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불황의 터널을 뚫고 나가는 출구전략과 미래로 향하는 입구전략을 동시해 마련해야 합니다.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두 전략의 공통 핵심 키워드인 ‘여성의 부가가치화’입니다. 여성의 가치를 높여주고, 가치가 높아진 여성들이 사회에 기여할 수 있도록 여성 인력의 육성과 활용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난 26일 서울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여성 가치창조 사회로 가는 길-과학기술과 여성’이라는 주제로 열린 ‘제46회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회장 박상대, 이하 과총) 포럼’에서 곽재원 한양대학교 석좌교수는 여성 과학기술 인력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와 같이 말했다.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위해 고급 과학기술 인력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특히 우수 여성 과학기술 인력을 적극 유입해 활용하는 문제가 시급한 정책 현안으로 제기되고 있다. 이번 포럼은 이런 현실을 반영해 과총이 여성 과학기술인 지원정책 현황을 소개하고, 체계적이며 종합적인 여성 과학 인력 육성정책 방향 및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자리를 마련한 것.
유명희 대통령실 미래전략기획관의 축사와 이상목 과총 사무총장의 환영사로 시작된 이날 포럼은 곽재원 한양대 석좌교수의 주제발표가 있었고, 권대봉 고려대학교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지정토론을 진행했다.
패널로 민철구 과학기술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박재민 건국대 교수, 이석봉 대덕넷 대표,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 한선화 KISTI 선임연구부장이 참석했다.
성별 소득 격차에 주목
곽 교수는 “여성계가 지금까지 많은 전략을 펴왔지만 시각을 달리해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어떠한 전략을 수립하고 있는지를 살펴봄으로써 우리나라에 시사점을 얻고자 한다”고 말하며 주제발표를 시작했다.
곽 교수는 주요국의 기업 내 임원 비율, 여성오너 개인기업 비율, 영유아를 가진 유럽 여성의 고 취업률, 주요국 출산율 등의 수치를 근거로 제시하며 여성의 사회활동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이어 여성 노동력 비중, 여성 연평균 수입, 대졸 남녀 간 직업 선택의 차이, 직업 진출분야의 차이와 소득비교, 여성 연구자 비율 등의 데이터를 근거로 성별 소득 격차를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그동안 여성관련 정책이 성 평등과 여성 차별제도 철폐 위주로 진행돼 왔다면, 최근에는 남녀 간 소득 격차 해소에 주목하고 있다. 여성 사회진출의 양적 증가는 고무적인 일이지만, 이제는 질적 성장 즉 고부가 가치가 발현되는 직업 분야로의 진출을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 주목할 분야가 바로 과학기술, 공학, 엔지니어링 등이다.

곽 교수는 “총 인구 대비 노동력 인구를 살펴보면 ‘노동력 률’을 구할 수 있고, 노동력 인구 대비 총 부가가치 액을 알아보면 ‘생산성’이 나온다”며 “여성의 노동력 률 유지와 생산성 향상이 관건”이라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여성가치창조와 고복지사회는 매우 연관성이 높다”며 “복지 서비스직을 늘리면 여성이 일하게 되고 이것은 가계 수입 증대로 이어져 궁극적으로 세수 확보에 도움이 된다. 또한 일과 생활의 밸런스를 넘어 시너지까지 창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여성 과학기술자의 활력을 통한 경제 활성화를 위한 제언으로 정책과 방침 결정과정에 여성 참여 확대, 여성 중심의 공모형 연구개발사업 확대, 중·고생의 이공계분야 진로선택 지원 등을 언급했다.
여성의 취업률보다 승진비율 중요
여성 과학기술자를 육성하고 지원하기 위한 정책은 2000년부터 본격화돼, 2002년에는 ‘여성 과학기술인 육성 및 지원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이혜숙 한국여성과학기술인지원센터 소장은 “10년을 돌아보고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적기인 것 같다. 과학기술인은 타고나는 것이 아니라 길러지는 것이다”며 여성이 리더십을 갖출 것을 주문했다.
민 연구원 역시 “이제는 여성의 취업률보다는 승진비율에 주목할 때이고, 사회 참여비율보다는 오피니언 리더비율을 눈 여겨 봐야 한다”고 밝혔다. 덧붙여 이석봉 대덕넷 대표는 여성의 사회적 책임을, 박재만 건국대 교수는 커리어 단절을 극복할 수 있는 별도의 커리어 완성과 승진을 위한 교육 시스템을 지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선화 연구부장은 여성 문제에 대한 남성의 참여가 확대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성의 참여로 문화와 제도를 바꿔 남성이 ‘우리는 여성을 원해요’라고 말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는 것. 그는 “여성을 주제로 한 많은 학술 행사에 참여했지만 오늘과 같이 남성이 좌장이고, 토론자인 모임은 처음이다. 이런 시도가 중요하고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국과학기술단체총연합회는 500만 과학기술인을 대변하는 과학기술단체 대표기관이다. 지난 45년간 축적해 온 역량을 기반으로 과학기술인의 권익신장을 도모하고, 그 역량을 다시 결집해 국가발전과 국격 제고에 헌신하겠다는 설립목적을 갖고 있다.
- 권시연 객원기자
- navirara@naver.com
- 저작권자 2012-09-2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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