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물질인 DNA는 단순한 구성요소의 조합으로 엄청난 창의적 결과를 도출해 낸다는 점에서 경이로운 자연의 산물이다. 단지 네 개의 핵산 알파벳으로 만들어진 DNA는 모든 지구상의 생명체가 구성되는 평면도를 제공한다.
그러나 DNA의 놀라운 다기능성은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연구자들은 DNA 조각을 많은 유용한 수단으로 쓰기 위해 지속적인 탐구를 해오고 있다. 한 예로 DNA 서열은 나노전자 응용분야의 논리회로를 형성할 수 있다. 이 논리회로를 통해 여러 도시 간의 최적 경로를 찾는 정교한 수학적 계산이 수행됐다.
DNA는 또한 새로운 유형의 작은 로봇과 나노기계의 기초가 된다. 이러한 도구들은 박테리아보다 수천 배나 작은 대상들을 측정하면서 여러 가지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옆으로 재주넘기’로 속도 10~100배 올려
미국 애리조나주립대의 하오 얀(Hao Yan) 교수팀은 준비된 트랙을 신속하게 횡단하는 혁신적인 DNA 보행기(walker)를 개발해 발표했다. 이 곡예사 같은 옆으로 재주넘기(cartwheels) DNA 동작은 이전과 같은 느리고 시험적으로 표면을 가로지르는 단계를 넘어 이전 장치보다 10~100배 빠른 속도로 움직인다.
얀 교수는 “DNA 가닥의 길이와 염기서열을 최적화해 DNA 보행기의 속도를 크게 높일 수 있었다”며, “연구자들의 협업으로 이 같은 성과가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얀 박사는 애리조나 주립대 화학 및 생화학과 밀튼 글릭 석학교수이자 분자 디자인 및 생체모방 바이오디자인 센터 원장을 맡고 있다.
이번 연구에는 미시간대 화학과 생물물리학 및 생물화학 교수이자 실시간 단일 분자 분석 센터(SMART) 창립 원장과 RNA 생의학센터 공동 창립원장인 닐스 월터(Nils G. Walter) 박사와, 하버드대의 뷔스 연구소, 다나-화버 암연구소 및 생물화학과 연구팀이 공동으로 참여했다.
월터 교수는 “비결은 보행기가 이전에 깡충 뛰도록 하는 것보다 훨씬 빨리 옆으로 재주를 넘어 움직이도록 하는 것으로서 마치 쿵푸 영화에서 주인공이 재빠른 옆 재주넘기로 악당을 잡는 것을 보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새로운 보행기가 보여주는 이 같은 속도와 이동성의 향상은 DNA 나노기술 분야에서의 더 나은 혁신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연구팀의 성과는 나노기술 전문지 ‘네이처 나노테크놀러지’(Nature Nanotechnology) 온라인 증보판에 게재됐다.

나노로봇, DNA 나노기술의 혁신적 응용분야
나노건축가(nanoarchitects)들은 자연의 기본원리를 이용해 DNA 구조물과 모터, 회로 등을 만든다. A, T, C 및 G로 표시되는 네 개의 뉴클레오티드는 간단하고 예측 가능한 규칙에 따라 서로 결합한다. 예를 들면 C는 항상 G와 짝을 이루고 A는 T와 짝을 이룬다. 따라서 DNA의 길이는 자가조립을 통해 거의 무한할 만큼 다양한 2차원 혹은 3차원의 나노구조물을 형성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할 수 있다. 연구팀은 기발한 정제를 통해 정적인 상태의 나노 창출물에 동적 특성을 부여할 수 있었다.
DNA 나노기술의 더욱 혁신적인 응용분야 중 하나는 경로를 따라 단계적으로 계속 움직이는, DNA 가닥으로 구성된 로봇 보행장치의 설계다. DNA 조각들이 정의된 영역을 가로질러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을 가닥 변위 이동(strand displacement)이라고 한다.
이 과정은 다음과 같다. 즉, 로봇 장치의 한쪽 다리는 정상적인 염기 쌍을 통해 상보적인 가닥2에 결합된 DNA 가닥1이다. 가닥1은 발판으로 알려진, 끝에 매달려 있는 추가적이고 쌍을 이루지 않은 서열을 포함하고 있다.
다음으로 DNA 가닥3과 마주하도록 한다. 이 가닥은 DNA 가닥1에 상보적이며, 또 그에 상보적인 발판 서열을 포함하고 있다. 일단 가닥3의 발판이 가닥1의 발판과 결합하면 가닥2가 가닥3으로 완전히 교체될 때까지 가닥2의 각 뉴클레오티드를 하나씩 순차적으로 치환하기 시작한다. 그런 다음에는 가닥2가 가닥1에서 분리되고 과정이 다시 시작된다.
DNA 나노장치의 기초를 형성하는 발판 매개 가닥 변위(Toehold-mediated strand displacement)는 DNA 구조물이 보행 표면에 있는 상보적인 한 발판에서 다음 발판으로 이동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각 DNA 가닥이 새로운 가닥으로 치환되면 이 나노-창출물은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가게 된다.
빨리 걷게 하기
이같은 다양한 종류의 성공적인 DNA 보행기가 설계돼 나노 크기의 화물을 운반할 수 있는 능력이 입증됐다. 그러나 지금까지 적용된 가닥 치환 반응은 느려서 짧은 거리를 이동하는데도 몇 분이나 걸렸다. 이는 단백질 모터와 같은 생체시스템에서 자연적으로 일어나는 과정보다 크게 느린 것이다. 단백질 모터는 훨씬 빠른 시간 안에 가닥 치환과 같은 분리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이론적인 계산에 따르면 그런 나노장치에 의한 개별 작업은 몇 초 이내에 이루어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수 분 심지어 수 시간이 소요됐다(최근에 설계된 발판 간격이 6나노미터 떨어져 있는 화물 분류 보행기는 각 단계마다 5분이 걸렸으며, 이 속도는 비슷한 가닥-변위 보행기와 동등했다).

새로운 연구에서 연구팀은, 속도를 염두에 두고 설계한 보행기가 얼마나 빨리 움직일 수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이 과정을 최적화시키려고 노력했다. 속도면에서의 제한 요소는 전반적인 보행기 설계에서의 미세 조정 최적화 부족이 아니라 가닥 변위 과정 자체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최대 속도를 발휘할 수 있도록 보행기를 재설계하고, smFRET(단일 분자 형광공명영상 전송)라고 불리는 형광이미징 기술을 사용해 DNA 보행기의 진행상황을 차트로 나타내고 미묘한 운동 특성을 평가했다.
발판 서열(toehold sequences)의 길이를 변경하고 이동점을 분기시킴으로써 보행 속도가 빈틈없이 최적화돼 이전의 DNA 보행기들보다 훨씬 빠른 속도를 자랑하며 경쟁자들을 멀찍이 따돌릴 수 있었다.
자유분방한 나노로봇
이 로봇이 경쟁자보다 나은 장점 중 일부는 특별한 이동 기술 덕분이다. 단순히 하나의 표면 발판에서 다음 발판으로 발걸음을 옮기는 대신 이 곡예사 보행기는 하나의 발판은 항상 지면에 부착한 채 옆으로 도는 재주넘기를 통해 움직인다.
표면에서 떨어진 발판이 다음에 내디딜 상보 서열을 찾는 동안 트랙 표면에 고정된 로봇의 염기를 고정하는 이중-가닥 서열의 안정성은 보행기의 속도를 향상시키는 요소의 하나다. ‘옆으로 재주넘기’ 설계는 발판 변위를 발판 표면으로부터 멀리 떨어진 방향으로 순차적으로 나아가게 하도록 함으로써 효율을 향상시킨다.
보행기가 최적화된 뒤 고해상도 단일 입자 추적 기법으로 보행기의 발판이 박힌 2차원 표면 위를 움직이는 장치를 2미크론의 범위까지 관찰했다. 연구에서 최적화된 가장 나은 보행기는 10나노미터 거리에서 분당 43개의 발판을 찾아내 이동할 수 있었다. 가닥의 변위는 약 10분의1초 속도로 발생했다. 분석 결과 이 장치는 분리되지 않고 수백 걸음을 갈 수 있었다.
미래의 발전 모습
자연 발생 단백질 반응보다는 여전히 뒤지지만 최적화된 옆 재주넘기 보행기는 성능이 획기적으로 향상돼 아무 연료를 사용하지 않고도 이전의 보행기들보다 엄청나게 진보된 면모를 보여주었다. 연구팀은 자연으로부터 더 많은 통찰력을 얻는다면 미래에는 화학 에너지를 직접 속도로 변환해 보행기 같은 역동적인 DNA 장치의 속도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는 DNA 나노구조물의 범위를 최적화하는 방법에 주목해 속도와 다양성을 크게 향상시킨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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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5-0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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