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창립 40주년을 맞은 한국연구재단이 19일 국제학술포럼을 열어서 국제협력 현황과 향후 협력 강화 방안을 논의하고, ‘4차 산업혁명과 변화의 시대’를 주제로 미래를 위한 준비와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살펴보는 시간을 가졌다.
특히 4차 산업혁명과 변화의 시대에 대응하기 위해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역량을 보유하고 있는 국내 유명 과학기술인들이 모여 첨단 연구 분야의 세계적인 연구 동향을 점검하고 뇌과학, 유전공학, 로봇 등 분야별 연구추진 계획과 국제협력 전략을 진단하는 시간이 주목을 받았다.
뇌 과학의 실용적 중요성 때문에 전 세계가 주목
이 자리에서 신희섭 기초과학연구원 인지 및 사회성 연구단장은 “움직임을 컨트롤 하는데 뇌가 중요한 역할을 하기 때문에 단일세포에서 좀 더 진화된 생물체로 갈수록 운동능력이 향상되면서 뇌의 역할도 커지게 됐다”며 “인간의 행동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인간의 모든 생활을 이해하는 원천이 되기 때문에 전 세계가 뇌 과학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즉 1천억 개의 뉴런으로 구성되어 있는 뉴런 네트워크는 인간의 모든 행동의 기반이 되기 때문에 인류 문명은 뇌 발달의 산물이며 뇌를 연구하는 뇌 과학이 인간사 전반의 발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뿐 아니라 앞으로의 발전 방향을 가늠하는데도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란 얘기다.
또한 신희섭 단장은 “지난해 세계의 관심을 모았던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결에서 1202CPUs와 176GPUs를 가진 알파고가 1메가와트를 사용하는 동안 인간 1명의 뇌는 20와트를 소모했다”며 “어떻게 이처럼 작은 에너지로 인공지능과 대결을 펼칠 수 있을 만큼 많은 일을 할 수 있는지를 밝혀 내는 것도 앞으로 뇌 과학에 주어진 미션”이라고 소개했다.
때문에 “뇌 연구가 단순한 학문적 연구에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중요성을 지녔기 때문에 미국의 NIH가 ‘브레인 2025’를 추진하는 등 세계 각국이 국가 차원에서 정부와 산업계, 학계가 협력하여 뇌 연구에 많은 투자를 하고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뇌 과학만큼이나 세계의 관심을 받고 있는 ‘유전자 가위 기술’에 대해 김진수 기초과학연구원 유전체 교정 연구단장이 현재의 수준을 진단하고 미래 발전 가능성에 대해 전망했다. ‘유전자 가위’란 세포 속 유전자의 특정 염기서열을 인식하여 원하는 대로 자르고 편집하는 기술을 말한다.
김진수 단장은 “유전자의 차이가 개체의 차이를 대부분 설명할 수 있으며 유전자에 따라 질병에 대한 감수성도 달라지지만 혈우병, 겸상 적혈구중 등 1만여 종에 달하는 유전질환은 대부분은 완치가 불가능할 뿐 아니라 이런 돌연변이 유전자들은 다음 세대로 대물림이 되기 때문에 이를 치료하기 위해선 유전자 수술이 필요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전자 가위 사용하는 인류는 ‘눈 뜬 시계공’
즉 유전자 수술이란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세포 내 유전자 DNA를 절단하면 절단된 DNA가 수선되는 과정에서 인위적 변이가 발생하므로 치료용 유전자를 안전한 위치에 삽입함으로써 유전질환, 암, 감염성, 퇴행성 질환의 치료법으로 개발되어 가축과 농작물, 어류, 곤충 등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특히 제3세대 기술인 크리스퍼 가위 기술이 암 치료와 동식물 개량연구 등에 빠르게 응용되고 있다며 “노인성 황반변성증의 원인이 되는 과도한 혈관 형성을 억제함으로써 유전자 가위 기술이 퇴행성 질환 치료에도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소개했다.
게다가 “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를 사용해 상추 원형질체 유전자를 교정해 외부 DNA 도입 없이 상추 자체 유전자만 교정할 수 있는 기술도 성공단계에 있다”며 이는 외부 유전자를 생물에 삽입해 유전자를 바꾸는 GMO(유전자 재조합 농작물)와 같지 않다고 주장했다.
왜냐면 GMO가 도입된 외부 유전자가 계속 남아있기 때문에 그것이 후대로 전달되면서 어떤 위험성을 갖게 될 것인지 확신할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인데, 유전자 가위는 특정 내부 유전자 변이를 유도하는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육종과 더 유사하다는 것이다.
김진수 단장은 “육종이 무작위적인 야생종의 교배를 통해 다양한 돌연변이를 대량 생산하여 원하는 특징을 보이는 개체를 선발하는 것이라면 유전자 가위는 원하는 돌연변이를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에 서로 유사점이 있다”고 설명하면서 “유전자 가위는 인위적 진화의 도구”라고 덧붙였다.
따라서 그동안 진화가 무작위적인 유전자 변이에 의해 촉발되는 것이기 때문에 도킨스는 인류를 ‘눈먼 시계공’이라 표현했는데, 인위적 유전자 편집과 변이로 인한 진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유전자 가위를 사용하는 인류는 이제 ‘눈 뜬 시계공’이 됐다는 얘기다.
이밖에도 이날 포럼에서는 김상협 KAIST 교수가 ‘동북아 재생에너지 협력과 슈퍼그리드’에 대해, 염재호 고려대 총장이 ‘4차 산업혁명! 21세기 미래와 글로벌 네트워킹’에 대해 발표하는 등 국제적 협력의 필수성에 관한 다양한 의견들이 논의됐다.
- 김순강 객원기자
- pureriver@hanmail.net
- 저작권자 2017-10-2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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