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일 카이스트 KI 빌딩 퓨전홀에서 미래도시포럼, 카이스트 재난학 연구소,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이 공동주관하는 2018 미래도시 심포지움(City of Tomorrow Symposium)이 열렸다.
‘도시적 삶의 도전과 기회’라는 주제로 진행된 이번 심포지움은 2017년 11월 출범한 미래도시포럼 설립 취지에 걸맞게 환경, 재난, 복지, 통신기술 등 여러 분야 전문가들의 발표로 구성되었다.
미래도시포럼은 도시를 인간, 자연, 기술, 문화 등을 포함하는 하나의 커다란 유기체로 보고, 산·학·연 연구자와 지방자치단체 등이 다양한 분야 간 네트워크 형성과 협력을 촉구하기 위해 설립되었다.
초대 위원장인 카이스트 장성주 교수는 “도시는 우리가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무대이자 인류 문명 발전의 척도”라며 현대인이 도시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밝히기도 했다.
미래의 교통의 변화와 전망
카이스트 전기및전자공학부 조동호 교수는 앞으로의 교통 시스템이 어떻게 바뀔 것인가에 대한 질문으로 발표를 시작했다. 교통을 연구하는 그가 미래도시에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교통의 인프라(infrastructure)다.
교통은 과거부터 오늘날까지 꾸준하게 도시문제의 주요 주제로 지적되어 왔다. 공기오염, 교통혼잡, 운전자의 고령화 등은 교통 환경과 관련하여 우리 사회에서 심각하게 논의된다.
그 중에서도 공기오염은 미세먼지 문제로 인해 최근 몇 년사이 더욱 크게 주목받는 이슈다.
그는 “매년 1000대의 버스가 평균 9년 정도의 수명을 다해서 폐차 되는데, 폐차된 차를 천연가스(CMD) 버스로 대체하는 것은 미세먼지 해결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며 “내연기관차가 아닌 전기차로 바꾸는 것이 맞다”고 설명했다.
조 교수는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전기를 활용하는 자율주행차가 도입될 날이 머지않았다고 보았다. 자율주행차 이용은 개인이 차량을 소유하지 않고 공유하는 형식으로 전체 차량의 대수가 줄어 교통혼잡이 감소하고, 전기차의 사용은 공기오염원을 제거할 것이며, 상황판단능력이 저하된 노인이 직접 운전을 할 일이 없으므로 교통사고도 감소하게 된다.
조동호 교수는 “여기서 국가가 해야 할 일은 차를 만드는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차를 제조하는 것은 국가보다는 기업에 맡기는 것이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덧붙여 그는 “대신 국가는 차량을 위한 인프라를 지원하는 일”을 해야 한다고 말하며, 인프라의 중요성을 시범 주행 중인 자율주행차의 한계로부터 지적했다. “지금의 자율주행차는 제한된 환경에서는 안전을 보장하지만, 밤이나 날씨가 궂은 날에는 사고의 확률이 굉장히 높아진다. 그리고 기존의 차가 자율주행차가 함께 주행하는 경우는 더 심각하다. 사고가 급증할 것이다.”
문제는 자율주행차가 사람 운전자를 기준으로 하는 교통 인프라를 사용하는 것이다. 이에 조 교수는 “ICT 기술을 활용하여 차와 차 사이를 연결하고 도로와 신호체계를 연계하여 각각이 모두 정보를 주고받을 수 있는 지능형 스마트 도로 인프라가 필요하다.
차량뿐만 아니라 도로 환경에도 지능을 넣는 것이다. 이러한 인프라 내의 자율주행차는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며 자율주행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했다.
조 교수는 인프라 구축을 위한 기술 세 가지를 구체적으로 소개했다. 디지털 도로 인프라, 로지컬 도로 인프라, 에드혹 차량 인프라 기술이다.
디지털 도로 인프라 기술은 5G 이동통신을 기반으로 하며 기존 자율주행차의 차량 내 센서를 IoT 기술을 활용해 도로 인프라 센서로 확장함으로써 도로 공간과 환경에 대한 정보 수집을 원활하게 한다. 로지컬 도로 인프라는 빅데이터와 관련된 인프라이다. 실시간 통합 빅데이터 인터페이스 기술 개발은 다양한 무인자율 교통수단을 제어할 수 있게 한다. 에드혹 차량 인프라 기술은 항법과 센싱 기술을 인프라 기술에 적용하여 이동 거리별로 최적화된 여러 교통수단의 활용을 돕는다.
조동호 교수는 “교통 인프라가 지능화되어 모든 것들이 연결된다면 자율주행의 시대가 올 것이다. 차선의 경계가 사라지고 누구나 목적지까지 공평하고 편리하고 안전하게 이동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하면서 “교통사고 감소, 운전시간 활용을 통한 삶의 질 향상, 배출가스와 감소로 에너지 절감 등의 사회경제적 효과도 기대된다”라고 덧붙였다.
도시에서 사람 연결하기
카이스트 전산학과 송준화 교수의 관심사 역시 연결이었다. 그는 “도시는 사람이 함께 모여 사는 곳이지만 연결은 되어있지 않다”라고 말한다. SNS도 어떤 점에서는 사람들을 연결해주고 있지만, 송 교수가 생각하는 진정한 연결의 의미에는 부합하지 않는다.
그는 “사람들은 혼자는 운동하지 않으니까 헬스장을 등록한다. 하지만 막상 헬스장에 가면 또 혼자 운동을 하게 된다”라고 예를 들면서 “이것이 50%의 사람들이 6개월도 안되어 헬스장 등록을 포기하는 이유일 것”이라고 추측했다.
여러 가지 생각을 거쳐 송 교수와 그의 학생들이 개발한 것은 함께 운동하는 게임 플랫폼. “2인 3각 놀이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만들었다. 가상 공간에 있는 오리배를 조절하는 게임이다. 참여자들이 운동을 하는 속도의 차이를 이용해 방향을 조절하고, 서로의 속도를 맞춰 앞으로 나아간다” 그는 “이 게임은 사람들을 함께 있도록 연결한다”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송 교수의 연구는 부모와 아이의 사이를 연결하는 기술이다. 아이의 얼굴도 볼새 없이 바쁜 부모와 아이는 어떻게 연결될 수 있을까. 그가 ‘목소리’에 집중해서 녹음된 목소리로 동화책을 읽어주는 인터페이스를 만들었다. 부모가 자투리 시간을 활용해 동화책을 한두 문장씩 읽으면 기술은 녹음된 목소리를 엮어 하나의 책으로 만든다. 아이는 비록 부모와 함께 오랜 시간 같이 보내지는 못하더라도 부모의 목소리로 동화를 들으면서 부모와의 친밀도를 높인다.
그 외에도 그는 광장, 공연장과 같은 거대한 도시공간에서 대중들이 서로 연결되어있다는 느낌을 받기 위해서 어떤 장치가 필요한지에 대해 연구했다. 송 교수는 인구의 밀집도가 높은 곳에서 활용 가능한 스마트폰을 활용한 카드섹션(Card-Stunt)을 개발했다. 빛을 활용한 기술로 카메라 켜고 잠시 들고 있으면 된다. 여러 상대의 위치를 통해 위치 정보를 계산하고 그 위치를 기반으로 메시지를 형상화할 수 있게 된다.
마지막으로 송 교수는 “나의 관심사는 사람이다. ‘그렇다면 사람이 모인 도시는 무엇일까’라는 질문은 소통의 문제로 이어진다. 기술에 관계를 담아내는 일이 내가 하는 일이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이날 행사는 기후변화와 미래도시, 미래헬스케어, 도시와 재난, IoT와 블록체인 등의 다양한 주제 강연이 진행되었다.
- 최혜원 자유기고가
- heyone@kaist.ac.kr
- 저작권자 2018-02-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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