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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은영 객원기자
2017-08-31

"기생충, 머지않아 인류에게 공헌" 서 민 교수의 기생충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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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나태주 시인의 ‘풀꽃’이라는 시이다. 이 유명한 시에 기생충을 대입해본다. 기생충도 자세히 보면 예쁘다. 오래 보면 사랑스럽다. 위와 아래가 아주 야무지게 생겼다. 몸은 곡선으로 유려한 외형을 갖췄다. 그런데 인간들은 왜 그렇게 기생충을 혐오할까.

기생충학자 단국대 서 민 교수는 “증세가 없는 기생충도 많다. 사람들이 기생충을 싫어하는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외모가 징그럽게 생겼기 때문일 것”이라고 원인을 분석했다.

하지만 서 민 교수에 의하면 기생충이란 생각과는 달리 ‘꽤나 영특하고’, ‘야무진 외모에’, ‘본받을 점이 많은’ 생물이었다. 그는 29일 오후 서울 삼성동 서울의료원 강남 분원 신관에서 편견에 갇혀 그동안 알지 못했던 기생충의 새로운 면을 알렸다.

기생충 학자 서 민 단국대 교수는 "기생충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며 기생충 강연을 펼쳤다.
기생충학자 서 민 단국대 교수는 "기생충에게서도 배울 점이 있다"며 기생충 강연을 펼쳤다. ⓒ 김은영/ ScienceTimes

세상은 외모 지상주의, 기생충도 외모 지상주의 피해자    

국내 기생충 감염률은 2016년 현재 2.6% 정도. 서 민 교수는 “그동안 우리나라는 기생충 박멸을 위해 대대적인 노력을 기울인 결과 국내에서 기생충에 감염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발생하는 대부분은 생선이나 어패류, 가재 등을 날 것으로 섭취할 경우 생기는 기생충이다. 때때로 개 회충에 감염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소의 생간을 섭취해서 생기는 기생충이다.

이 경우를 제외하면 기생충 감염확률은 상당히 낮다. 서 민 교수는 “기생충은 억울하다”며 편을 들었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 보다 기생충 감염률도 낮을 뿐만 아니라 증세가 없는 경우도 많기 때문이었다.

서 민 교수는 “기생충에 편견을 많이 가지고 있다”며 여러 가지 편견에 대한 반론을 제기했다.

서 민 교수는 기생충을 전략가라고 소개하며 다양한 기생충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서 민 교수는 기생충을 전략가라고 소개하며 다양한 기생충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냈다. ⓒ 김은영/ ScienceTimes

먼저 ‘기생충이 인체에 치명적인 해를 끼친다’는 것은 오해이다. 서 민 교수는 “기생충은 길이가 긴 경우가 많다. 길이가 5~6m의 기생충의 경우 다 펼치면 우리 장 길이보다 길다. 자기 몸을 다 피고 살면 우리 입으로 나올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하지 않고 몸을 최대한 접어서 웅크리고 별다른 해를 끼치지 않으며 면역세포가 마련해준 방에서 조용히 산다”며 기생충을 옹호했다.

서 민 교수는 기생충은 뛰어난 생존 전략가라고 칭찬했다. 기생충은 자신의 생존을 위해 여러 가지 전략을 사용한다. 영화로 유명세를 탔던 기생충 ‘연가시’는 숙주가 죽기 전에 물속으로 들어가야 한다.

숙주인 곤충을 물가로 유인하기 위해 연가시는 어떤 전략을 사용할까. 놀랍게도 숙주가 갈증이 나도록 한다. 숙주인 곤충이 물로 들어가면 연가시는 물속에서 나와 다른 숙주의 몸으로 들어가 생존을 유지한다.

기생충이 인류에게 공헌할 날이 다가올지도

기생충이 백해무익하다는 것도 사실이 아니다. 서 민 교수는 천식을 사례로 들었다. 서 교수는 “형제가 많지 않고 깨끗한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더 천식에 잘 걸린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즉 너무 깨끗한 환경에 자라면 천식에 걸린다는 것.

이러한 연구 결과는 기생충이 사라진 이 후 아토피를 비롯한 각종 알레르기가 늘고 있다는 사실과도 관련이 있다. 기생충은 자가면역질환과 관련이 있다.

알레르기는 자가면역질환으로 면역계가 우리 몸을 공격하는 경우 발생한다. 기생충이 몸 안에 들어오면 면역계는 기생충과 싸우느라 자기 몸을 공격하지 않는다.

서 교수는 “세계적으로 자가면역질환자가 많은 나라는 유럽, 미국 등의 선진국이다. 반면 아프리카, 남미, 동남아시아 등은 기생충이 많은 반면 알레르기 환자는 매우 적다”고 밝혔다.

이 날 강연에서 서 민 교수는 우리가 그동안 기생충에 대해 알 지 못했던 과학적 사실을 위트있게 표현해 큰 호응을 얻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이 날 강연에서 서 민 교수는 우리가 그동안 기생충에 대해 알 지 못했던 과학적 사실을 위트있게 표현해 큰 호응을 얻었다. ⓒ 김은영/ ScienceTimes

이러한 특성 때문에 최근에는 기생충이 알레르기 치료제로 개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돼지편충의 알을 치료제로 만든 경우이다. 돼지편충을 사용하는 이유는 미관상도 보기도 좋고 인간에게는 무해하기 때문이다.

신장 이식 환자에게 기생충을 주입해 치료하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신장을 이식하면 우리 몸의 면역계는 새로운 신장을 다른 외부물질로 생각하고 공격해 결국 망가뜨린다. 때문에 10년이 지나면 새로운 신장을 이식해주어야 한다.

서 교수는 “신장 이식환자에게 기생충을 넣어주었더니 신장이 살아가는 기간이 3~4년 더 늘어났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며 “기생충이 인류에 공헌할 날이 머지않았다”고 전망했다.

기생충은 스스로 살아가지 못하고 숙주의 몸에 들어가 영양분이나 피를 빨아먹고 사는 생물이다. 그래서 비난을 받지만 ‘의리’가 있는 기생충도 있다.

물고기 혀에 들어가 피를 빨아먹는 기생충 ‘시모토아 엑시구아’(Cymothoa exigua)는 물고기의 입에 들어가 혀를 먹어치운다. 서 교수는 “혀를 먹어치운 것은 분명 잘못한 일이다. 그런데 이 기생충은 반성을 하고 그 물고기의 혀의 역할을 해준다. 먹이가 들어오면 못 빠져나가게 한다”고 소개했다.

시모토아 엑시구아는 물고기의 혀처럼 입안에 자리 잡은 뒤 물고기가 잡는 먹이 일부를 먹고 산다. 물고기가 죽을 때까지 함께 한다. 이 정도면 기생충도 의리가 있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

타나위사 컴퍼니에서 돼지촌충의 알로 만든 크론병 치료제. ⓒ https://tanawisa.com
타나위사 컴퍼니에서 돼지편충의 알로 만든 크론병 치료제. ⓒ https://tanawisa.com

기생충에 대한 과학적 호기심이 노벨과학상의 원동력 될 수도

기생충이 몸 속에 너무 많으면 위험하다. 과거에는 박멸의 대상이었다. 영양이 부족했던 시기에 기생충은 아이들의 음식을 빼앗아 먹었다. 아이들은 영양실조에 걸리고 어떤 경우에는 수많은 기생충 때문에 항문이 막혀 죽기도 했다.

1971년도에는 전 국민의 기생충 감염률이 84%에 달하기도 했다. 서 교수는 “기생충을 거의 보기 힘들 정도로 줄어든 지금 기생충이 위험하지 않다는 것이지 과거 기준으로는 기생충은 분명 위험하고 박멸의 대상인 것이 맞다”면서 "하지만 지금은 구충제를 복용하지 않아도 될 정도로 우리나라의 기생충 감염률은 현저하게 낮은 상태여서 남은 것들은 연구 관찰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생충에는 아직 우리가 연구해야 할 여러 과제들이 남아있다. 기생충 연구를 지속하기 위해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기생충에 대한 새로운 이미지 시도를 하고 있다.

일본 메구로 박물관의 기생충 전시품. ⓒhttp://www.kiseichu.org/exhibition
일본 메구로 박물관의 기생충 전시품. ⓒhttp://www.kiseichu.org/exhibition

미국에서는 아이들이 ‘몬스터’ 그림과 같이 기생충 그림이 그려져 있는 티셔츠와 인형을 산다. 설사를 일으키는 기생충의 그림을 담은 베개도 인기리에 팔리고 있다. 일본은 기생충 박물관을 만들었다. 수많은 기생충들이 유리병에 담겨 전시되어 있는 메구로 박물관은 학생들의 견학코스로 인기 만점이다. 아이들은 길이가 8m에 달하는 기생충 모형을 목에 감아보면서 좋아한다.

서 민 교수는 “일본의 이러한 노력이 노벨과학상 22명을 탄생시킨 저력이 아닐까”하며 “우리나라도 기생충을 멀리만 하지 말고 호기심을 가지고 과학적 발전의 원동력으로 삼아야한다”고 조언했다.

김은영 객원기자
teashotcool@gmail.com
저작권자 2017-08-3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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