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부터 23일까지 국립과천과학관에서 ‘스케치 오브 사이언스(Sketch of Science)’가 열린다. 52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이 자신의 기발한 수상 아이디어를 크레용 그림에 담아 소개하는 행사다.
2008년 생리의학상 수상자인 파스퇴르연구소의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Francoise Barre-Sinoussi) 감염통제센터 소장은 밝은 모습으로 그림을 통해 자신이 발견한 인간면역결핍바이러스(HIV)의 내부 모습을 소개하고 있다.
1998년 물리학상 수상자인 로버트 로플린(Robert B. Laughlin) 전 카이스트 총장은 자신이 발견한 ‘분수 양자홀 효과’라는 이론을 설명하고 있다. 특히 자신의 수식에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손가락으로 가르치면서 관심을 가져주기를 주문하고 있는 모습이다.
“노벨상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어”
14일 개막식에 이어 열린 포럼에서 수상자들의 강연이 진행된다. 이날 강연자로 나서는 2011년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이스라엘 출신의 댄 셰흐트만(Dan Shechtman) 서울대 석좌교수는 “과학을 하면서 노벨상을 타겠다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는 말을 해왔다.

노벨상 뿐만 아니라 다른 상 역시 관심 밖이었다는 것. 과학을 그처럼 열심히 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이 하고 있던 과학(재료공학)이 너무 재미있고, 또한 즐거웠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그는 늘상 “즐거운 만큼 최선을 다 하는 것”이라는 말을 해왔다고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실험을 진행하면서 이전에 알지 못했던 새로운 사실들을 발견하고, 새로운 발견은 또 다른 발견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과정들이 즐거워 실험실에 파묻혀 있었더니 노벨상이 자신을 찾아왔다고 말했다.
아울러 셰흐트만 박사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자연에 많은 달걀을 품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수많은 달걀을 부화시키면 이전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비밀이 탄생했다는 것이다. 그는 노벨상 수상자들에 대해 그 비밀을 탄생시키는 사람들이며, 그 일에 큰 기쁨을 느끼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자주 했다고 한다.
그가 특히 강조하고 있는 것은 교육이다. 훌륭한 교사를 통해 뛰어난 학생이 탄생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특히 어린 시절서부터 과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도록 지도할 필요가 있다고 피력해 왔다. 이에 그는 현재 이스라엘에서 TV 등을 통해 유아들을 위한 과학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2007년 노벨물리학을 수상한 광주과학기술원의 페터 그륀베르크(Peter Grünberg) 자성 나노소재연구센터장 역시 과학의 즐거움을 강조해 온 이다. 그는 자연 속에는 두 가지 법칙이 존재한다고 말하곤 했다.
그의 말에 따르면 자연 속 법칙 중 하나는 작용‧반작용과 같은 기본적인 법칙이다.
또 다른 하나는 기본적인 법칙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새로운 유형의 법칙들이다. 이 설명이 불가능한 새로운 법칙, 즉 ‘물질들이 진공 상태를 싫어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런 현상을 ‘공간(空間) 공포의 법칙’이라고 불렸다.
한국서 기초과학 아이디어 더 확대해야
그륀베르크 박사는 이 공간 공포의 법칙을 통해 새로운 여러 가지 사실들을 발견할 수 있었다고 주장해 왔다. 그륀베르크 박사는 이러한 주장을 근거로 주변 환경에 따라 자기장 운동이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 다양한 속성들을 파악할 수 있었다.
또 이 원리들을 활용해 컴퓨터 속에 들어 있는 하드디스크 크기를 대폭 소형화할 수 있었다. 그의 발견은 지금의 스마트폰과 같은 소형 컴퓨터가 대량 출현할 수 있는 기술 기반을 구축했다.
그륀베르크 박사는 자신을 지금의 자리로 이끌어준 것은 스승들의 가르침이라는 말을 자주 해왔다고 한다. 그는 “행운을 기대하지 말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삶을 살아가야 한다”는 한 스승의 가르침을 일생 좌우명으로 삼고 있다고 말하곤 했다.
또 자신의 연구 아이디어의 기본 틀로 삼고 있는 원칙들, 즉 “자연 속에 기본 법칙과 기본 법칙으로 설명이 불가능한 새로운 법칙들이 항상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 역시 한 스승으로부터 배운 진리였다고 말한 바 있다.
52명의 노벨상 수상자들을 촬영한 사진작가 폴커 스테거(Volker Steger) 씨는 수상자 대다수가 “백지 상태에서 모든 것을 시작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근심이 없은 모습 속에서 천진난만한 모습으로 재미있는 일을 하고 있는 어린아이와 같은 인상을 받았다는 것.
올로프 아멜린(Olov Amelin) 노벨박물관장은 “근엄하고 진지하기만 할 것 같은 노벨상 수상자들은 실제로 꾸밈없고 유쾌한 분들”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사진 속에 나타난 수상자들의 모습은 우스꽝스러울 정도다.
한편 KISTEP, 과천과학관이 공동주관하고 있는 ‘스케치 오브 사이언스’는 2012년 6월 스톡홀름 노벨박물관에서 첫 전시회를 연 후 매년 4~5개 국가를 돌면서 6~8주간 전시하는 방식으로 개최되고 있다.
-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 aacc409@naver.com
- 저작권자 2014-10-14 ⓒ ScienceTimes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