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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응용과학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2012-09-07

성폭력 피해자 심정 이해해야… 늘어나는 성폭력, 최선의 해결책은?(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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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심리상담가 캐더린 부쉬(Catherine Busch, 아동심리학) 박사는 평소 성폭력(raped) 피해자에 대한 질문을 많이 받고 있다. 최근 심리상담 블로그인 'Child Psych'를 통해 성폭력 피해자가 겪는 심적 고통의 과정을 간략하게 설명했다.

피해자 대부분 마음속에서 큰 혼란을 겪게 된다는 것. 첫 번째 주를 지나면서 혼란 속에서 갑자기 멍해지기도 하고,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갑자기 마음이 위축돼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죄의식에 사로잡혀 주변 사람들을 강하게 거부하는 경우도 자주 발견된다.

지난 일에 대한 기억은 두 번째 주 정도에 이뤄진다. 그리고 그 때의 충격을 회상하면서 격렬한 감정에 휩싸이게 된다. 그러다 지쳐서 잠이 들게 되면 악몽을 꾸는 경우가 빈번하다. 그러다 잠이 깨면 자신이 안전한 상황에 있지 않다는 생각에 몸을 떨게 된다.

정상적인 삶 흉내 내지만 잘 안 돼

심지어 부모들로부터 떨어져 있다는 고립감이 최고조에 이르는 때다. 어떤 피해자들은 고통스러운 자신의 기억과 감정을 마음속에서 도려내 버리려고 애쓴다. 과거의 일 자체를 생각하는 것 자체를 거부하면서 정상적인 삶을 흉내내려 시도하기도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다. 

▲ 성폭행 피해자들을 배려하고 도와주려는 움직임이 UN, WHO 등을 통해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다. 사진은 WHO, 유엔난민기구가 공동 제작한 성폭행 피해자 진료 프로그램 CD. ⓒWHO

한 달이 지나면 심리적으로 이상증세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충격을 당한 뒤 생기는 비정상적인 반응, 트라우마(trouma)를 말하는데, 극심한 걱정에 사로잡혀 특별한 보상을 받으려고 하기도 하고, 심한 우울증세를 보이기도 한다.

고통이 심해지면서 알콜, 마약에 빠지기도 하고, 심한 경우 자살을 생각하기도 한다. 실제로 자살을 시도하려고 생각하는 경우가 3분의 1에 달하며, 약 17%는 자살을 시도한다고 한다. 그렇지 않은 경우는 일생을 심리적 이상 증세에 시달려야 한다. 

정상적인 섹스는 물론 대인관계에 있어 심각한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것이 보통이다. 일생을 통해 성폭력 피해를 겪어야 하는 현실이다.

또 다른 연구 결과도 나와 있다. 메릴랜드 대학의 매튜 툴(Matthew Tull, 심리학) 박사는 자신의 연구논문을 통해 많은 성폭력 피해자들이 수치와 죄의식, 걱정과 두려움 그리고 슬픔에 빠져 있다고 했다.

무엇보다 위험한 것은 '낙인(stigma)' 의식이다. 수치심이 증폭되면서 자신이 성폭력으로 인해 낙인이 찍혀 있다고 믿게 된다는 것. 만일 그렇지 않다면 대부분 장기간에 걸쳐 심리적 장애(post-traumatic stress)를 키워나간다. 

예를 들면 악몽, 과거 상황을 수시로 떠올리게 되는 침투적 사고(intrusive thought) 등의 증상들을 말한다. 많은 피해자들이 항상 자신을 보호받아야 할 대상으로 생각하고, 남을 의심하면서 살게 된다. 외상후 스트레스(PTSD)라고 부르는 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더 나빠질 수도

외상후 스트레스가 무서운 병이라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약물중독, 우울증, 과민반응, 조울증, 불규칙한 식사습관 등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어릴 때 성폭력(rape)를 당한 경우에는 외상후 스트레스 증상이 최고조로 증폭된다. 

심리적 고통이 육체적인 것으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만성 요통, 관절염, 소화불량, 뇌졸중, 과다한 생리적 증후군 등과 같은 고질병으로 발전한다는 것.

성폭행 피해자들은 대부분 정상적인 섹스 행위 자체를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 그들에게는 섹스가 기쁨이 아니라 고통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 피해를 당한 경우는 그 증상이 더 심각하다. 일생 동안 이성을 기피한 채 살아갈 수도 있다. 반대로 섹스행위에 더 적극적이면서 많은 수의 파트너들과 관계를 가질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시도는 자신의 불쾌한 감정을 숨기기 위한 방법이다. 고통은 피해자 안에서 그대로 살아 움직이고 있다.

매튜 툴 박사는 이런 증상들이 시간이 지나면서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더 나빠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런 피해자들을 위한 충분한 사회적 배려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에서 벌어지고 있는 성폭행 관련 논란은 이 '사회적 배려' 방법에 귀착돼 있는 것 같다. 특히 성폭행과 무관한 것처럼 보이는 경찰, 병원, 법원 시스템을 놓고 많은 비난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가장 훌륭한 '사회적 배려' 방법은 성폭행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해하는 일이다. 국민 모두 이들 피해자들의 극심한 고통을 이해했을 때 나머지 문제들도 손쉽게 풀려나갈 것으로 보인다.
이강봉 객원편집위원
aacc409@naver.com
저작권자 2012-09-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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