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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8-02-27

임신부 면역성 염증, 아기 뇌 발달에 영향 끼쳐 조현병이나 자폐증 위험과도 관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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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신부의 면역시스템 활성화로 인한 염증 반응이 아기의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영향은 특히 태아 때뿐만 아니라 생후 돌 전후에까지도 미치며, 조현병이나 자폐증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동병원 소아과 ‘마인드 발달 연구소’ 소장인 브래들리 피터슨(Bradley Peterson) 박사팀은 임신 후기 3개월 동안 단기 및 장기간 뇌 기능이 면역계 활동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신경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 26일자에 발표했다.

면역반응은 감염과 스트레스, 질병, 알레르기 같은 많은 유발 인자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유발인자가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에 의해 탐지되면 염증 반응의 일부로 단백질이 방출되게 된다. 동물 실험 결과 이런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동안에 방출된 일부 단백질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사람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그동안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이번 연구는 이 같은 면역반응이 신생아의 신경계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실시됐다.

신생아 뇌의 돌기 네트워크 연결성을 나타낸 사진. A)는 seed 연결성에 사용된 관심 영역. 좌우 insula와 dACC 시드들이 녹색으로 표시돼 있다. B)는 왼쪽, C)는 오른쪽 insula 연결성. Insula는 주로 반대쪽 insula, 양측 편도선(amyg), 동측 해마(hippo), 동측 기저핵(BG), 동측 IFG, 동측 측두엽(TG) 및 dACC에 기능적으로 연결돼 있다. D)는 뒷쪽 ACC 연결성. dACC 연결성은 주로 dlPFC, mPFC, SMA 및 양측 전방 insula와 관계된다. CREDIT: Spann et al., JNeurosci (2018)
신생아 뇌의 돌기 네트워크 연결성을 나타낸 사진. A)는 seed 연결성에 사용된 관심 영역. 좌우 insula와 dACC 시드들이 녹색으로 표시돼 있다. B)는 왼쪽, C)는 오른쪽 insula 연결성. Insula는 주로 반대쪽 insula, 양측 편도선(amyg), 동측 해마(hippo), 동측 기저핵(BG), 동측 IFG, 동측 측두엽(TG) 및 dACC에 기능적으로 연결돼 있다. D)는 뒷쪽 ACC 연결성. dACC 연결성은 주로 dlPFC, mPFC, SMA 및 양측 전방 insula와 관계된다. CREDIT: Spann et al., JNeurosci (2018)

모태에서부터 젖먹이시기까지 두뇌 발달상태 조사

연구팀은 연구를 위해 임신 중기 3개월인 젊은 여성들을 모집했다. 참여 여성들이 임신 후기 3개월일 때 이들에 대해 혈액검사와 태아 심장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태어난 아기가 14개월이 되었을 때 이들 신생아에 대한 해부학적 뇌 스캔과 인지 행동 평가를 시행했다.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의 연령대(14~19세)는 10대로서 정신사회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염증 위험이 높은 시기였다.

이 같은 전향적인 연구 설계에 따라 피터슨 박사팀은 태내에서의 결정적인 두뇌 발달시기로부터 출생을 거쳐 젖먹이 시기에 이르기까지 아기들의 발달상태를 추적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산모 혈액에 있는 염증 표지자와 태어난 아기의 신경시스템 변화 사이의 가능한 연결고리를 조사했다.

임신 후기 3개월 기간에 채취한 임신부의 혈액에서는 항체생산세포인 인터루킨-6(IL-6)와 염증이 생기면 간에서 합성돼 피 속에서 농도가 증가하는 단백질인 CRP 수준을 테스트했다. 두 가지 단백질 모두 면역계가 작동하면 수치가 높아진다. 피터슨 박사팀은 또한 태아 신경계 발달의 지표로 태아의 심박수를 모니터링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연구팀은 CRP가 태아의 심박동 변동성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태아 심박수는 신경 시스템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 사실은 모체의 염증이 신경시스템 곧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가리킨다.

감염이나 스트레스 등에 의한  임신부의 심한 면역성 염증 반응은 태아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태교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케 한다.
감염이나 스트레스 등에 의한 임신부의 심한 면역성 염증 반응은 태아의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태교의 중요성을 다시 생각케 한다. Credit: Pixabay

임신부 면역반응 촉발자, 조현병이나 자폐증과 관련”

연구팀은 아기들이 태어난 뒤 첫 몇 주 동안 MRI 뇌 스캔을 실시했다. 이 스캔 결과를 조사해 보니 초기의 신경 발달과 출생 전 요인들의 영향에 대한 독특한 모습이 관찰됐다. 뇌 영상에서는 모체의 IL-6 및 CRP 수치 상승과 관련된 특정 뇌 영역 사이의 통신에서 현저한 변화가 발견됐다. 이 두뇌 영역은 총괄해서 돌기(salience) 네트워크라 불리는 곳으로 이 네트워크는 두뇌로 들어오는 자극들이 주의를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해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남캘리포니아대 소아과 교수이기도 한 피터슨 박사는 “우리 두뇌는 우리 몸과 외부 세계로부터 끊임없이 정보를 받고 있다”며, “돌기 네트워크는 그런 정보들을 검토해 무엇이 중요한지를 결정하고 행동을 취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종류의 감염을 비롯해 이 네트워크의 기능 장애와 임신부의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다른 촉발자들은 조현병이나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와 같은 정신질환 발병과 관계가 있다. 피터슨 교수팀의 연구는 모성의 염증을 신생아의 뇌신경 돌기 네트워크 문제와 연결시킨 첫 사례다.

산모가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고 평안하게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어린이들 만드는 첫 걸음이다.  Credit: Pixabay
산모가 몸과 마음을 모두 건강하고 평안하게 유지하는 것이 건강한 어린이를 만드는 첫 걸음이다. Credit: Pixabay

모성의 면역성 염증 영향 유아기까지 계속돼

모성의 염증 표지자가 갖는 상관성은 신생아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아기까지 지속됐다. 연구 대상 아기들이 14개월이 되었을 때 연구팀은 아기들의 운동능력과 언어 발달 및 행동을 평가했다. ‘유아와 영아의 베일리 발달 지표 제3판’에 평가치를 대입한 결과 IL-6 및 CRP 수치가 모두 상승된 산모에게서 태어난 유아들의 점수에서 현저한 변화가 발견됐다.

이 같은 면역 요인들이 두뇌 발달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지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이 분야 연구에 중요한 첫 발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피터슨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빠졌던 부분들을 채워준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연구에서 제시되었듯이 이번 연구는 모체 혈액에 있는 염증 표지자가 어린이 뇌 발달에서의 단기 및 장기적 변화와 관련돼 있음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이제 어린이들이 그런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을 방지하고 모태에서부터 영아기에 이르기까지 가장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김병희 객원기자
hanbit7@gmail.com
저작권자 2018-02-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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