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살면 어쩔 수 없어요. 남들 하니까 사교육 해야지요. 그런데 그렇게 세계에서 가장 열심히 공부했지만 대학에 가면 공부를 더 이상 안 해요. 지혜를 쌓는 방법을 알려준 것이 아니라 지식만을 가르쳤기 때문이죠.”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K-아트홀에서는 구본권 한겨례디지털연구소 소장의 말에 깊은 탄식이 흘러나왔다. 27일 오후 교육부와 경기도교육청 주최로 열린 ‘2017 찾아가는 아이공감 학부모 토크콘서트-인공지능? 나야 나’에는 많은 학부모들이 자녀 교육을 걱정하며 콘서트장을 찾았다.
이 날 강연에는 구본권 소장 외에도 박은혜 이화여대 교수, 백다은 초등학교 교사 등 교육전문가와 한원정, 최정애씨 등 학부모들이 나와 생생한 경험담을 토로하며 미래의 교육 대안을 찾기 위해 노력했다.
지식 습득 위주로 성장해온 우리나라 학습방법, 이제는 달라져야
구본권 소장은 우리 아이들이 국제수학올림피아드 등 각종 국제대회에서 우수한 성적으로 입상하면서도 문제를 해결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는 능력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학교나 가정에서 아이들에게 지식을 습득하는 방법은 잘 가르쳤지만 스스로 계획하고 주도적으로 생각하는 힘은 잘 가르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도적으로 생각하고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일을 상상해 문제를 해결하려는 능력은 ‘놀이 능력’에 있다. 박은혜 이화여대 교수는 ‘잘 노는 법’이 ‘공부 잘하는 법’과 동일한 선상에 있다고 설명했다.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은 집중을 합니다. 공부에 재미를 느끼고 몰입을 하죠. 잘 노는 학생도 마찬가지에요. 노는 재미에 흠뻑 빠지면 시간 가는 줄 모릅니다.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몰두하죠. 놀이에 재미를 찾았던 아이가 공부에도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뜻”이라고 박 교수는 덧붙였다.
여기서 ‘공부’란 ‘입시’를 위한 학업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수명이 연장되는 미래는 평생 배움이 필요하다. 끊임없는 호기심으로 몰두하고 즐겁게 배우는 공부가 필요하다. 그러한 공부를 평생하려면 잘 노는 법을 어릴 때부터 습득해야한다.
다들 사교육 하니까, 놀 친구들이 없으니까 그런 말은 핑계
하지만 실상 놀 수 있는 공간과 놀 수 있는 친구들이 별로 없다는 것이 현실이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를 둔 한원정씨는 아이에게 사교육을 안 시킨다. 사교육을 안 시키다보니 다른 또래 아이들이 학원에 가서 놀 친구들이 없었다. 고민 끝에 한원정씨는 돌쟁이부터 4살, 6살 등 동네 아이들 8집을 모아서 아이들을 놀리기로 했다.
한원정씨는 이들과 한 달에 한 번씩 만나 밥도 먹고 아이들을 돌봤다. 또래는 아니지만 그 안에서 서로 질서를 갖추고 잘 어울렸다. 한원정씨는 "놀이를 진행하며 아이의 사회성과 학습성이 동시에 향상되는 효과를 보았다"고 말했다.
스웨덴의 교육 환경은 어떠할까. 스웨덴에서 아이를 키우는 최정애씨는 “한국과 달리 스웨덴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단어 자체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며 “스웨덴은 오래전부터 미래를 대비해 다양한 교육 실험을 해왔기 때문에 차분하게 미래를 대비하고 있다”고 소식을 전했다.
스웨덴의 다양한 교육 실험 중에는 학교에 가지 않고 자신의 주도로만 배움을 실천하는 학교도 있다. 이 학교에서는 시험을 보고 진도를 나가는 일방적인 학습방식은 통용되지 않는다. 정해진 교육 시간도, 억지로 하는 목표도 없다. 자신이 오늘 수학을 어디까지 해야겠다고 결정하고 목표를 설정하면 주변에서는 본인이 그 진도를 나갈 수 있도록 알려주고 도움을 준다.
우리도 스웨덴 교육 방식처럼 할 수 있을까?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이에게만 맡기는 교육 방식은 학부모들은 불안감에 떨게 할 것이다. 박은혜 교수는 “조사 결과 우리나라 부모들의 양육 불안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아이를 키우는 영역에는 훈육과 교육, 일상생활, 놀이, 교육 영역이 있는데 학부모들은 ‘교육’영역에서 불안감을 가장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교육에 대한 불안감 가진 부모들 많지만 사실 중요한 것은 훈육
하지만 정말 불안감을 느껴야 할 영역은 교육이 아니었다. 박은혜 교수는 ‘훈육’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박 교수는 “부모들이 교육방식을 불안하게 여기면서도 훈육 방식에는 자신감이 있는 모습을 많이 보이는데 사실 훈육이 어렵다. 친구처럼 지내다가 혼내야 할 때는 권위적인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아이들은 혼란을 느낀다”고 설명했다.

부모는 친구가 아니다. 친구 같은 부모는 ‘놀이’ 영역에서 끝내야 한다. 훈육을 할 때는 옳고 그른 것, 되는 것과 해서는 안 되는 것을 정확하게 가르쳐야 한다. 놀이영역에서는 친구 같았다가 훈육 영역에서는 갑자기 무서운 선생님으로 돌변하면 아이들은 불안감이 증가한다. 이럴 때는 ‘존댓말’을 하도록 교육을 시키는 것이 좋은 해결방법이다. 박교수는 “훈육과 관련해서는 존댓말을 가르쳐야 한다. 권위적인 것이 아니라 권위를 알려주는 것이 맞다”고 조언했다.
미래 교육에 있어 중요한 것은 지식이 아니라 지적 호기심이다. 지적 호기심은 공부를 불러온다. 구본권 소장은 ‘자신이 무엇을 모르는지 아는 것이 첫 번째 단계’라고 말했다. 호기심을 가지고 몰두하다 보면 재미를 느끼고 몰입을 하면서 그 분야의 최고가 될 수 있다.
전문가들과 학부모들은 자존감과 유연함, 행복한 경험도 꼭 가르쳐야 할 덕목으로 꼽았다. 이들은 “기계가 아닌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감성적 소통 능력과 공감 능력, 지식 습득에 관련한 호기심과 더불어 사랑하는 힘을 아이들에게 가르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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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9-2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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