후 3시(현지 시간) 보스턴 컨벤션 & 전시센터에서 발표될 예정이다.
- 이강봉 객원기자
- aacc409@naver.com
- 저작권자 2018-08-20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