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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07-05

멸종 위기… 북부흰코뿔소 되살린다 난자에 냉동정자 주입해 인공배아 만들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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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19일 케냐 올-페제타 보호 구역에 살고 있던 북부흰코뿔소(northern white rhino) 마지막 수컷 ‘수단’이 숨을 거두었다. 멸종에 직면해 과학자들은 체외 수정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이 북부흰코뿔소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약 3개월이 지난 지금 과학자들이 가장 유사한 종인 남부흰코뿔소(southern white rhino)의 난자에 북부흰코뿔소의 냉동정자를 주입해 배아를 만들어내는데 성공했다고 5일 ‘사이언스 뉴스’, ‘ABC’ 등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과학자들은 이 인공배아가 다른 신체기관으로 세포 분화를 막 시작하려는 단계에 도달해 있으며, 대리모를 통해 계속 성장해 출산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연구에는 독일 레이비니즈 동물원·야생연구소, 체코 드보르 크랄로베 사파리 공원 등이 공동 참여했다.

출산이 불가능한 암컷 두 마리만 살아 남아 있는 북부흰코뿔소 복원을 위해 과학자들이 인공배아를  제작해 종 보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북부흰코뿔소.  ⓒwildaid.org
출산이 불가능한 암컷 두 마리만 살아 남아 있는 북부흰코뿔소 복원을 위해 과학자들이 인공배아를 제작해 종 보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사진은 북부흰코뿔소. ⓒwildaid.org

대리모 출산 통해 멸종위기 종 복원 시도

관련 논문은 4일(현지 시간) 과학 학술지 ‘네이처 커뮤니케이션즈’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흰코뿔소의 배아와 배아줄기세포(Embryos and embryonic stem cells from the white rhinoceros)다.

연구에 참여한 체코 드보르 크랄로베 사파리 공원의 얀 스테야스칼(Jan Stejskal) 박사는 “현재 이 인공배아를 남부흰코뿔소, 혹은 잡종 북부흰코뿔소 대리모 자궁에 주입하는 방안을 협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그렇게 되면 출산이 불가능한 암컷 두 마리만 남아 멸종 직전에 있는 북부흰코뿔소의 복원이 가능해진다.

스테야스칼 박사는 “이번 연구 성과가 멸종 생물 복원 가능성을 알리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서 과학자들은 남부흰코뿔소 암컷으로부터 채취한 난자들과 북부흰코뿔소 수컷들이 3마리로부터 채취한 정자들을 사용했다. 따라서 이번에 만들어진 배아는 남부흰코뿔소와 북부흰코뿔소의 잡종 배아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방식을 통해 북부흰코뿔소의 종(種) 보존이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베를린 레이비니즈 연구소의 토머스 힐데브란트(Thomas Hildebrandt) 박사는 “이번 북부흰코뿔소의 복원 과정이 다른 동물 복원의 모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연구팀은 대리모를 통해 남부·북부 흰코뿔소가 탄생할 경우 이 새끼 코뿔소를 통해 멸종을 앞둔 북부흰코뿔소의 DNA를 보존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또 다른 교배를 통해 순수한 북부흰코뿔소의 DNA를 복원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이 계획이 완성될 때까지 수십 년에 걸쳐 많은 교배가 진행돼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길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첫 번째 대안은 현재 살아 있지만 출산이 불가능한 암컷 두 마리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유도만능줄기세포 기술도 적용 가능해

두 마리의 암컷으로부터 난자를 채취해 활성화시킨 후 보관 중인 냉동 정자를 주입해 북부흰코뿔소를 출산하는 방안이다.

헬데브란트 박사는 “이 계획이 성공을 거둘 경우 순수한 혈통의 북부흰코뿔소가 3년 안에 태아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사는 만능줄기세포 분화 방식에도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살아있는 두 마리 암컷들로부터 만능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s)을 채취한 후 이를 난자와 정자 등으로 분화시켜 인공배아를 만드는 방식이다.

힐데브란트 박사는 “현재 북부흰코뿔소 피부로부터 채취한 12개의 세포주를 보관하고 있으며, 이 중 6개 세포주는 유전적으로 잡종이 섞이지 않은 매우 순수한 혈통의 세포주”라고 말했다. “이 세포주를 분화시키는데 성공할 경우 순수한 북부흰코뿔소 복원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북부흰코뿔소 종 보존에 줄기세포 기술이 동원되고 있는데 대해 호주 그리피스 대학의 보존생물학자 가이 캐슬리(Guy Castley) 교수는 격찬을 아끼지 않고 있다. “종 보존을 위한 놀라운 기술진보와 함께 유도만능줄기세포(IVP)의 활용 가능성을 예시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신시내티 동·식물원의 동물복원생리학자 테리 로스(Terri Roth) 박사는 장기간에 걸쳐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멸종된 동물을 복원한다는 것 자체에 의문을 품고 있다.

“동물 복원보다 동물들이 자연  상태에서 안전하게 생존할 수 있도록 환경을 복원해주는 일이 더 중요하다.”며, 연구자금을 멸종 직전에 있는 동물들이 자연상태에서 살아나갈 수 있도록 환경 복원에 사용해주기를 요구하고 있다.

힐데브란트 박사도 이 주장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북부흰코뿔소가 멸종 직전에 이른 것이 순수한 진화과정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인간의 무분별한 남획 때문이었다.”며, “또 다른 종의 멸종을 대비해 과학 차원의 종 보전 대책이 강구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부사각입술코뿔소(Ceratotherium simum cottoni)라고도 불리는 북부흰코뿔소은 이전에 사하라 이남 동부, 중부 아프리카 여러 나라에서 초원과 사바나 삼림지대를 무리지어 떠돌아 다니며 살고 있었다.

그러나 한약재로 쓰이는 코뿔소 뿔을 채취하기 위해 대학살이 진행됐고 동물원에 몇 마리가 남아 있었으나 차례차례 숨지고, 결국 2018년 3월 19일에는 케냐 올페제타 보호구역에 살고 있던 마지막 한 마리의 수컷이 생을 마쳤다.

이에 앞서 케냐 정부는 수단을 다른 암컷인 ‘파투’와 그의 딸 ‘나진’과 인공수정을 시키려고 시도했으나 실패로 돌아갔다.

그리고 현재 국제 공동연구팀을 통해 다양한 방식의 종 보존 작업이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07-0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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