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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김수봉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2015-10-15

척박한 땅의 씨앗, 노벨상 꽃피운다 일본 과학의 힘...김수봉 서울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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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어김없이 과학 분야에서 일본인이 노벨상을 수상했다. 계속되는 일본인의 노벨수상자 배출에 과학 분야 노벨수상자를 한 명도 배출하지 못하는 우리의 현실에 매우 실망하고 있다. 일본은 150년 동안 씨를 뿌리고 가꾸어 이제 그 열매를 거둬들이고 있는데 우리는 이제 30년 정도의 노력을 하고서는 열매가 열리길 바라고 있는 것이다.

사실 그 동안 우리나라 과학은 눈부실 정도로 양적인 팽창과 발전을 거듭하여 등재된 논문 수에서는 세계 10위권 수준이다. 더구나 한국의 과학 관련 R&D 예산이 GDP 대비 세계 1위, 규모로도 6위인 것을 보면 노벨과학수상자의 탄생을 기대할만 하겠다.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56) 일본 도쿄(東京)대 우주선(線)연구소장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식이 7일 일본 주요 신문 조간 1면에 실렸다. ⓒ 도쿄=연합뉴스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56) 일본 도쿄(東京)대 우주선(線)연구소장이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로 선정된 소식이 7일 일본 주요 신문 조간 1면에 실렸다. ⓒ 도쿄=연합뉴스

아무도 가보지 않은 도전적 연구를 해야 한다

그렇지만 그 많은 예산이 기초과학에 충분히 투자되었는지는 꼼꼼히 따져 볼 일이다. 그리고 기초과학을 지원하는 연구비가 제대로 분배되고 효율적으로 투자되고 있는지도 되짚어 봄 직하다.

알다시피 노벨과학상은 논문 수로 업적을 평가하지 않는다. 양적인 성장은 눈부시지만 논문의 질적 수준 척도가 되는 논문 1편당 피인용 횟수는 30위 정도로 초라한 것이 우리 현실이다. 그러면 우리가 그토록 애타게 갈망하는 노벨과학상 수상자를 배출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는 아무도 가보지 않은 영역을 탐구하고 새로운 지평과 분야를 여는 도전적인 연구를 해야 한다. 세상에 하나 뿐인 실험 장비를 만들어 이전에 없던 새로운 측정 결과를 얻거나 남이 생각해 보지 않았던 가설을 만들어 이해되지 않았던 현상을 설명해내는 연구를 해야만 노벨상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하겠다.

물론 이런 연구를 하면 대부분 실패하기 마련인데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도전하는 자만이 새로운 것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남을 좇아가는 연구가 아니라 새로운 것을 개척하는 연구를 장려하기 위해서는 단기적 성과만을 요구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우리의 현실은 연구비를 따내기 위해 유행을 따라 너무 자주 연구 주제를 바꾸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둘째, 도전적인 연구 주제를 고수해 꾸준히 오랫동안 연구해 나갈 수 있는 연구비 지원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보통 과학계에서 노벨상이 수여되는 업적으로 연구 결실을 얻으려면 짧게는 10년에서 20년 이상이 소요된다.

오랫동안 지원하고 기다려주는 인내심이 필요하다고 하겠다. 일본의 계속된 노벨수상자 배출은 장기간 끈기 있게 연구할 수 있는 분위기를 조성한 과학문화 정신의 저력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지금처럼 주기가 짧은 연구에만 연구비를 지원한다면 겨우 세계적 수준으로 진입한 연구가 끊어지게 되고 그 동안 애써 투자한 효과가 없어지는 셈이다. 일본에서 스승과 그 제자들이 연이어 노벨상을 수상하는 점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셋째,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실질적 투자를 늘리고 연구비 배분을 공정하고 효율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명목상 기초과학 ‘거품’을 걷어내자

꽤 많은 국내 R&D 예산에서 명목상으로만 기초과학에 투자한 것을 과감히 걸러내어 기초과학에 안정적인 지원을 할 수 있길 기대한다. 그리고 노벨상을 원한다면 노벨상이 기대되는 연구에 지원해야 됨은 더 말할 필요가 없겠다. 우리가 세계적으로 앞서 있는 연구를 지원해야 가능성이 높아짐은 명약관화하다.

넷째, 풀뿌리 연구비를 지원해야 한다. 정원에서 정성들여 예쁜 꽃을 가꾸기도 하지만 황무지에서 피어난 꽃들도 아름답다. 노벨상이 연구비를 집중해 투자한 분야에서만 나오는 것이 아니다. 척박한 땅에 뿌려 놓은 씨앗이 싹을 틔울 확률이 있다는 점이다.

일본의 또 하나 저력은 과학자들이 적은 연구비를 지원받고도 오랜 세월동안 꾸준히 한 연구만을 고수해 세계적인 전문가가 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적은 금액이지만 폭넓게 대부분의 과학자들에게 지원하는 기본적 연구비가 필요하다. 어렵게 배출된 박사 학위 연구자들이 기본적인 연구비가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면 이것은 국가적 손실이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도쿄(東京)대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56) 교수가 중성미자의 질량을 발견해낸 실험실인 '슈퍼 가미오칸데'. 슈퍼 가미오칸데는 일본 기후(岐阜)현 가미오카(新岡) 광산의 지하 1천m에 설치된 초대형 실험시설로, 직경 39.3m, 높이 41.4m의 수조에 5만t의 물을 담고 있다.
올해 노벨 물리학상 수상자인 도쿄(東京)대 가지타 다카아키(梶田隆章·56) 교수가 중성미자의 질량을 발견해낸 실험실인 '슈퍼 가미오칸데'. 슈퍼 가미오칸데는 일본 기후(岐阜)현 가미오카(新岡) 광산의 지하 1천m에 설치된 초대형 실험시설로, 직경 39.3m, 높이 41.4m의 수조에 5만t의 물을 담고 있다. ⓒ 도쿄 교도=연합뉴스

거대과학시설 과감하게 투자하자

마지막으로 우리도 경제규모에 걸맞게 선진국과 같이 기초과학의 거대과학시설에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일본이 과감한 투자가 필요한 기초과학 육성에도 인색하지 않음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일본이 수천억 혹은 수조원이 드는 거대과학시설에 과감히 투자하는 선진국다운 모습이 부럽다.

최근 중국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이에 반해 우리는 거대과학시설 투자에 너무나 인색한 편이라 하겠다.

일본의 연속된 노벨수상자 배출은 분명 부러운 사실이지만, 우리도 기본에 충실한 기초과학을 꾸준히 지원하고 과학자들이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는 도전적인 연구를 해나가다 보면 언젠가 노벨과학수상자를 배출하리라 기대한다.

김수봉 서울대 물리천문학부 교수
저작권자 2015-10-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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