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타임즈 로고

기초·응용과학
캔버라 = 유지은 객원기자
2004-12-27

역사공부의 현장, 호주 국립 박물관 호주 국립 박물관 참관기

  • 콘텐츠 폰트 사이즈 조절

    글자크기 설정

  • 프린트출력하기

박물관은 누가 뭐라고 해도 역사의 전시실이다. 캔버라의 호주 국립박물관은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하는 역사의 학습현장이다. 지난 기사에 이어 호주 국립박물관의 내부를 들여다본다.<편집자주>


다양한 형태의 전시 방법과 새로운 비젼을 가진 호주 국립박물관에서 가장 박물관다운 전시실은 'Nation-Symbols of Australia'관과 'Horizons-The Peopling of Australia since 1788', 그리고 'First Australians Gallery'관이다.


'Nation'관에서는 호주인들이 언제부터 어떻게 발전해 왔는지, 그 역사 안에서 나타내고자 했던 가치관과 사상은 어떤 것들인지를 전시품과 영상 이미지 등을 통해서 볼 수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박물관 1, 2층을 관통해서 실제 크기 그대로 옮겨 놓은 ‘시민의 문 (Citizen’s Arch)'이다. 이 기념 아치는 호주가 전쟁이나 영웅, 전통적인 왕이 아닌 일반 사람들, 즉 시민에 의해 평화적으로 성립된 나라라는 것을 상징하고 있다.


1965년에 신기술과 함께 등장한 잔디 깎는 기계는 호주인들의 일상 생활과 주거 환경을 보여준다. 또한 1,2,차 세계 대전에 참가 했던 호주 군인들을 기리는 ‘The spirit of the Digger’의 동상을 통해 자유와 세계 평화를 위해 늘 노력하는 호주의 정신을 보여주기도 한다.

이 외에도 호주인들이 빵과 함께 가장 즐겨 먹기때문에 호주를 대표하는 식품이 된 ‘베지마이트’라는 식물 효소 스프레드와 야생 동물이 특히 많은 호주의 고속도로에서 불 수 있는 '동물을 조심하라'는 도로 표지판, 광활한 호주 대륙을 하나로 연결하는 역할을 했던 우체통까지 호주를 대표할 수 있는 것이라면 연대와 크기와 중요성에 상관없이 모두 전시되어 있다.


“이 전시관은 호주라는 나라와 호주인들을 가장 잘 말해 줄 수 있는 곳 입니다. 전시품의 경제적 가치나 오래된 연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여러 가지 다양한 전시품을 통해 가장 효과적으로 호주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것이 우리의 목적입니다.’


기획의도에 대해 알려 주는 큐레이터 한슨(Guy Hansen)의 답변이지만, 이 말에서도 실리적인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호주인의 정신을 느낄 수 있다.


호주의 역사를 볼 수 있는 또 다른 전시관 'Horizons'에서는 호주 대륙에 첫 이주자가 들어온 1788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천만명이 넘는 이민자들의 역사를 보여주고 있다. 이 전시관에 입구에는 ‘ Prison without walls’ 설명서가 붙어 있다.


이 설명서에서는 이땅의 첫 이민자들이 죄수나 피난민들이었다는 것을 솔직히 말하고 있으며 이들로부터 시작해 이후 도전 정신을 가지고 미지의 땅으로 이주해온 사람들의 희망과 공포, 기쁨, 좌절 등을 전시 하고 있다.


또한 이들이 어떻게 미지의 대륙과 거대한 자연에 도전하였는지, 그들이 첫 호주 대륙 횡단에 성공했던 자동차와 지도도 볼 수 있다. 개인의 경험과 이야기를 통해서 나라와 역사를 보여주는 것은 지난번 소개한 'Eternity'관과 같은 맥락으로 호주는 일반 사람 하나하나로 구성된 나라이고 개인을 중요히 한다는 그들의 기본정신이 잘 나타나 있다.


호주의 역사는 겨우 200년이지만 호주 대륙과 이곳에 살았던 첫 사람들의 역사는 4만년이 넘는다. 이들의 역사를 돌아보지 않고는 호주 역사를 다 알았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호주의 첫 사람, 에버리진의 역사를 볼 수 있는 곳은 'First Australians Gallery'이다. 에버리진들은 글로 자신들의 역사를 남겨 놓지 못했고 체계적인 보호를 하지 못해서 이곳에서 주로 볼 수 있는 것은 그들이 남겨놓은 공예품이나 그림과 작은 살림 도구들이다.


하지만 기록영상과 자료를 담은 멀티미디어와 터치 스크린을 통하여 태고의 대륙에서 자연인으로 살았던 에버리진들의 지혜와 예술적인 영혼, 치열했던 생존 노력, 그리고 현재 그들의 상황까지 살펴 볼 수 있다.


“이 전시관의 전시품과 멀티미디어 정보는 방문객들에게 그 동안 잘 알지 못했던 호주 토착 역사와 문화에 대해 새롭게 알 수 있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역사의 주인공인 에버리진들의 현재의 상황과 미래까지 생각할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해 줄 것입니다."


큐레이터 닐(Margo Neale)은 이 전시관이 토착민인 에버리진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가장 새롭고 높은 수준의 전시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에게 익숙한 박물관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을 정도의 가치가 있는, 오래되고 귀중한 전시품들이 유리벽 안에 나란히 정렬되어 있고 그 옆에 그것에 대한 딱딱한 설명과 연대가 적혀 있는 곳이었다. 귀족과 왕족의 물건들이 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고 그 연대와 시대를 대표하는 물건과 뛰어난 역사적 예술품들이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기 마련이었다.


그것을 통해 어느 시대에는 이런 물건들을 쓰고, 입고, 만들었다는 것은 알 수 있지만 그 시대 사람들의 생각이나 그 나라의 정신과 가치관을 느낄 수는 없었다.


국립 호주 박물관의 경우, 전시품 각각은 자체로는 중요한 경제적 환산 가치를 가지고 있지 않은 것들이 많이 있다. 시골 어디쯤 가면 아직도 쓰이고 있을 물건들, 슈퍼에 지금 가서도 살 수 있는 베지메이트까지. 하지만 이 모든 것들이 모여 방문자들에게 호주라는 나라를 느낄 수 있게 해 주고 있다.


이 박물관은 가장 좋고 아름다운 것을 전시품들을 앞세워 우리의 역사는 이렇게 화려하고 뛰어나다라는 자랑을 하지 않는다. 그저 자신들이 어떤 경험과 역사를 통해 이 나라를 세웠으며 지금도 무엇을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어떤 미래를 계획하고 있는지를 전시품과 개인의 이야기와 멀티미디어를 이용해 보여 주고 있다.


역사를 되돌아보고 공부하는 목적이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기원을 찾고 더 좋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라면 호주 국립 박물관은 이런 목적을 다 충족시키는 이상적인 역사공부의 현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캔버라 = 유지은 객원기자
저작권자 2004-12-27 ⓒ ScienceTimes

태그(Tag)

관련기사

목록으로
연재 보러가기 사이언스 타임즈에서만 볼 수 있는
특별한 주제의 이야기들을 확인해보세요!

인기 뉴스 TOP 10

속보 뉴스

ADD : 06130 서울특별시 강남구 테헤란로7길 22, 4~5층(역삼동, 과학기술회관 2관) 한국과학창의재단
TEL : (02)555 - 0701 / 시스템 문의 : (02) 6671 - 9304 / FAX : (02)555 - 2355
정기간행물 등록번호 : 서울아00340 / 등록일 : 2007년 3월 26일 / 발행인 : 정우성 / 편집인 : 윤승재 / 청소년보호책임자 : 윤승재
한국과학창의재단에서 운영하는 모든 사이트의 콘텐츠는 저작권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사이언스타임즈는 과학기술진흥기금 및 복권기금의 지원으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발전과 사회적 가치 증진에 기여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