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안면인식 시스템을 개발해오던 영국 런던 경찰은 최근 심각한 곤란에 빠져 있다. 지난 런던에서 열린 유럽 최대의 거리축제 ‘노팅힐 카니발’에 참석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안면인식 시스템을 적용했는데 35명의 그릇된 정보가 나왔다.
그 중 1명은 신원을 잘못 확인함으로써 체포하는 일까지 벌어졌고, 런던 경찰청은 이로 인해 공개적으로 정중한 사과를 해야 했다. 이런 사례는 지난 2011년 8월 런던 빈민가 동북부 지역에서 발생한 런던 폭동 때도 있었다.
당시 조사결과 폭동에 가담한 사람은 4962명을 확인됐지만 안면인식 시스템을 통해 찾아낸 폭동가담자는 1명에 불과했다. 경찰청에서 안면인식 시스템을 개발한 것은 모든 시민이 안심하고 살 수 있는 보다 안전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였다.
군중영상 분석 때 심각한 오류 발생
이를 위해 오랜 기간 동안 많은 자금을 퍼부었지만 군중을 대상으로 할 경우 결과가 신통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 분석 전문 사이트 ‘더 컨버세이션(The Conversation)’은 안면인식 시스템의 실패가 어디에 있는지 그 원인을 분석했다.
그리고 근본적인 실패 원인이 기술부족에 있다는 사실을 지적했다. 안면인식 시스템 기술이 대부분 수동적인 카메라에 의존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촬영이 미진할 경우 미스를 범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이런 약점을 해결하기 위한 또 다른 방식의 소프트웨어, 유전자 분석을 통한 안면인식 시스템이 개발되고 있다. 경찰 당국은 IT 분야와는 전혀 다른 생명공학을 통해 개발된 기술이 IT와 결합해 안면인식 시스템의 실수를 줄여나갈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난 1960년 런던에 CCTV가 등장한 이후 40여년이 지난 지금 런던에는 6m 간격으로 CCTV가 촘촘하게 배치돼 있다. 여기에 더해 많은 일선경찰들은 신체에 부착할 수 있는 소형 카메라를 들고 다니며, 다양한 영상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안전이 요구되는 행사나 특수한 장소에서 이 영상 데이터를 활용한 안면인식 시스템을 가동 중이다. 지금까지의 실험 결과 특정한 통로를 통해 사람들이 드나들고 있을 경우 매우 정확한 식별이 가능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수 시설에 대한 무단침입을 감시하는 일 역시 큰 효과를 보고 있다. 그러나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활보할 경우, 혹은 런던폭동 때처럼 군중들이 집단으로 움직일 경우 개인을 식별하는데 정확도에서 심각한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
카메라가 포착해야 할 군중들의 모습이 시시각각 달라지는데다 개인의 움직임 역시 각양각색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안면인식 시스템을 개발자들은 카메라 영상정보를 취득하는데 있어 넘어설 수 없는 기술적 한계를 느껴왔다.
영상분석에 유전자 비교분석 방식 도입
이처럼 다양한 군중들의 안면을 정확히 분석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변화가 있어야 하며, 이를 위해 카메라와 같은 하드웨어보다 소프트웨어 쪽에 관심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최근 찾아낸 것이 유전학(genomics)이다.
인간 몸은 약 30억 개의 DNA 정보로 이루어져 있다. 이 정보를 완전히 해독한 것이 2001년이다. 그리고 지금 세계 곳곳에서 이전보다 훨씬 싼 가격에 유전자 분석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 인해 유전자 분석 정보도 기하급수적으로 대량 축적되고 있다.
현재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 정보에 다양하게 접근해 연구에 활용하고 있다. 특히 의료 분야에 경우 알츠하이머·암과 같은 불치병 퇴치를 위해 개인마다 서로 다른 유전자정보를 비교해가면서 유전자치료가 시도하고 있는 중이다.
그동안 과학자들은 이 유전자분석이 방법 면에서 영상감시 시스템과 매우 유사하다고 여기고 있었다. 유전자분석이 유전자 간의 차이를 추적하고 있듯이 영상감시 시스템 역시 영상과 영상 간의 시각적인 차이를 추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면인식 시스템의 경우 사람마다 다른 얼굴 모습을 통해 신원을 확인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얼굴 모습뿐만 아니라 걸음걸이와 같은 특수한 동작 데이터를 통해 군중 속에 있는 범죄 및 테러용의자들을 찾아내려는 시도를 하고 있다.
개발자들은 유전학과의 이 유사점을 활용, 집단 감시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하는 방안을 찾았다. 이 안면인식시스템 등을 운용하면서 수집되고 있는 대량의 데이터에 유전학에서 운용하고 있는 유전자 비교분석 시스템을 적용하자는 것이다.
그럴 경우 알츠하이머와 같은 불치병의 원인을 찾아내듯이 그동안 식별하지 못했던 개인 간의영상적인 차이를 식별해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품어왔다. 그리고 최근 킹스턴 대학에서 수행한 실험을 통해 그 잠재력이 확인되고 있다.
자유스럽게 움직이는 군중들을 대상으로 수집한 영상 비교를 통해 그동안 불가능하다고 여겨졌던 개인 간의 얼굴 모습, 동작의 차이를 식별할 수 있었다. 이탈리아 베로나 대학에서도 유사한 실험을 진행했다.
군중의 모습을 촬영한 후 유전학자들이 사용하고 있는 방식을 통해 영상 속에 나타나고 있는 데이터를 비교분석했다. 그리고 이 방식을 통해 그동안의 안면인식의 부정확도, 고비용 문제 등을 해소할 수 있었다.
관계자들은 안면인식과 같은 영상 감시시스템에 유전학에서 사용하고 있는 분석 시스템을 도입함으로써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일부 과학자들은 유전학의 ‘genomics’처럼 ‘비디오믹스(vidiomics)’란 신종용어를 사용하고 있다.
개인마다 다른 유전정보를 분석해 활용하는 유전학처럼 개인마다 다른 영상정보를 분석해 활용하자는 의도다. 데이터가 축적될수록 활용가능성이 넓어지고 또한 테러리스트을 찾아내는 등의 감시 작업이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최근 카메라 등 하드웨어 기술도 급격히 발전하고 있는 중이다. 여기에 ‘비디오믹스’와 같은 대규모 영상분석 기술이 적용될 경우 안면인식 시스템 등 감시 시스템에 일대 변화가 올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 이강봉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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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0-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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