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미가 천정에서 거미줄에 매달려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 제멋대로 뱅글뱅글 돌지 않고 유도선을 따라 우아하게 하강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는 거미줄이 좌우로 꼬이는 힘에 저항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다.
중국과 영국 연구진은 미국물리협회(AIP)에서 발간하는 이번 주 ‘응용물리학 회보’(Applied Physics Letters)에 거미줄이 사람의 머리칼이나 금속 선 혹은 합성섬유와 달리 비틀림이 있으면 복원되지 않고 부분적으로 휘어지는 성질이 있다고 발표했다. 이 속성이 에너지를 신속하게 소멸시켜 거미줄 끝에 있는 거미가 돌지 않게 해준다는 것이다.

거미줄의 비틀림 저항성에 초점
중국 후아종(Huazhong, 華中) 과학기술대 다비아오 류(Dabiao Liu) 박사는 “거미줄은 다른 기존 재료와는 매우 다르다”며, “우리는 거미줄이 거의 꼬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왜 그런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거미줄이 어떻게 회전에 저항하는지를 이해하면 이러한 특성을 모방한 생체모방 섬유를만들어 바이얼린 줄이나 헬리콥터의 구조용 사다리 및 낙하산 줄과 같이 여러 가지 가능한 용도에 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런던 퀸즈대 데이비드 던스턴(David Dunstan) 박사는 “거미줄이 어떻게 그런 특성을 지니게 됐는지를 알면 인공 합성로프에 이 특성을 통합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거미들은 그물망의 테두리와 그 안의 바퀴 살을 만들 때 그리고 땅에 내려올 때 생명줄로 꽁무니에서 나오는 거미줄을 사용한다. 과학자들은 거미줄의 놀라운 강도와 신축성 및 열 전도성 등에 관심을 기울였지만 그동안 비틀림 저항성에 초점을 맞춘 연구는 없었다.

비틀어졌을 때 잠재 에너지의 75% 이상을 방출
연구팀은 1790년 대 헨리 캐번디쉬가 지구의 무게를 달아 측정할 때 사용했던 것과 같은 비틀림 진자를 사용해 황금무당거미 두 종이 뽑아내는 거미줄을 조사했다. 거미를 모방하기 위해 포획한 거미에서 나오는 실을 모아 끝에 두 개의 와셔를 사용해 원통 안에 실을 매달았다. 물이 섬유를 수축시킬 수 있기 때문에 원통은 실을 환경적 방해로부터 분리시켜 일정한 습도를 유지토록 했다. 이어 회전식 턴테이블이 실을 비틀고 고속 카메라가 실의 앞 뒤 진동을 수백 사이클 이상 기록했다.
거미줄은 합성섬유나 금속 줄과 달리 비틀어졌을 때 약간 변형되어 잠재 에너지의 75% 이상을 방출하고 진동이 급격히 느려졌다. 비틀림이 끝났을 때 거미줄은 부분적으로 모양이 돌아왔다.

복잡한 물리적 구조, 더 연구 필요
연구팀은 이 특이한 행동이 거미 실 분비샘 피부 안쪽의 다양한 원섬유(fibril)로 구성된 복잡한 물리적 구조와 연결되어 있기 때문인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각 원섬유는 조직화된 시트에 아미노산 조각들을 가지고 있으며, 구조화되지 않은 순환 사슬에도 이 조각들이 존재한다.
연구팀은 비틀림이 시트가 탄성을 가진 것처럼 늘어나게 하고, 사슬과 연관된 수소 결합을 왜곡시켜 플라스틱처럼 모양을 변형시킨다고 보고 있다. 이때 시트는 원래 모양으로 복구되지만 사슬은 부분적으로 변형된 채 남아있게 된다. 진자는 이러한 변화를 진동의 평형점 이동과 거미줄 진동의 감소된 크기로 나타낸다.
연구팀은 거미줄이 어떻게 이런 방식으로 비틀림에 반응하는지를 계속 조사하고, 비틀림 동안 강도가 어떻게 유지되는지, 습도는 어떤 영향을 미치며, 공기가 에너지를 소산시키는데 어느 정도 도움을 주는지를 살펴볼 계획이다.
던스턴 박사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며, “거미 실은 매력적이게도 스스로 재창조하는 법을 모르는 우리에게 탐구할 자산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 김병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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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07-09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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