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백질 성분인 거미줄이 강철보다 강하고 케블라보다 질기며 고무처럼 신축성 있는 놀라운 특성을 가진 데에는 거미줄을 뒷다리로 잡아당기며 뽑아내는 과정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노스웨스턴대 시넌 케텐 교수팀은 8일 과학 저널 사이언스 어드밴시스(Science Advances)에서 컴퓨터 모델 시뮬레이션 결과 거미줄을 뽑아낼 때 잡아당겨 늘이는 과정에서 단백질 사슬이 정렬되고 사슬 간 수소결합 수가 증가해 거미줄이 더 강하고 질긴 특성을 갖게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과학자들은 강철보다 강하고 방탄복이나 헬멧 등에 사용되는 합성섬유인 케블라(Kevlar)보다 질기며 고무처럼 신축성이 있는 천연 소재인 거미줄처럼 우수한 물성을 가진 소재를 개발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거미는 거미줄을 칠 때 뒷다리를 이용해 방적돌기(spinnerets)에서 거미줄을 잡아당겨 섬유를 늘이면서 뽑아낸다.
케텐 교수는 "연구자들은 잡아당기고 늘이는 과정이 거미줄을 강한 섬유로 만드는 데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이유는 아무도 몰랐다"고 지적했다.
연구팀은 이 연구에서 인공 거미줄 제조법을 연구해온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프랜시스 아만 교수팀과 공동으로 거미줄을 뽑아낼 때의 인공 거미줄 내 분자 역학을 시뮬레이션하는 계산 모델을 만들었다.
이를 통해 인공 거미줄을 잡아당겨 늘이는 게 섬유 내 단백질 배열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조사하고, 이 과정이 단백질 순서, 단백질 간 연결, 섬유 내 분자 이동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살펴봤다.
그 결과 방적돌기에서 거미줄을 잡아당겨 늘이면서 뽑아내면 섬유 내 단백질이 정렬되면서 강도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 섬유를 구성하는 단백질 사슬 사이에 수소결합 수도 늘어나는 것으로 밝혀졌다.
논문 제1 저자인 제이컵 그레이엄 연구원(박사과정)은 단백질 사슬 간 수소결합이 늘어나면 섬유의 전반적 강도와 인성(toughness), 탄성이 모두 커진다며 "섬유는 압출되면 기계적 특성이 약하지만 6배까지 늘어나면 매우 강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연구팀이 인공 거미줄 섬유를 이용해 잡아당겨 늘이는 과정에서 단백질 사슬이 어떻게 늘어나고 정렬되는지, 인장력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등을 실험한 결과 시뮬레이션 예측과 실험 결과가 일치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레이엄 연구원은 "거미가 뒷다리로 방적돌기에서 섬유를 잡아당겨 빼낼 때 섬유가 늘어나면서 강도, 인성, 탄성이 모두 증가한다"며 "섬유를 잡아당기는 정도를 조절하는 것만으로도 섬유의 기계적 특성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연구 결과는 강력한 생분해성 의료용 봉합사나 견고한 고성능 방탄복용 소재 등 다양한 응용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엔지니어링 단백질과 방적 공정 등을 설계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 출처 : Science Advances, Sinan Keten et al., 'Charting the envelope of mechanical properties of synthetic silk fibers through predictive modeling of the drawing process', http://dx.doi.org/10.1126/sciadv.adr3833
- 연합뉴스
- 저작권자 2025-03-11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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