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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7-10-30

고대 일식으로 이집트 역사 확인 논란 많던 구약성경 천문현상 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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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기록된 가장 오래된 일식 발생 날짜가 영국 과학자들에 의해 밝혀졌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과학자들은 구약성경 여호수아기에 나오는 일식 현상이 지금부터 3200여년 전인 기원 전(BC) 1207년 10월 30일 오후에 일어났다고 발표했다. 이 발견은 고대 세계의 역사 기술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연구원들은 이를 바탕으로 성경 문구와 고대 이집트 기록을 조합해 이집트 파라오 시대 특히 라메세스 대왕(라메세스 2세)의 정확한 통치 시기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연구 결과는 왕립천문학회(Royal Astronomical Society ) 저널 ‘천문학과 지리물리학’( Astronomy & Geophysics) 10월 호에 게재됐다.

구약성경 여호수아기에 기록된 '해가 멈췄다..'는 구절을 그림으로 나타낸 영국 화가 존 마틴(1789-1854)의 작품
구약성경 여호수아기에 기록된 '해가 멈췄다..'는 구절을 그림으로 나타낸 영국 화가 존 마틴(1789-1854)의 작품 Credit: Wikimedia Commons

해가 그대로 서 있고, 달이 멈추어 있었다….”

문제의 구약성경 구절(여호수아기 10장 12~14절, 아래)은 수세기 동안 성경학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그 당시 상황은 여호수아가 이스라엘 백성을 가나안 땅으로 인도한 바로 후의 일로 알려져 있다. 가나안 지역은 현대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을 포괄하는 고대 근동지역이다.

‘(12절) 주님께서 아모리족을 이스라엘 자손들 앞으로 넘겨주시던 날, 여호수아가 주님께 아뢰었다. 그는 이스라엘이 보는 앞에서 외쳤다. “해야, 기브온 위에, 달아, 아얄론 골짜기 위에 그대로 서 있어라.” (13절) 그러자 백성이 원수들에게 복수할 때까지 해가 그대로 서 있고 달이 멈추어 있었다. 이 사실은 야사르의 책에 쓰여 있지 않은가? 해는 거의 온종일 하늘 한가운데에 멈추어서, 지려고 서두르지 않았다.’ (가톨릭 ‘굿뉴스’ 구약성경에서)

논문 공저자인 케임브리지대 재료과학 및 금속공학과 콜린 험프리(Colin Humphreys) 경은 “이 단어들이 실제적인 관찰을 묘사하고 있다면 중요한 천문학적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며, “우리가 알아내야 할 문제는 이 문구가 실제로 무엇을 의미하느냐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학자이나 과학적 지식을 성경과 연관시키는 일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여호수아 10 장 9-10 절에 따라 길갈에서 시작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이 간 길을 보여주는 가나안 지방 지도. A&G | © 2017 Royal Astronomical Society
여호수아 10 장 9-10 절에 따라 길갈에서 시작하여 이스라엘 사람들이 간 길을 보여주는 가나안 지방 지도. A&G | © 2017 Royal Astronomical Society

움직임이 아니라 ‘빛을 내기를 멈췄다’로 해석 가능”

험프리 경은 “1611년의 킹 제임스 번역본을 따르는 현대 영어 번역 성경은 통상 이 구절을 해와 달이 움직임을 멈췄다는 뜻으로 해석한다”며, “그러나 우리는 히브리 원본에서 해와 달이 통상 하는 일 즉 빛을 내기를 멈췄다는 의미로도 해석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말했다. 이런 맥락에서 히브리 단어들은 달이 태양과 지구 사이를 통과할 때 해가 빛내기를 멈춘 것처럼 보이는 태양의 일식에 대해 언급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해석은 ‘정지해 있다’(stand still)는 히브리 단어가 고대 천문학 문서에서 일식을 묘사하기 위해 사용된 바빌로니아 단어와 같은 뿌리를 갖고 있다는 사실로 뒷받침된다”고 말했다.

험프리 경 및 그와 함께 논문을 쓴 그레이엄 와딩턴(Graeme Waddington) 교수(천문물리학)는 이 성서 구절이 일식을 언급하는 것이라고 맨 먼저 제안한 사람들은 아니다. 그러나 초기 역사학자들은 이를 증명하기 위해 필요한 계산이 너무 복잡해서 그 가능성을 깊이 조사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다른 한편으로 이 날은 공백이 생긴 ‘비어진 날’이라고 해서 천문학자들 사이에서 논란이 분분했었다.

개기일식(왼쪽, 1999년 프랑스) 사진과 금환 일식(2012년 5월) 사진. Credit: Wikimedia Commons / Luc Viatour  / Smrgeog
개기일식(왼쪽, 1999년 프랑스) 사진과 금환 일식(2012년 5월) 사진. Credit: Wikimedia Commons / Luc Viatour / Smrgeog

당시 일식은 개기식 아닌 고리 모양의 금환식”

이스라엘 사람들이 기원 전 1500년~1050년 사이에 가나안에서 살았다는 독립적인 증거는 유명한 라메세스 대왕의 아들인 파라오 메르넵타(Merneptah)의 업적을 기록한 ‘메르넵타 석비’(Merneptah Stele)에서 발견된다. 카이로 이집트 박물관에 보관돼 있는 이 대형 화강암 비석은 메르넵타 재위 5년 차에 새겨졌으며, 가나안 원정에서 이스라엘 사람들을 무찔렀다는 내용이 기록돼 있다.

초기 역사학자들은 이 두 개의 문구, 즉 구약성경과 메르넵타 비석의 글귀를 사용해 가능한 일식 날짜를 확인하려 했으나 실패했다. 태양과 지구 사이로 달이 통과할 때 해를 완전히 가리는 개기일식만을 찾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들이 놓친 것은 금환일식이었다. 금환식은 달이 태양과 너무 멀리 떨어진 궤도를 통과하기 때문에 태양을 완전히 가리지 못해 ‘불의 고리’ 같은 모양이 나타나게 된다. 고대에는 개기일식이나 고리 모양의 환상 일식에 모두 같은 단어가 사용됐다.

기원 전 1207년 10월 30일 오후 가나안 지역을 직접 지나간 금환 일식 경로.  A&G | © 2017 Royal Astronomical Society
기원 전 1207년 10월 30일 오후 가나안 지역을 직접 지나간 금환 일식 경로. 작은 점같은 원은 아제카(Azekah) . A&G | © 2017 Royal Astronomical Society

새 일식 코드 개발해 파라오 통치기간 조정

연구팀은 시간 경과에 따른 지구 자전의 변화를 고려한 새로운 일식 코드를 개발했다. 그에 따라 계산한 결과 기원 전 1500년과 1050년 사이 가나안 지방에서 볼 수 있는 유일한 금환식이 기원 전 1207년 10월 30일 오후에 일어났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의 주장이 받아들여진다면 이 일식은 지금까지 기록된 것 중 가장 오래된 일식일 뿐 아니라 라메세스 대왕(재위 BC 1279~1213 추정)과 그의 아들 메르넵타(재위 BC 1213~1203 추정)의 통치기간을 1년 이내로까지 좀더 정확하게 유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험프리 경은 일식이 “고대 세계에서 사건이 일어난 날짜를 유추하는 고정 포인트로 종종 사용된다”고 말했다. 연구팀의 새로운 계산법을 적용하면 메르넵타의 통치는 기원 전 1210년이나 1209년에 시작된 것으로 나온다. 이집트 문서에 나오는 라메세스 대왕과 메르넵타의 통치기간을 감안하면 라메세스 대왕은 기원 전 1276~1210년 사이에 1년을 더하거나 줄인 것이 가장 정확한 재위기간이다.

험프리 경은 “파라오들의 정확한 재위 기간은 이집트학 연구자들에게 다소 불확실성을 안겨주었다”며, “이 계산법이 받아들여진다면 여러 파라오들의 통치기간을 조정해 좀더 정확한 날짜를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10-3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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