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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03-20

약 남용이 위험한 이유 장내 미생물과 약의 상호작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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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병 치료 등을 위해 먹는 약 네 가지 중 한 개는 우리의 장내 미생물 성장을 억제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러한 약은 특히 항생제 같은 부작용을 일으키고 항생제 내성을 촉진할 수 있다는 것이다.

독일 하이델베르크 소재 유럽분자생물학연구소(EMBL) 연구팀은 인체의 장에 서식하는 대표적인 40종의 박테리아에 대해 시중에서 파는 1000가지 이상의 약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했다. 그 결과 비항생제의 4분의 1 이상(923개 가운데 250개)이 인체 미생물군 중 최소한 한 종 이상의 박테리아 성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발견해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19일자에 보고했다.

이 연구는 EMBL의 그룹 리더인 피어 보크( Peer Bork) 박사를 비롯해 키란 파틸( Kiran Pati), 나소스 티파스(Nassos Typas), 게오르그 젤러(Georg Zeller) 박사가 수행했다.

통상 먹는 약이 우리 몸의 장내 미생물군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나왔다.  CREDIT: Iulia Cartasiova/EMBL
통상 먹는 약이 우리 몸의 장내 미생물군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가 나왔다. CREDIT: Iulia Cartasiova/EMBL

광범위하게 퍼진 현상

우리 몸의 장내에는 수많은 종류의 박테리아가 서식하고 있으며, 이를 집합적으로 장내 미생물군집(gut microbiome)이라 일컫는다. 최근 10년 사이의 많은 연구 결과 장내 미생물군 구성이 인체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이 분명해 졌다. 이런 가운데 항생제가 이 장내 미생물군에 예를 들면 위장관 부작용 같은 큰 충격을 준다는 것도 잘 알려지게 되었다.

최근에는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몇 가지 비항생제 약물이 장내 미생물군 구성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 영향이 어디까지 미치는지 전체 범위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다. 이번 논문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약과 개별 장내 박테리아 간의 직접적인 상호작용을 체계적으로 규명한 최초의 연구다. 이 연구에 따르면 감염을 억제하는 항감염제뿐만 아니라 모든 부류의 치료 약물들이 다른 장내 미생물의 성장을 저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피터 보크 박사는 “별 관계 없는 약물들이 이차적으로 장내 미생물에 타격을 가하는 경우가 많아서 깜짝 놀랐다”며, “특히 이번 연구는 실제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약물 수가 훨씬 많을 것이라는 예측을 하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장내 미생물군 구성의 변화는 약물 부작용으로 나타나지만 반대로 이를 약물의 유익한 측면으로 활용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장내 박테리아가 트립토판으로부터 생리활성 화합물(indole 및 특정 유도체)을 생합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러스트.  CREDIT: Wikimedia Commons / Slashme, Zhang LS, Davies SS
장내 박테리아가 트립토판으로부터 생리활성 화합물(indole 및 특정 유도체)을 생합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일러스트. CREDIT: Wikimedia Commons / Slashme, Zhang LS, Davies SS

키란 파틸 박사는 “이것은 단지 시작에 불과한 것으로서, 우리는 대부분의 약물이 어떻게 미생물을 타겟으로 삼는지, 그 결과가 인체에서는 어떻게 나타나는지 그리고 임상적 결과는 무엇인지에 대해 아직 모른다”며, “이에 대한 지식은 기존 약물들에 대한 이해와 효능을 극적으로 향상시킬 수 있기 때문에 이 관계를 신중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알려지지 않은 위험과 새로운 길

이 연구는 또한 비항생제 약물 소비가 항생제 내성을 증가시킬 수 있다는, 이전에는 주목되지 않았던 새로운 위험을 강조한다. 인체를 겨냥한 약과 항생제에 대한 미생물의 일반적인 내성 메커니즘이 크게 겹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소스 티파스 박사는 “이것은 두려운 일이나 종종 많은 비항생제 약물을 장기 복용하는 상황에서 모든 약이 장내 미생물에 영향을 끼치는 것도 아니고 모든 내성이 공통적으로 나타나지도 않는다”며, “어떤 경우에는 특정 비항생제에 대한 내성이 특정 항생제에 대한 감수성을 촉발해 최적의 치료 약 조합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고 밝혔다.

장내에서 효모로 자라는 이형태(二形態) 곰팡이류인 캔디다 알비칸스 (Candida albicans)  CREDIT: Wikimedia Commons / Y tambe
장내에서 효모로 자라는 이형태(二形態) 곰팡이류인 캔디다 알비칸스 (Candida albicans) CREDIT: Wikimedia Commons / Y tambe

개인 맞춤의약의 새로운 가능성 열어

게오르그 젤러 박사는 “복잡한 미생물군집에서 약과 미생물 사이의 상호작용을 탐구할 수 있어서 매우 흥분됐다”며, “무엇보다 똑같은 약인데도 왜 사람에 따라 다른 반응을 나타내는지를 이해하는데 도움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우리들 모두는 마치 개성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각자 독특한 미생물군집을 가지고 있다. 여러  같은 종의 미생물을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외에 다른 종의 미생물을 보유하고 있고, 같은 종의 미생물이라 하더라도 개인마다 가지고 있는 개별 미생물들은 각각 다르다.

이런 미생물 종들은 약에 대한 반응을 비롯해 매우 상이한 기능성을 보일 수 있다. 따라서 많은 약-미생물 사이의 상호작용은 개인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에 개인별 미생물군집을 겨냥한 개인맞춤형 약물요법의 새로운 길을 열어줄 것으로 보인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3-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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