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부의 면역시스템 활성화로 인한 염증 반응이 아기의 두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새로운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 영향은 특히 태아 때뿐만 아니라 생후 돌 전후에까지도 미치며, 조현병이나 자폐증과도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아동병원 소아과 ‘마인드 발달 연구소’ 소장인 브래들리 피터슨(Bradley Peterson) 박사팀은 임신 후기 3개월 동안 단기 및 장기간 뇌 기능이 면역계 활동에 의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발견해 ‘신경과학 저널’(Journal of Neuroscience) 26일자에 발표했다.
면역반응은 감염과 스트레스, 질병, 알레르기 같은 많은 유발 인자에 의해 일어날 수 있다. 이런 유발인자가 우리 몸의 면역시스템에 의해 탐지되면 염증 반응의 일부로 단백질이 방출되게 된다. 동물 실험 결과 이런 염증 반응이 일어나는 동안에 방출된 일부 단백질이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으나 사람에 대한 영향에 대해서는 그동안 알려진 바가 거의 없었다. 이번 연구는 이 같은 면역반응이 신생아의 신경계 발달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조사하기 위해 실시됐다.

모태에서부터 젖먹이시기까지 두뇌 발달상태 조사
연구팀은 연구를 위해 임신 중기 3개월인 젊은 여성들을 모집했다. 참여 여성들이 임신 후기 3개월일 때 이들에 대해 혈액검사와 태아 심장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태어난 아기가 14개월이 되었을 때 이들 신생아에 대한 해부학적 뇌 스캔과 인지 행동 평가를 시행했다.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의 연령대(14~19세)는 10대로서 정신사회적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염증 위험이 높은 시기였다.
이 같은 전향적인 연구 설계에 따라 피터슨 박사팀은 태내에서의 결정적인 두뇌 발달시기로부터 출생을 거쳐 젖먹이 시기에 이르기까지 아기들의 발달상태를 추적할 수 있었다. 연구팀은 이 같은 과정을 통해 산모 혈액에 있는 염증 표지자와 태어난 아기의 신경시스템 변화 사이의 가능한 연결고리를 조사했다.
임신 후기 3개월 기간에 채취한 임신부의 혈액에서는 항체생산세포인 인터루킨-6(IL-6)와 염증이 생기면 간에서 합성돼 피 속에서 농도가 증가하는 단백질인 CRP 수준을 테스트했다. 두 가지 단백질 모두 면역계가 작동하면 수치가 높아진다. 피터슨 박사팀은 또한 태아 신경계 발달의 지표로 태아의 심박수를 모니터링했다.
이 과정을 통해서 연구팀은 CRP가 태아의 심박동 변동성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태아 심박수는 신경 시스템으로부터 큰 영향을 받기 때문에 이 사실은 모체의 염증이 신경시스템 곧 뇌 발달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가리킨다.
“임신부 면역반응 촉발자, 조현병이나 자폐증과 관련”
연구팀은 아기들이 태어난 뒤 첫 몇 주 동안 MRI 뇌 스캔을 실시했다. 이 스캔 결과를 조사해 보니 초기의 신경 발달과 출생 전 요인들의 영향에 대한 독특한 모습이 관찰됐다. 뇌 영상에서는 모체의 IL-6 및 CRP 수치 상승과 관련된 특정 뇌 영역 사이의 통신에서 현저한 변화가 발견됐다. 이 두뇌 영역은 총괄해서 돌기(salience) 네트워크라 불리는 곳으로 이 네트워크는 두뇌로 들어오는 자극들이 주의를 기울일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결정해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남캘리포니아대 소아과 교수이기도 한 피터슨 박사는 “우리 두뇌는 우리 몸과 외부 세계로부터 끊임없이 정보를 받고 있다”며, “돌기 네트워크는 그런 정보들을 검토해 무엇이 중요한지를 결정하고 행동을 취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다양한 종류의 감염을 비롯해 이 네트워크의 기능 장애와 임신부의 면역반응을 일으키는 다른 촉발자들은 조현병이나 자폐성 스펙트럼 장애와 같은 정신질환 발병과 관계가 있다. 피터슨 교수팀의 연구는 모성의 염증을 신생아의 뇌신경 돌기 네트워크 문제와 연결시킨 첫 사례다.
모성의 면역성 염증 영향 유아기까지 계속돼
모성의 염증 표지자가 갖는 상관성은 신생아기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유아기까지 지속됐다. 연구 대상 아기들이 14개월이 되었을 때 연구팀은 아기들의 운동능력과 언어 발달 및 행동을 평가했다. ‘유아와 영아의 베일리 발달 지표 제3판’에 평가치를 대입한 결과 IL-6 및 CRP 수치가 모두 상승된 산모에게서 태어난 유아들의 점수에서 현저한 변화가 발견됐다.
이 같은 면역 요인들이 두뇌 발달의 변화에 미치는 영향이 어떠한지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더 많은 작업이 필요하지만, 연구팀은 이번 연구가 이 분야 연구에 중요한 첫 발을 내디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피터슨 교수는 “이번 연구는 그동안 빠졌던 부분들을 채워준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연구에서 제시되었듯이 이번 연구는 모체 혈액에 있는 염증 표지자가 어린이 뇌 발달에서의 단기 및 장기적 변화와 관련돼 있음을 보여주며, 이를 통해 이제 어린이들이 그런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을 방지하고 모태에서부터 영아기에 이르기까지 가장 건강하게 자라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는데 도움을 준다”고 밝혔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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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8-02-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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