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인 자동차가 꼬불꼬불 구부러진 길을 주행하다 방향을 급히 틀어야 하는 지점에서 공이 굴러오고 있었다. 차 안에 있는 사람은 그 공을 볼 수 없었지만 무인차는 공을 피하기 위해 멈춰 섰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무인차가 가까운 물체로부터 나오는 빛을 감지하는 민감한 레이저 기술을 갖추고 있어 모서리 주변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시나리오는 미국 스탠포드대 연구원들이 볼 수 없는 개체의 이미지를 생성할 수 있는 시스템에 대해 고려하고 있는 여러 사례 가운데 하나다. 이들 연구팀은 자율주행차량에 사용할 응용장치 개발에 중점을 두고 있으며, 그 중 일부 응용장치는 자동차 주변의 물체를 탐지하는 것과 유사한 레이저 기반 시스템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이 장치들은 다른 용도로도 확장이 가능하다. 공중 비행 차량에 의해 가려진 윗 쪽을 살피거나 구조팀이 무너진 건물더미 뒤에 있는 사람들을 찾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이 연구는 과학저널 ‘네이처’(Nature) 3월 5일자에 소개됐다. 연구의 시니어 저자인 고든 웨츠스타인(Gordon Wetzstein) 전기공학과 조교수는 “마술처럼 보이지만 눈에 안 보이는 비가시선(non-line-of-sight) 상에 있는 물체를 이미지화하는 것은 실제로 가능하다”고 밝혔다. 관련 동영상
레이저 산란 빛 포착, 영상으로 처리
연구팀은 모서리 둘레에 가려진 보이지 않는 물체의 영상을 포착하기 위해, 모서리 주변에서 레이저를 산란시키는 방법 외에 포착한 빛을 최종 영상으로 처리할 때의 효율과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 알고리듬 개발에서도 진전을 보이고 있다.
논문 공저자이자 스탠포드 전산 이미지 연구소 연구원인 데이비드 린들(David Lindell) 대학원생은 “보이지 않는 비가시선상에 있는 물체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데서 부닥치는 실질적인 어려움은 잡신호가 뒤섞인 측정치에서 숨겨진 대상 물체의 3차원 구조를 복원하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라며, “이 방법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전산적으로 얼마나 효율적인가로 생각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시스템 개발을 위해 고감도의 광자 검출기 옆에 레이저를 설치해 단일 입자의 빛까지도 기록할 수 있도록 했다. 벽에 레이저 빛의 펄스를 쏘면 사람의 눈에 보이지 않는 펄스가 모서리 주변의 물체로부터 반사돼 벽과 탐지기로 되돌아 온다. 펄스를 쏘는 이 스캔 방법은 현재 숨겨진 물체가 받는 조명이나 반사율 같은 조건에 따라 2분에서 1시간까지 걸린다.
일단 스캔이 끝나면 알고리듬이 포착된 광자의 경로를 풀어낸다. 마치 TV의 범죄 영화에 나오는 환상적인 이미지 향상 기술처럼 흐릿한 얼룩은 훨씬 더 뚜렷한 형태를 갖추게 된다. 이 작업은 1초 이내에 완료되며 일반 노트북에서 실행할 수 있어 효율적이다. 연구팀은 알고리듬의 작동 원활 여부에 따라 속도를 올려 스캔이 완료됨과 거의 동시에 작업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실제 ‘야전’에서의 활용성
연구팀은 현실세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다양한 사항들을 더욱 잘 처리하고 스캔작업도 더 빨리 완료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향상시키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예를 들어 물체까지의 거리가 멀고 주변 광량이 약하면 보이지 않는 물체를 포착하는데 필요한 빛 입자를 제대로 확인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또 이 기술은 산란된 빛 입자들을 분석하고 있으나, LIDAR로 알려진 현재 자동차에 장착된 안내 시스템은 이 입자들을 의도적으로 무시하고 있다.
논문 공저자인 스탠포드 전산 영상연구소 매튜 오툴(Matthew O'Toole) 박사후 과정 연구원은 “LIDAR 시스템을 위한 전산 알고리듬이 이미 준비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중요한 것은 LIDAR의 현재 하드웨어가 이러한 유형의 이미징을 지원하는가 여부”라고 말했다.
이 시스템은 실제 도로주행에 활용되기 전에 낮에 그리고 움직이는 물체가 있을 때 혹은 볼이 튀어나오거나 달려오는 어린이가 있을 때 더욱 잘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연구팀은 그들의 기술을 간접 조명이 있는 실외에서 성공적으로 테스트했다. 이 테스트에서는 교통경찰이나 쓰레기 수거자들이 입는 안전복이나 교통판같이 역반사되는 물체를 특히 잘 찾아냈다.
연구팀은 이 결과를 볼 때 이 기술이 현재의 자동차에 장착되면 도로표지판과 안전조끼, 도로 위에 표시된 표지 등을 쉽게 감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지만, 반사가 안되는 옷을 입은 사람을 식별하는 데는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웨츠스타인 교수는 “이 기술은 우리 모두에게 편의를 더해줄 수 있는 이 분야에서의 큰 진전”이라며, “앞으로 이 기술이 ‘야전’에서도 더욱 실용적으로 활용될 수 있도록 개선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 hanbit7@gmail.com
- 저작권자 2018-03-06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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