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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7-07-24

‘불멸의 바이러스’에 숨겨진 비밀 표적 항암제, 내진 건자재 등에 초내구성 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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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내구성을 가진 ‘슈퍼맨 같은 바이러스’에 착안해 부작용 없는 암치료제나 견고한 건축 자재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아이디어가 제시됐다.

아시디아너스 호스피탈리스(Acidianus hospitalis)라는 실 모양의 바이러스는 웬만한 동물의 뼈와 살을 녹일 수 있는 환경에서도 견디고 살아남을 수 있는 종류로 알려져 있다. 과학자들은 최근 이 바이러스의 비밀을 풀어냄으로써 그 속성을 활용해 초내구성 재료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열었다.

과학저널 ‘이라이프’(eLIFE) 최근호에 발표된 이번 발견은 자연세계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사실을 드러내는 것으로, 이의 잠재적 용도는 암만을 족집게처럼 공격할 수 있는 표적항암제에서부터 지진에도 견딜 수 있는 건축자재까지 다양하다.

연구자인 피터 카슨(Peter M. Kasson) 미국 버지니아대 의대 부교수는 “언제든 통상적인 것과 실제로 매우 다르게 행동하고 특히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들은 흥미롭고 잠재적인 유용성을 가지고 있다”며, “새로운 것을 발견하는 호기심에 이끌리는 과학을 할 때 마음 속에서는 ‘이봐, 이건 정말 다르네, 어디에 유용하게 쓸 수 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고, 이렇게 발견된 것들은 많은 잠재적 유용성을 갖게 된다”고 설명했다.

바이러스의 ‘이상한’ 구조를 컴퓨터 합성 이미지로 묘사한 그림. Credit: The research team/eLIFE
바이러스의 ‘이상한’ 구조를 컴퓨터 합성 이미지로 묘사한 그림. Credit: The research team/eLIFE

약물 전달 등 나노의학에 기여

‘아시디아너스 호스피탈리스 바이러스1’은 미국 엘로스톤 국립공원의 뜨거운 온천에서 서식하며, 이 온천에서는 섭씨79도를 넘는 산성 온천수가 부글거리고 있다. 이 바이러스는 2002년 파스퇴르 연구소의 다비드 프랑지슈빌리(David Prangishvili) 교수와 동료 연구진이 분리해 냈다.

버지니아대(UVA) 연구진은 최근 이 바이러스가 이전에는 전혀 본 적이 없는 유형의 막으로 보호되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바이러스의 외피는 일반적인 세포막 두께의 절반 정도에 불과하지만 놀랍도록 안정적인 것이 특징. 이것은 통상적인 것과 달리 막의 분자들이 말굽 모양으로 배열돼 있기 때문이며, 작은 크기에도 불구하고 내구성이 매우 높아 과학자들이 다른 여러 가지 목적으로 복제를 한다. 예를 들면 약품의 미세 입자를 안정화시키는 방법을 제공할 수 있어 약을 굳이 냉장 보관할 필요가 없게 된다.가장 가능성 있는 응용분야 중 하나는 나노의학으로서, 약물 분자를 담을 수 있는 초강력 포장재를 만들어 암 종양과 같이 필요한 병소에 정확하게 직접 전달할 수 있다. 내구성 있는 포장재가 이물질을 분해시키려는 우리 몸의 강력한 공격을 견뎌낼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엘로스톤 국립공원의 가장 큰 온천 중 하나인 그랜드 프리즘 온천 항공사진. Credit : Wikipedia Commons / Jim Peaco, National Park Service
미국 엘로스톤 국립공원의 가장 큰 온천 중 하나인 그랜드 프리즘 온천 항공사진. Credit : Wikipedia Commons / Jim Peaco, National Park Service

버지니아대 생화학 및 분자유전학과 에드워드 에글먼(Edward H. Egelman) 교수는 “재료과학과 건축물, 의학 등의 분야에 폭넓은 응용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천연물과 세포 단백질을 사용해 새롭고 유용한 것들을 수없이 만들어낼 수 있다”며, “양털은 본질적으로 모발로서 직물을 만드는데 광범위하게 쓰이듯이, 이 바이러스 막은 단백질이기 때문에 이를 이용해 새로운 재료들을 만드는데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는 테플론이 용도가 변경된 비슷한 좋은 예라고 말했다. 테플론은 원래 음식이 들러붙지 않는 조리기구를 만들기 위해 발명된 것이 아니라 화학자들에 의해 우연히 발견돼 유용성이  입증됐다는 것이다.

연구를 수행한 피터 카슨 부교수(왼쪽)와 에드워드 에글먼 교수. 미국 엘로스톤 국립공원의 펄펄 끓는 산성 온천수에 살고 있는 바이러스의 비밀을 풀었다.  Credit: Josh Barney | UVA School of Medicine
연구를 수행한 피터 카슨 부교수(왼쪽)와 에드워드 에글먼 교수. 미국 엘로스톤 국립공원의 뜨거운 산성 온천수에 살고 있는 바이러스의 비밀을 풀었다. Credit: Josh Barney | UVA School of Medicine

지구상 생명체에 대해 모르는 것 아직도 많아”

에글먼 교수는 파괴되지 않는 바이러스의 비밀을 풀기 위해 버지니아대의 강력한 타이탄 크리오스(Titan Krios) 전자현미경을 활용했다. 이 현미경은 워낙 민감해서 미세한 진동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지하에 설치돼 있다. 분자 생리학 및 생물물리학과 소속인 카슨 교수는 이어 고성능 컴퓨터 모델링으로 지질막 분자의 특이한 모양을 확인했다. 카슨 교수는 “우리는 본질적으로 이 분자들의 물리현상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것을 부호화한 다음 기본 물리학과 일치하고 전자현미경 관찰 결과와도 일치하는 모델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에글만과 카슨 교수는 자신들이 발견한 것이 통상적으로는 볼 수 없는 것이면서도 활용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에글먼 교수는 “우리는 지구상 즉, 대양의 해저나 심해의 해류 출구, 엘로스톤이나 아이슬랜드 같은, 우리 생각에 생명이 살기에 적합치 않은 기이한 환경을 가진 곳에 존재하는 생명체들에 대해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는 사실을 알고 놀란다”며, “그러나 거기에 사는 생명체들은 우리가 사는 환경을 보고 ‘기이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07-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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