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토콘드리아는 우리 몸의 세포 속에 있는 소기관의 하나로, 섭취한 음식물을 통해 에너지원을 합성하는 에너지 공급원 역할을 한다.
미토콘드리아에 문제가 생기면 에너지가 많이 필요한 장기나 기관이 먼저 영향을 받게 된다. 에너지 부족으로 시력상실, 난청, 치매, 심근질환, 근육질환, 신장기능 장애, 노화 등이 나타날 수 있다. 미토콘드리아 질환은 세포 핵의 DNA에 존재하는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이나, 미토콘드리아 자체 안에 있는 DNA(mtDNA)를 암호화하는 유전자 결함에 의해서도 생길 수 있다.
미국 소크연구소(Salk Institute) 연구진은 미토콘드리아 질환을 가진 환자들의 세포를 여러 형태로 분화할 수 있는 건강하고 돌연변이가 없는 줄기세포로 변환하는데 성공함으로써 줄기세포를 이용한 유전병 치료에 한 발 다가섰다고 과학전문지 '네이처'(Nature)가 7월 15일자에 발표했다.
논문의 시니어 저자인 후안 카를로스 이즈피수아 벨몬테(Juan Carlos Izpisua Belmonte) 교수(소크 유전자 발현 연구소)는 “지금 당장 미토콘드리아 질병 치료법을 내놓을 수는 없으나, 우리가 최근 이 질병들을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을 개발해 앞으로 어떻게 이 질환들을 치료할 수 있는지에 대해 답변할 수 있다”고 밝혔다.

환자 피부세포에서 다능 줄기세포 추출해 건강한 세포 생산
미토콘드리아 질병은 미토콘드리아 유전자에 영향을 미치는 200여개의 돌연변이 중 몇 개에 의해 발생한다. 문제가 생긴 유전자나 세포 형태에 따라 근육 위축증, 간질환, 당뇨, 심장 발작, 발달 지연이나 시력 장애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현재의 치료법은 이들 질병의 증상을 약화시키거나 진행을 늦출 뿐, 완치에 이르지는 못하고 있다.
벨몬테 교수팀은 이번 연구를 위해 전세계에서 미토콘드리아 뇌척수장애나 레이 증후군(Leigh Syndrome) 환자의 피부 조직을 모았다. 두 질환 모두 뇌와 근육에 영향을 미쳐 정상적인 활동을 할 수 없는 심각한 질환이다.
연구팀은 피부 세포들을 원초적 상태로 되돌리기 위한 과정으로서 표준 프로토콜에 따라 이 세포들로부터 다능 줄기세포(pluripotent stem cells)를 추출했다.
논문 저자의 한 사람인 알레한드로 오캄포(Alejandro Ocampo) 연구원은 “줄기세포를 생성하는 과정 중에 자연스럽게 여러 형태의 복제 세포들이 얻어진다”고 말했다. 만약 환자의 세포들 속에 건강한 세포와 미토콘드리아 질병이 있는 세포가 섞여 있다면 똑같이 건강한 줄기세포와 병든 줄기세포가 생성되며, 작업이 끝난 다음에는 건강한 줄기세포만을 추출한다는 것이다.
물론 환자의 세포 중에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세포가 충분하지 않다면 이 방법을 사용하기가 어렵다.
건강한 세포 없으면 핵치환 난자 이용해 줄기세포 만들어
연구팀은 이런 경우에 대비해 두 번째 방법을 고안했다. 환자의 피부세포에서 대부분의 유전자를 가진 핵을 추출해 건강한 미토콘드리아를 가진 공여자의 건강한 난자에 치환해 넣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핵 치환 난자를 이용해 건강한 다능 줄기세포를 생성해 낼 수 있다. 연구팀은 이 작업을 통해 건강한 미토콘드리아가 대체된, 건강하고 환자의 것과 유전적으로 유사한 세포들이 성공적으로 생성되는 것을 확인했다.
논문 저자 중 한 사람인 준 우(Jun Wu) 연구원은 “두 가지 경우 모두에서 중요한 것은 우리는 건강한 줄기세포를 가지고 있고, 이 다능 줄기세포들을 어떻게 다른 형태의 세포로 분화시키는 지를 안다는 것”이라며, “이 다능 줄기세포들은 인체의 모든 세포로 분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건강한 세포를 이용해 돌연변이가 없는 줄기세포를 추출하고 이들로부터 심장, 뇌, 근육이나 눈 세포를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러나 이 세포들을 성숙하고 기능적으로 완벽하게 만들어 환자에게 이식하는 방법은 아직 개발 중에 있다.
벨몬테 교수는 이 새로운 방법이 기초과학자들에게 매우 요긴하게 활용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과학자들은 오랫 동안 왜 인체의 여러 기관과 조직들이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에 의해 상이하게 영향을 받는지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번 연구팀은 미토콘드리아 돌연변이를 가진 줄기세포와 건강한 줄기세포를 비교하고, 이들 각각이 서로 다른 세포 형태로 분화하도록 유도함으로써 미토콘드리아 질병 양상에 대한 더욱 자세한 연구 결과를 내놓을 수 있었다.
- 김병희 객원기자
- kna@live.co.kr
- 저작권자 2015-07-2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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