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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기자
2018-05-29

과학으로 분석한 '익명 기부' 이유 적극적 투자자일수록 익명 기부 참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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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부 행위는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다. 그 중에서도 가장 주목을 받는 것은 익명의 기부자들이다. 이들은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많은 돈을 기부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감탄을 일으키게 한다.

29일 과학 전문 매체 '유렉앨러트(EurekAlert)'에 따르면 최근 과학자들이 익명의 기부를 놓고 벌어지고 있는 이해하기 힘든 반응에 주목하고 있다. 이들이 어떤 이유로 익명의 기부를 하고 있으며, 사람들은 무엇에 그처럼 열광하는지 그 원인을 밝혀가고 있는 중이다.

하버드대, 오스트리아 과학기술연구소(IST Austria) 공동연구팀은 기부 행위를 연구하기 위해 새로운 게임 모형을 개발했다.

‘시그널 베링 게임(signal-burying game)’이라 명명한 이 게임은  다양한 유형의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구성돼 있다.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많은 돈을 기부하는 기부하는 익명 기부자들의 심리가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everplans.com
자신의 이름을 밝히지 않은 채 많은 돈을 기부하는 기부하는 익명 기부자들의 심리가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지고 있다. 거래 과정을 통해 익명 기부로 진화가 이루어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everplans.com

익명기부 행위는 경제적 거래 진화의 결과

게임 참여자들은 상·중·하로 구분한 신호 중 하나를 골라 누군지 모르는 또 다른 게임 참여자들과 교신하면서 다양한 거래를 진행할 수 있다. 참가자들은 현명하게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외부로부터 더 많은 신호를 수신해야 한다.

특기할 점은 실명 및 익명 거래 모두 가능하다는 것이다. 실명일 경우 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반면 신분을 밝히지 않게 되면 좋지 않은 상황이 연출된다. 일차적으로 수신자들로부터 주목을 받지 못하게 될 것이다.

계속해서 신분을 밝히지 않을 경우 게임 참여를 하고 있는지조차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게임 참가자들 대부분은 큰 이익을 얻기를 원했다. 장기적으로는 명성을 쌓아나갈 수 있는 멋진 거래를 원했다.

연구팀이 관심을 가진 대목은 익명의 기부행위다.

이를 위해 또 다른 신호 송수신 장치를 설치했다. 신호를 보내더라도 수신자가 송신자를 파악할 수 없는 익명의 송수신 장치였다. 그리고 이 장치를 통해 참가자들의 또 다른 행태를 파악할 수 있었다.

상·중·하 신호 중 ‘상’을 많이 선택하고 있는 적극적인 참가자들일수록 익명 송신이 많았다.

반면 ‘중’을 선택하고 있는 참가자들은 자신의 신분을 명확히 밝히고 있었다. ‘하’를 선택하고 있는 참가자들은 실명 여부에 관계없이 신호를 보내는 사례가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논문 공동집필자인 IST 오스트리아의 크리스찬 힐베(Chairitian Hilbe) 연구원은 “이 같은 연구 결과가 사람의 실생활에서 일어나는 현상과 부합한다.”고 말했다. 적극적인 참가자일수록 익명 송신을 선택하는 사례도 늘어난다는 것.

연구팀은 어떤 과정을 통해 익명 투자가 발생하고 있는지 그 과정을 자세히 파악하기를 원했다. 그리고 참가자 투자전략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처음 실명으로 꼼꼼히 거래처를 따져가면서 거래하던 참가자들이 얼마 안 있어 무작위 거래를 하기시작했다.

익명 기부 모방하며 전염 효과 일어나

시간이 지나가면서 참가자들은 옆에서 진행되고 있는 익명의 기부 행위가 자연스럽게 모방하기 시작했다. 힐베 연구원은 “참가자들이 특히 다른 참가자의 전략을 모방하는 사례가 일반화돼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모방 행위가 기부 행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동안 인간 관계를 연구하는 심리학자들은 모방이나 암시가 실제로 친절이나 익명 기부 같은 온정의 행위를 전염시키는 효과가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해왔다.

지난 2010년 하버드 대학과 샌디아고 대학 공동연구팀은 익명 기부행위의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공공재 게임(public goods game)’이란 실험을 실시한 바 있다.

공통의 칩을 지급받은 참가자들로 하여금 자신의 의사에 따라 일부를 ‘공동 저금통’에 기부하도록 했다. 그리고 ‘공동 저금통’에 모인 칩의 금액을 다시 나눠 갖는 방식으로 분배했다.

연구팀은 여러 가지 다른 상황에서 상대를 바꿔가면서 이 ‘공공재 게임’을 반복했다. 그러자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칩을 저금하는 사례가 발생했고 주변 사람들이 이를 따라 하기 시작했다.

어떤 사람이 예상치 못할 만큼 많은 칩을 기부했을 경우 그 게임의 공동저금통은 매우 이전보다 훨씬 많은 칩으로 가득 찼다. 이는 기부 행위에 모방이 매우 큰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말해주는 것이다.

사람들이 기부 행위를 따라 하는 것은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누가 친절을 행하게 되면 상대방으로부터 좋은 인상을 받게 된다. 그리고 이를 지켜보는 주변의 다른 사람들로부터 호의를 얻게 된다.

심리학자들은 결과적으로 익명의 기부와 같은 친절한 행위가 인간의 가치 있는 기본 행위에 대해 인식 자체를 결정하게 된다고 보고 있다. 어떤 헌신적인 행위를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따라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

이번 연구 결과는 인간 상호관계와 관련, 그동안 발표됐던 연구 결과를 뒷받침하는 것으로 보인다. 적극적인 참가자일수록 다양한 방법으로 또 다른 투자 전략을 모색하게 되고, 또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하면서 마침내 익명 기부에 도달한다는 연구결과를 보여주고 있다.

하버드대, IST 오스트리아 공동연구팀의  연구결과는 이번 주 ‘네이처’ 지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The signal-burying game can explain why we obscure positive traits and good deeds’이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모델을 사용해 또 다른 사례에 적용할 계획이다. 금전 거래가 아닌 학문, 예술 등 무형의 가치가 존재하는 분야에 이 익명의 기부 이론이 어떻게 적용되는지 그 원인을 추적해나갈 계획이다.

이강봉 객원기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8-05-2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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