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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병희 객원기자
2017-04-12

물고기 지느러미 진화의 비밀 모양과 메커니즘, 감각시스템과 병행해 진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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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는 사는 곳과 행동 양태에 따라 지느러미 모양이 매우 다양하다. 이 물고기 지느러미의 모양과 역학적인 기능은 감각시스템과 함께 나란히 진화해 온 것으로 밝혀졌다.

미국 시카고대 연구팀은 물고기 지느러미 감각체계가 헤엄치는 행동에 맞추어 작동하도록 조정돼 있고, 많은 어류는 물론 다른 동물에서도 이와 같은 유사점을 발견할 수 있다고 미국 국립과학원 회보(PNAS) 10일자에 발표했다.

연구팀은 경골어류 놀래기과(Labridae) 계열 수백 개의 표본에 있는 지느러미 모양 측정치와, 8개의 다른 놀래기 종에서 확보한 지느러미의 기계적 속성과 신경 반응 기록을 결합해 분석했다. 이어 이 측정치를 340개의 놀래기 진화 계통도에 연결해 지느러미의 기계적 속성과 신경체계가 시간이 지남에 어떻게 진화했는지를 확인했다.

일반적인 놀래기 종의 하나인 앵무새 놀래기. Credit : Brett Aiello, University of Chicago
일반적인 놀래기 종의 하나인 앵무새 놀래기. Credit : Brett Aiello, University of Chicago

물고기 행동 따라 지느러미 모양도 진화

논문 제1저자인 브렛 에이엘로(Brett Aiello) 박사과정생(유기체 생물학 및 해부학)은 “물고기 가슴 지느러미가 각각 모양과 행동, 기계적 특성이 서로 다르게 진화해 왔기 때문에 연구를 통해 감각체계도 그와 함께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주었다”며, “이는 여러 종들이 모양과 행동은 달라도 감각체계가  움직임 및 지느러미 역학과 관련된 자극에 맞춰 반응할 수 있도록 한다”고 말했다.

동물이 움직이기 위해 몸의 부속장치를 사용할 때는 동작을 제어하기 위해 팔다리에서 전해오는 감각 피드백에 의존한다. 물고기 가슴 지느러미 신경은 지느러미의 위치와 물을 통과할 때 지느러미가 얼마나 많이 젖혀지는지를 감지해 속도와 지느러미의 상대적 위치를 감지하도록 한다.

지느러미 모양은 또한 물고기가 움직이는 방식에 영향을 미친다. 과학자들은 이 모양을 측정하기 위해 가로-세로 비율(AR) 수치를 나타내는 숫자를 사용한다. AR치가 높으면 지느러미가 날개처럼 길고 좁다는 것을 나타낸다. 반대로 수치가 낮으면 지느러미는 넓거나 둥글고 배를 젓는 노 모양과 더 가깝다.

팔라우 산호초에 사는 붉은 가슴 놀래기 Credit : Mark Westneat, University of Chicago
팔라우 산호초에 사는 붉은 가슴 놀래기.  Credit : Mark Westneat, University of Chicago

물고기 지느러미, 수렴 진화 패턴 보여

AR치가 높고 날개 모양의 지느러미를 가진 놀래기는 앞으로 나아가는 추진력을 일으키는데 효율을 극대화하며, 반면 낮은 AR치와 지느러미 모양이 넓고 배 젓는 노와 같은 놀래기는 암초 바닥 가까이에서 천천히 지느러미를 움직이며 기동한다.

에이엘로 연구팀은 시카고의 필드 자연사박물관에서 수백 종의 놀래기 지느러미 AR 측정치를 수집해 이 자료를 논문 공저자인 마크 웨스닛(Mark Westneat) 교수(유기체 생물학 및 해부학)가 개발한 340종의 놀래기에 대한 유전 계통발생학에 대입시켰다. 웨스닛 교수는 살아있는 물고기의 DNA를 사용해 이들의 종간 관계에 대한 가계도를 구축해 이들이 어떻게 진화했는지 추적했다.

연구팀은 각 종들의 지느러미 모양을 계통발생과 연결해 조상 물고기에서 현재 살아있는 종까지의 지느러미 진화를 살펴봤다. 조상 물고기의 상태를 재구축하자 수렴 진화의 패턴이 나타났고, 높은 AR치를 가진 지느러미가 적어도 22번이나 독립적으로 발원됐다.

팔라우 산호초의 새 놀래기.  Credit : Mark Westneat, University of Chicago
팔라우 산호초의 새 놀래기. Credit : Mark Westneat, University of Chicago

필요성 따라 지느러미 신경체계 진화

연구팀은 또 진화상 밀접한 관계가 있는 네 쌍의 놀래기종 가슴 지느러미의 기계적 성질과 감각체계의 민감도를 테스트했다. 그 중 하나는 AR치가 낮았고, 다른 하나는 독립적으로 진화된 높은 AR치의 지느러미를 가지고 있었다. 지느러미를 젖힐 때 기슴 지느러미의 신경 반응을 측정해 감각 반응을 테스트한 다음 지느러미를 젖히는 정도를 각각 달리해 반복해서 측정했다.

이들의 발견은 각종 지느러미의 유용성에 대한 더 많은 단서를 보태주었다. AR치가 낮고 노 모양의 지느러미는 더욱 유연한 경향이 있으며, AR치가 높은 지느러미는 더 딱딱하거나 단단하다. 그러나 AR치가 높은 날개 모양 지느러미의 감각체계는 더 민감하기 때문에 지느러미를 작게 젖혀도 예민하게 반응했다.

에이엘로는 물고기가 뻣뻣하고 덜 유연한 지느러미를 사용해 작은 움직임에도 잘 반응해야 하기 때문에 높은 AR치를 가진 지느러미에서 더 민감한 신경시스템이 진화한 것 같다고 말했다.

논문 제1저자인 브렛 에이엘로 박사과정생.  Credit : Scienve Life / University of Chicago
논문 제1저자인 브렛 에이엘로 박사과정생. Credit : Scienve Life / University of Chicago

수중 자율운행 기구 개발에 도움”

이번 연구 결과는 생물학자들에게 물고기가 어떻게 수영 역학을 최적화했나에 대한 이해를 증진시키는 한편, 수중 자율운행 기구를 개발하는 엔지니어들에게도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수중 자율운행 기구의 추진 시스템은 효율적이고 응답성이 높아야 하기 때문에 수백만 년에 걸쳐 완성된 물고기 지느러미 시스템은 가장 좋은 본보기가 될 수 있다.

아이엘로는 “엔지니어들이 부닥치는 많은 문제들은 동물들이 이미 해법을 진화시켜온 유형과 유사하다”며, “생물학에서 영감을 얻은 기술에 더 많은 관심을 갖고 설계한 장치에  자연에서 관찰한 현상을 통합한다면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는데 도움을 얻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병희 객원기자
kna@live.co.kr
저작권자 2017-04-12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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