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4월 경기안산항공전이 열린 경기도 안산시 사동. 우레와 같은 엔진음을 내며 검은 바탕에 노란 줄무늬를 한 대한민국 공군 특수비행팀 블랙이글이 나타났다.
블랙이글은 8대의 비행기가 아슬아슬하게 교차하는 곡예비행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푸른 하늘에 사랑을 상징하는 하트모양에다 큐피드의 화살을 꽂는 묘기, 높이 치솟다가 분리되면서 대한민국을 상징하는 태극의 형상을 하얀 연막으로 수놓는 묘기 등은 관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를 이끌어내기에 충분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고난도의 공중기동은 조종사로서의 자신감과 8명의 일치단결된 팀워크가 없으면 절대로 불가능하며, 더불어 가볍고 빠르게 기동할 수 있는 비행기가 요구된다”고 말한다.
이 블랙이글이 몰고 있는 비행기가 바로 우리나라에서 만든 T-50B 항공기다. 이 특수비행기는 조종사 훈련을 목적으로 90년대 후반부터 개발에 착수한 T-50 고등훈련기의 아형이다.
이 훈련기가 지난 2003년 2월 19일 최초로 음속을 돌파하고, 다시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으면서 경공격기 FA-50으로 성장했다. 그리고 지난 17일 첫 전투기 해외수출이란 쾌거를 이룩했다.
항공기는 종류와 임무를 막론하고 그 개발에서 탄생, 그리고 첫 비행까지 매우 복잡하고도 긴 과정을 거친다. 경공격기 FA-50의 탄생도 예외가 아니다.
디지털 기술이 완성한 T-50 훈련기
90년대 후반에 우리 정부는 T-37, TF-5B 등의 노후화된 훈련기를 대체하기 위해 T-50 고등훈련기의 연구개발에 착수했다. 전문가들은 “항공기 개발은 최초에 사용자의 요구부터 시작해 개념설계, 기본설계, 상세설계, 시제작, 지상시험, 개발비행, 인증비행 등의 과정을 거친다”고 말한다.
또 “설계단계에서 항공기의 풍동시험은 특히 중요한데 실제 비행 전에 성능예측을 통해 기체 형상을 확정할 수 있기 때문이다”고 설명한다.
97년부터 업계 주도로 디지털 설계 기술이 적용되면서 풍동 시험 등의 전반적인 기본설계 업무를 거친 T-50 고등훈련기는 2001년 10월 마침내 시제 1호기가 출고됐고, 2년 후 초음속을 돌파하는 기록을 세운다. 이로써 고등훈련과 전술입문훈련을 모두 할 수 있어 조종사의 훈련 기긴을 크게 단축시키는 이점을 갖추게 됐다.
초음속 비행은 소리보다 빠르게 비행하는 것으로 소리의 속도인 마하 1.0으로 날아가면 서울에서 부산까지 이륙한 지 20분 만에 도착하게 된다. 초음속을 돌파한 T-50 고등훈련기의 최대 속도는 마하 1.5다.
전문가들은 “항공기의 음속 비행 시 공기가 가하는 힘은 초속 50m의 강풍이 부는 특급 태풍 속에서 받는 힘의 45배나 되고, 음속 장벽을 돌파하는 순간에는 추가적으로 강한 공기의 저항력이 생성되고, 이로 인한 충격파가 발생한다”고 말한다.
충격파로 인해 항공기 날개의 표면에 공기 흐름의 교란이 생기고, 공력학적으로 불안정성이 발생, 양력이 급격히 떨어지는데 이는 추락할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구조적으로도 항공기 표면의 공기압력 불균형으로 날개의 일부분이나 항공기 전체가 크게 뒤틀리거나 항공기 기체가 제멋대로 진동하는 현상이 발생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때 조종간이 말을 안 듣는 위기의 순간이 닥칠 수도 읶다.
T-50 고등훈련기의 경우, 공기의 저항을 줄이는 형상 제작, 30만개에 이르는 각종 부품과 전자장비의 오차없는 작동, 초음속 기동시 공기압력에 견디는 기체구조 등을 갖춤으로써 이런 문제들을 해결했다. 이를 위해 7천 시간 이싱의 풍동시험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다기능 시현기에 초정밀 레이더까지
2차 세계대전이 벌어진 당시에는 세계 각지의 하늘에서 전투기(Fighter)들이 물고 물리는 공중전(Dog fighting)을 벌였다. 한편으론 덩치가 훨씬 큰 폭격기(Bomber)들이 별도로 지상에 엄청난 양의 폭탄을 투하하는 임무를 맡았다.
그런데 걸프전 무렵부터 전투기의 운용에 큰 변화가 일어서 전투기에 대지공격능력이 부과되기 시작했다. F/A-18 호넷의 경우, 아예 개발단계부터 전투기와 대지공격기의 임무가 주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전투기는 목표물을 탐지, 식별, 공격하기 위한 장비들을 탑재하는데 콕핏(Cock pit)에는 다기능 시현장치(MFD)가 있어 필요한 비행 및 전투정보를 쉽게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이는 공중전에 능숙하게 대처할 수 있게 한다.
F15K 공격기는 이런 전투능력에다 강력한 대지공격 능력을 갖추고 있다. 일례로, 조종사의 헬멧에 장착된 시현기에는 추적 장치가 결합돼 조종사의 시야가 가리키고 있는 방향으로 미사일이 자동으로 쫓아가는 방식이다. 조종사는 미사일 버튼에 손가락을 올려놓고, 표적을 쳐다보기만 하면 알아서 레이더, 센서, 미사일들이 조준된다.
지난해 8월 전투용 적합 판정을 받은 FA-50 경공격기도 비슷한 무장조건을 갖추고 F-15K의 전술 폭격을 지원하는 임무를 맡고 있다. 우선, 공대공/공대지 미사일, 20㎜ 기관포 등으로 공중 및 지상 모두에서 싸울 수 있다.
최대 4천500㎏에 달하는 무장 장착이 가능하고 고도의 전투임무를 위해 합동정밀직격탄(JDAM)과 지능형 확산탄(SFW) 등 정밀 유도 무기를 최대 4발까지 파일런에 달 수 있다.
또 FA-50은 공격기 임무를 위해 KF-16과 동급의 초정밀 레이더를 장착, 지상에 있는 목표물에 대한 탐지범위를 확장했다. 특히, FA-50의 데이터링크(Data Link) 기술은 방공본부로부터 최대 1천 개 이상의 항공기에 대한 동시 탐지가 가능해 합동작전에 탁월한 능력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FA-50기는 이라크에 최초로 수출계약이 체결되면서 향후 전 세계 경공격기 시장을 향한 수출 청신호가 켜졌다.
- 조행만 객원기자
- chohang3@empal.com
- 저작권자 2013-12-18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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