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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홍재 기자
2005-03-21

나노기술, 정부 주도로 경쟁력 쑥쑥 [국민소득 2만불로 가는 길⑤] 미래 국가성장동력의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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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보다 수천배 빠른 컴퓨터가 주머니 속으로 들어온다. 휴대용 저장장치 하나에 CD 수천장 분량의 자료를 저장한다. 우리 몸 속 혈관에는 자그마한 로봇들이 돌아다니다가 병균이 침투하면 직접 싸워서 물리친다.


SF소설이나 영화에나 나올 법한 이야기들이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들이 더 이상 터무니없는 상상에 머물진 않을 전망이다. 최근 나노 연구가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10억분의 1 극미 세계


과학기술계 전체에 나노기술의 파고가 높게 일고 있다. 19세기 황금을 찾아 수십만명의 사람들이 미국 서부로 떠난 것처럼 전세계 과학자들이 나노 분야로 몰려드는 ‘골드러시’가 진행되고 있다. 나노기술이 실제 금광처럼 엄청난 양의 부와 명예를 함께 안겨줄 것으로 예상되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를 맞이한 현재 가장 유망한 과학기술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나노기술(NT, Nano Technology). 나노란 난쟁이를 뜻하는 그리스어 ‘나노스’(Nanos)에서 유래된 말로 아주 작다는 의미의 접두어로 사용된다.


나노기술은 10억분의 1m, 즉 나노미터(nm, 1nm=10-9m) 크기의 아주 작은 물질을 다루는 과학기술로 정의된다. 머리카락 굵기의 십만분의 1 정도에 해당하고, 가장 작은 분자인 수소를 늘어놓아도 10개 밖에 안되는 극미(極微)의 세계를 다루는 상상하기조차 쉽지 않은 과학기술이다.


이처럼 초미세 스케일을 다루는 나노기술의 역사는 불과 20여년 전 시작됐다. 1982년 IBM 취리히 연구소에서 주사터널링현미경(STM)을 발명하면서 비로소 인류는 나노 세계가 어떤 모습인지 엿볼 수 있게 된 것이다. IBM 연구소에서는 1990년 원자로 글씨를 써 보이는 일까지 성공했다.


극미 세계를 보여준 나노기술이 21세기 미래를 이끌어 갈 신기술로 각광받게 된 것은 원자나 분자 수준에서 물질을 조작하는 길을 제시하기 때문이다. 원자와 분자는 물질의 기본성질이 결정되는 수준이기 때문에 작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성질의 물질을 재단하는 일이 가능하다.


전문가들은 나노기술이 향후 10년 이내에 기존의 기술과 산업에 이노베이션을 가져다줄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10년 이후에는 기존 기술과 산업을 대체하는 새로운 기술과 산업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한다.


IT와 BT 융합기술


나노기술은 실제 어떻게 활용될 수 있을까. 나노기술은 정보통신기술(IT), 바이오기술(BT), 환경공학기술(ET)과 같은 다른 분야가 갖고 있는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해법을 제시할 융합기술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예를 들어 IT의 토대를 이루는 컴퓨터의 성능은 반도체 칩의 저장용량과 정보처리속도에 따라 결정된다. 반도체를 구성하는 기본단위는 트랜지스터다.


컴퓨터의 두뇌인 CPU(중앙처리장치)의 경우 인텔이 올해 2월 출시한 최신 ‘펜티엄4 익스트림에디션(EE) 3.73㎓'을 보면 1억6천9백만개의 트랜지스터가 칩 하나에 담겨있다. 우리나라가 세계를 석권하는 메모리 반도체의 경우 삼성전자가 지난해말 공개한 ‘8기가 플래시 메모리’를 보면 트랜지스터 80억개를 반도체 하나에 집적해 놓았다.


나노 분야에서는 반도체 집적도를 혁신적으로 높이기 위해 새로운 형태의 나노 전자소자를 개발하는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단전자 트랜지스터는 전자 1만개가 움직이는 기존의 트랜지스터와 달리 단 한개의 전자가 이동해 정보를 처리한다. 크기가 수nm에 불과하고 전기는 1만분의 1만큼만 필요하다.


이런 나노 전자소자를 적용하면 현재보다 수백배 더 집적이 가능해 기가비트(109bit)급보다 1천배 더 빠른 테라비트(1012bit)급 반도체 칩을 만드는 일이 가능하다. 이를 이용해 컴퓨터를 만들면 현재보다 수천배 빠르게 작동되면서도 크기는 손목시계보다도 작아진다. 또 한번 충전하면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으므로 모바일 컴퓨팅에도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난다.


BT 분야에서 최근 나노기술에 대한 기대가 한창 달아오르고 있다. 생명현상은 기본적으로 나노 스케일에서 벌어지고 있기 때문에 나노기술을 활용하면 지금까지 풀지 못했던 수많은 난제들을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기 때문이다.


분자 수준에서의 미묘한 변화를 감지하는 나노바이오 센서는 단 하나의 질병 바이러스가 있더라도 찾아낼 수 있다. 질병이 발생하면 곧바로 적절한 치료를 취할 수 있고, 확산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독감을 일으키는 인플루엔자 바이러스와 생화학 테러에 사용된 탄저균을 검출할 수 있는 나노바이오 센서 등은 이미 개발돼 있다.


나노기술을 활용하면 약물을 효과적으로 전달해 최적의 효과를 내는 획기적인 의약품 개발이 가능하다. 예를 들어 암세포를 인식하는 나노입자에 약을 실으면 약물이 정상인 세포까지 공격해 나타나는 항암치료의 부작용을 없앨 수 있다. 미래 의약품은 궁극적으로 나노로봇으로 진화할 것으로 예견되고 있다. 우리 몸속에서 질병과 직접 싸우는 백혈구와 같은 역할을 하는 나노로봇이 등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계 5위권 목표로 순항 중


현재 나노기술 관련 시장규모는 130억달러(약 13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과학재단(NSF)은 나노기술이 급성장해 2015년 경 전세계 시장규모가 1조달러(약 1천조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21세기의 부를 가져올 거대한 황금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선진 각국의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 미국은 연방재정 적자를 줄이기 위해 전체 R&D 예산은 줄이면서도 나노기술에 대한 투자는 오히려 강화해나가고 있다. 미국 정부의 나노 분야 투자액수는 매년 8억불(약 8천억원) 이상이며 민간 투자는 이를 상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은 5억불 이상을 연구개발비로 지원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민간보다 정부를 중심으로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이미 2001년에 나노기술 선진국 진입을 위해 관개 8개 부처와 협의해 나노기술종합발전 계획을 수립했다. 2003년에는 국가 차원의 종합적이고 체계적인 추진을 위해 ‘나노기술개발촉진법’을 제정해 효율성을 한층 높였다. 지난해 정부가 나노기술에 투자한 액수는 2천7백여억원.


구체적으로 과학기술부는 10년간 1천억원 이상을 지원하는 ‘21세기 프론티어사업’으로 나노 분야에서 3개 사업단을 운영하고 있다. 반도체 소자의 기술적 한계를 극복하고 초고집적, 초저소비전력 나노전자소자를 개발하기 위한 테라급나노소자개발사업단, 나노공정기술과 장비기술을 개발하기 위한 나노메카트로닉스기술개발사업단, 혁신적인 나노소재를 개발하기 위한 나노소재기술개발사업단이다.


또 나노소자 제작, 시험 분석에 필요한 고가 연구장비를 확보해 산학연이 공동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 종합지원시설인 나노종합팹센터가 지난 3월 16일 문을 열었다. 이희철 나노종합팹센터 소장은 “우리나라가 21세기 신산업혁명의 핵심 성장동력인 나노기술의 선진 5개국에 진입한다는 목표에 도달할 수 있는 핵심 인프라가 갖춰졌다”고 의미를 설명한다.


이 외에 산업자원부는 나노부품 실용화센터 지원사업 등을, 정보통신부는 NT와 IT의 융합기술 분야에 특화해 지원하고 있다.


정부의 발 빠른 움직임 덕분에 우리나라는 선진국보다 10여년 뒤늦게 시작했음에도 불구하고 나노기술이 글로벌 경쟁력을 확보해 나가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올해 1월 특허청이 발표한 ‘전세계 나노기술 특허 분석 보고서’를 보면 우리나라의 나노 특허가 급증하고 있으며, 기술력이 전세계 10위권에 도달한 것으로 분석됐다.


나노기술은 전세계적으로 이제 시작 단계이지만 인류를 한 단계 진화시킬 미래 기술이라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우리나라는 무엇보다 정부가 방향을 설정하고 상당한 예산을 지원중이어서 나노기술의 미래는 밝을 전망이다. 임상규 과학기술혁신 본부장은 “나노기술은 미래의 국가성장동력의 핵심이며, 정보통신, 부품소재, 바이오기술 등 모든 분야와 밀접한 관련을 맺는 핵심요소이기 때문에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평가한다.

김홍재 기자
ecos@ksf.or.kr
저작권자 2005-03-2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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