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는 이미 4만여 년 전부터 원주민이 거주하고 있던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대륙중 하나다. 영국인이 이곳으로 이주하기 시작한 것은 1788년으로 불과 200여년 전의 일이다.
그 이후 적극적인 이민 정책으로 현재는 미국에 버금가는 다양한 인종과 다양한 문화가 활기차게 이 나라를 이끌어 가고 있다. 오래된 대륙에서 비교적 짧은 역사를 가진 호주지만 박물관의 역사는 올해로 150년을 맞고 있으니 자신들의 역사에 비해 박물관의 역사는 결코 짧다고 할 수 없다.
호주의 각 도시에는 여러 가지 종류의 크고 작은 박물관들이 있다. 인구가 3000천명도 되지 않는 작은 지방 도시에도 그 지역의 역사와 특징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박물관이 있을 정도이다.
호주 박물관 순례는 이 많은 박물관 중 가장 대표적이라고 할 수 있는 호주 국립 박물관 에서부터 시작하기로 했다.
The National Museum of Australia 는 호주의 수도인 캔버라에 있다. 국립 박물관은 1980년 의회법에 의해 설립되어 2001년 현재 캔버라의 랜드 마크라고 할 수 있는 페닌슐라로 이전하였다. 이 건물은 여러 개의 곡선과 복잡한 복층 구조로 호주의 역사적 특징을 표현하고 있으며 2001년 세계 베스트 건축물 대상을 받았다.
호주 다른 지역 박물관에 비해 역사는 짧으나 그 만큼 현대적이고 아름다운 박물관으로 마치 현대 미술관에 온 듯한 느낌이 드는 곳이다.
실내도 다른 곳과는 달리 세계 어느 박물관에서나 볼 수 있는 왕관이나 귀족들의 물품도 없고 차분한 조명에 엄숙한 실내 분위기도 아니다. 전시품들이 두꺼운 유리벽안에 나란히 정리되어 있지도 않다.
박물관 디렉터 마틴 포르투스 인터뷰
박물관 답지 않은 이 박물관에 대해 디렉터인 마틴 포르투스(Martin Portus)에게 직접 들어 보았다.
우리는 호주의 과거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현재와 미래를 함께 보여 주고자 한다.
역사적인 배경 안에서 현재 우리모습을 고찰 하면 미래의 우리의 모습을 그려낼 수 있다. 방문자들에게 이것들을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기존의 전시 위주 방법을 버리고 하이 터치 멀티미디어를 이용하고 있다. 영상과 소리와 직접 체험으로 호주를 느낄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 박물관의 가장 큰 특징이라고 할 수 있다.
▲ 국립 박물관이라는 명성에 비해 전시품이 많이 없는 것 같은데.
호주는 다른 나라들처럼 왕이나 영웅이 나라를 만든 것이 아니라 보통 사람들이 모여서 큰 전쟁이나 혁명 없이 만든 나라이다. 또 우리의 역사는 200여년 정도다. 그래서 오래되고 화려한 전시품보다는 일반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각 시기의 역사와 우리가 걸어 온 길을 표현하고자 했던 것이다. 우리의 주요 테마는 오래된 유품이 아니라 ‘호주에 살았고 살고 있고 살아 갈 사람들' 이다.
또한 호주는 다민족 다문화로 이루어진 나라이기 때문에 한꺼번에 모든 것을 보여 줄 수 없다. 역사는 문화와 과학, 예술, 사람 등 많은 것들이 섞여서 만들어 지기 때문에 전시를 자주 바꾸어 가면서 모든 분야를 보여 주기 위해 노력 한다. 1년에 4번 정도 새로운 것을 보여 주고 있다. 자신의 흥미에 따라 방문자들이 선택 할 수 있는 공연장 같은 곳이다. 평생에 한번 와서 한 번에 다 보고 끝나는 곳이 아니라 꾸준히 찾을 수 있는 곳을 만들고 있다.
▲ 그렇다면 주로 어떤 것들이 현재 전시 되어 있는지.
박물관은 대륙, 국가, 사람, 이 세 가지로 크게 나누어서 풍부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호주의 특별한 자연과 원주민의 역사와 예술, 호주 이민자들의 역사와 사람들 그리고 현재를 멀티미디어와 오디오 등을 풍부한 자료를 통해 정보를 느낌으로 바꾸어 전달한다.
이 세 가지의 큰 테마 안에서 전시가 이뤄지는데 늘 볼 수 있는 상설 전시와 바뀌는 특별 전시로 나뉘어진다.
가장 중요한 상설 전시로는 ‘가장 오래된 대륙 호주의 기원과 발전’이 있고 또 지금은 멸종되어 볼 수 없는 ‘타지메니아 호랑이’ 등 진기한 동, 식물 전시 등이 있다. 호주를 최초로 횡단한 자동차와 세계에서 가장 크고 오래된 나무 껍질에 그린 그림 등도 전시돼 있다.
'사람' 과 '국가'는 개인의 이야기를 통해 개인과 국가의 역사를 한꺼번에 보여 주고자 했다. 또한 호주의 다양한 상징물을 통해 호주인과 외국인들에게 호주에 대해 이해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전시물 이외에도 자료실이 마련되어 있어 누구나 호주에 대한 모든 자료를 스스로 찿고 물어 볼 수 있다. 박물관은 유물은 전시 하는 곳이 아니라 모든 정보와 역사를 나누어 주는 곳이다.
우리는 사람들이 와 주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각 학교와 단체와 박물관 회원들에게 우리가 만드는 프로그램과 전시 일정들을 알리고 적극적으로 홍보한다.
▲ 사회에서 박물관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생각 하는가
박물관은 내가 살고 있는 지역과 시대와 사람 등에 대한 이해를 돕고 정보를 줄 수 있는 곳이다. 우리가 보지 못했던 과거를 알게 해 주고 특히 어린 아이들에게 학교에서 배우는 것을 직접 보고 체험 할 수 있게 하여 내 나라에 대한 이해와 흥미를 갖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서 우리는 특히 학생들이 참여 할 수 있는 프로그램에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해 마다 8만명 이상의 학생들이 이곳 호주 국립박물관의 교육 프로그램에 참여를 하고 있고 지난 3년 동안 3백만 여명의 호주인이 이곳을 찾았다고 한다.
호주 사람 열명 중 한 명이 방문한 셈이다. 국립 박물관의 소장품은 17만2천점에 이르며 65개의 멀티미디어들이 곳곳에 설치되어 박물관을 활기찬 공간으로 만들 주고 있었다.
죽은 듯 누워 진열된 과거의 유품을 보는 곳이 아니라 그야말로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함께 있는 박물관이었다.
- 캔버라 = 유지은 객원기자
- 저작권자 2004-12-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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