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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06-21

질병에 대항하는 돼지 탄생? 유전자편집기술로 100% 면역 성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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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를 괴롭히는 질병 중 PRRS, 즉 돼지생식기호흡기증후군이라는 것이 있다. 호흡기 장애가 나타나는 등 출산 시 유산, 사산, 조산 등의 사고를 유발하는 매우 심각한 질병이다.

감염원은 PRRS 바이러스다. 함께 살고 있는 돼지들 간의 접촉으로, 또는 판매를 위해 이동하는 중 또 다른 돼지에게 감염되는데, 이로 인한 피해가 워낙 막심해 세계적으로 많은 농가들이 골머리를 앓아왔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 질병을 막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최근 유전자편집(gene editing) 기술을 활용해 PRRS에 걸리지 않는 돼지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21일 ‘BBC’, ‘가디언’, ‘사이언스 데일리’ 등 주요 언론들은 이와 관련한 성과를 일제히 보도했다.

그동안 불치병이었던 PRRS에 완전 면역인 가능한 돼지가가 유전자편집 기술에 의해 개발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향후 축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Norrie Russell, The Roslin Institute, University of Edinburgh
그동안 불치병이었던 PRRS에 완전 면역이 가능한 돼지가 유전자편집 기술에 의해 개발돼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향후 축산업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 Norrie Russell, The Roslin Institute, University of Edinburgh

“5년 내 항-PRRS 베이컨 먹을 수 있어”

불치병을 이기는 돼지를 개발한 곳은 에딘버러 대학 로슬린 연구소(University of Edinburgh’s Roslin Institute)다. 실험 결과 이 돼지들은 PRRS 바이러스에 완벽하게 면역성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연구팀은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해 PRRS에 취약한 DNA를 제거했다. 그리고 바이러스를 주입하거나, PRRS에 감염된 돼지들과 함께 사육하면서 어떻게 적응하는지 관찰한 결과 어떤  증상도 나타나지 않은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번 연구를 이끈 로슬린 연구소의 크리스티네 부르카르트(Christine Tait-Burkard) 박사는  “실험에 투입한 돼지의 면역력이 99.9999999%, 100%에 달했다.”며 “완벽한 면역 상태에 도달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관련 논문은 바이러스 분야에서 저명할 학술지 ‘바이올로지 저널(Journal of Virology)’에 게재됐다. 제목은 ‘Pigs lacking the scavenger receptor cysteine-rich domain 5 of CD163 are resistant to PRRSV-1 infection’이다.

부르카르트 박사는 “이번 연구 결과로 많은 돼지들이 PRRS로부터 보호를 받게 됐으며, 사람들은 5년 내에 항-PRRS 베이컨을 먹을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새로운 GM돼지를 전문적으로 사육하는 농장도 생겨날 것으로 예상했다.

현재 EU나 영국에서는 유전자편집 기술이 적용된 동물들로부터 생산한 육류나 식품 공급을 철저히 규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 규정이 제대로 지켜지고 있는지는 미지수다. 기술이 매우 다양해 어떤 동물에게 어떤 유전적 변화가 있었는지 확인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

유전자편집(gene editing) 기술은 기존의 유전자 변형(gene modification) 기술과 큰 차이가 있다. 유전자변형 기술은 살아있는 세포 또는 생물체의 유전물질을 ‘변형(modification)’시켜 새로운 물질을 만들어내는 기술이다. 어떤 종(種)의 동물이 또 다른 종으로 변형되는 만큼 생태 파괴라는 지적과 함께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켜왔다.

가축 생명 보호하지만 생명윤리 논란도

그러나 유전자편집 기술은 특정 동물의 염기서열을 인지한 다음 문제가 되는 부위의 DNA 안의 유전자 코드를 정교하게 절단하는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때문에 그동안 치료가 불가능했던 질병 원인을 제거할 수 있다.

실제로 2000년대 초반부터 유전자 교정기술로 이용되기 시작하여 후천성면역결핍증(AIDS)·혈우병·알츠하이머병 등의 유전적 치료에 활용하고 있는 중이다. 로슬린 연구소에서는 돼지의 불치병의 근원을 밝혀내 원인을 제거할 수 있었다.

연구 논문에 따르면 로슬린 연구소는 유전자가위 기술을 적용해 PRRS 바이러스에 취약한 돼지 DNA로부터 ‘CD163’이라 불리는 PRRS 수용체를 유발하는 부위를 제거했다. 이에 따라 외부에 있는 PRRS 바이러스가 세포 안에 침투하지 못하고 튕겨나갔다. .

부르카르트 박사는 “유전자편집이 이루어진 돼지들의 건강은 물론 육질 등에 아무 이상 징후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돼지를 사육할 경우 이전보다 훨씬 건강한 육질의 베이턴을 먹을 수 있다.”며 대중적인 두려움을 우려했다.

이번 연구를 지원한 곳은 그동안 ‘제너스 픽(Genus Pic)’이란 회사다. 이 회사에서는 전 세계농장에서 사육되고 있는 돼지 종자를 보급하고 있다. 추가 연구를 진행하면서 미국을 시작으로 유전자편집을 통해 탄생한 가축들을 선보일 계획이다.

규제 중심의 유럽과 달리 미국에서는 유전자편집 기술에 대해 명확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제너스의 조나탄 라이트너(Jonathan Lightner) 과학담당 책임자는 “때문에 PRRS에 시달려온 많은 농업인들이 큰 관심을 표명하고 있다.”고 말했다.

PRRS는 돼지 농가를 괴롭히는 심각한 질병이다. 영국왕립수의대 통계에 의하면 2011년 영국에서 사육하고 있는 돼지 중 약 30%가 PRRS 바이러스에 감염돼 있었으며, 이후 감염율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PRRS를 막기 위한 백신을 개발하지 못한 상태에서 항생제를 사용해왔다. 그러나 항생제로 인한 부작용으로 인해 사용량을 대폭 줄이면서 많은 돼지들이 PRRS로 인한 죽음에 직면해 있었다.

영국 국립 양돈협회(NPA) 조지나 크레이포드(Georgina Crayford) 정책담당자는 “이번에 개발한 돼지가 새로운 항생제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국가 정책으로 인해 이런 과정들이 방해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로슬린 연구소의 과학자들은 PRRS 외에도 아프리카 돼지 콜레라(African Swine Fever)에 대항할 수 있는 돼지를 개발하고 있는 중이다. 이 콜레라가 현재 발틱해 연안 국가들을 중심으로 유럽 전역을 휩쓸고 있기 때문.

겐트 대학의 유전학자인 다런 그리핀(Darren Griffin) 교수는 “로슬린 연구소의 연구 결과들이 가축의 안전과 생산성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하겠지만 생태계를 파괴하지 않는 선에서 기준이 정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06-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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