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로부터 내려온 믿음, 그리고 이에 대한 현대 과학의 도전
"기원전 373년 그리스의 헬리체에서 쥐, 족제비, 뱀, 지네들이 집을 떠나 안전한 곳으로 향했다. 며칠 후 파괴적인 지진이 그 지역을 강타했다." 이는 지진 이전 동물들의 이상 행동에 대한 인류 최초의 기록이다. 그로부터 2400년이 지난 지금도 동물들이 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는 믿음은 세계 곳곳에서 이어지고 있다.
현대에 들어서도 이러한 일화들은 끊이지 않는다. 개들이 이유 없이 짖어대고, 소들이 우유 생산을 중단하며, 두꺼비들이 연못에서 뛰어나오는 현상이 지진 직전에 관찰된다는 보고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과학자들에게 이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수수께끼다. 과연 동물들이 인간이 감지하지 못하는 지진의 전조를 미리 알아챌 수 있는 것일까?

먼저 결론부터 설명하자면, 미국지질조사소는 이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보인다. 지진 이전 동물들의 이상 행동에 대한 일화적 증거는 풍부하지만, 일관되고 신뢰할 만한 행동 패턴과 이를 설명하는 메커니즘은 여전히 명확하지 않다는 것이다. 동물들은 인간보다 훨씬 더 본능에 충실하며 예민하기에 배고픔, 영역 방어, 짝짓기, 포식자 등 수많은 요인에 반응하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통제된 연구를 통한 보다 명확하고 분명한 인과관계를 밝히기 어렵다.
하지만 일부 과학자들은 동물들이 인간보다 뛰어난 감각을 가지고 있어 지진의 전조 신호를 감지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동물들은 인간이 듣지 못하는 고주파 소리를 들을 수 있고, 감지하지 못하는 냄새를 맡을 수 있으며, 느끼지 못하는 미세한 진동을 감지할 수 있는데, 이러한 능력이 지진 예측과 연결될 수 있다는 것이다.
1975년 하이청의 성공과 1976년 탕산의 한계
동물을 이용한 지진 예측이 가장 극적으로 주목받은 사례는 1975년 중국 하이청 지진이다. 규모 7.3의 강력한 지진이 인구 100만 명의 도시를 강타했지만, 공식 사망자는 2,041명, 부상자는 27,538명에 그쳤다. 만약 예측과 대피가 없었다면 15만 명 이상이 목숨을 잃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중요한 점은 중국 국가지진국이 1970년부터 랴오닝성을 지진 위험 지역으로 분류하고 체계적 관찰을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리고 1974년 12월부터 보고된 동물 이상행동은 과학적 기록으로 남겨졌다. 겨울잠에서 깬 뱀들이 눈 위에서 얼어 죽었고, 쥐들이 마치 술에 취한 듯 비틀거렸다. 닭들은 닭장에 들어가기를 거부했고, 거위들은 빈번히 날아올랐다. 1975년 1월에는 수천 건의 동물 이상행동 신고가 접수됐다. 지역 주민들은 겨울잠 중인 뱀들이 구멍에서 나와 눈 속으로 기어 나오는 모습을 목격했다. 2월 첫 3일 동안에는 소, 말, 개, 돼지 등 대형 동물들의 비정상적 행동이 집중 신고됐다. 지표 온도 상승도 함께 관찰됐다.

중국 과학자들은 동물 행동과 함께 지하수 변화, 지면 변형, 2200년간의 지진 역사 등을 종합 분석했는데, 1974년 12월 하이청 북쪽 70km 지점에서 소규모 지진이 발생한 후 예측 정확도가 높아졌다. 2월 4일 오후 2시, 당국은 전면 대피령을 내렸다. 저녁 7시 36분, 예측된 지진이 정확히 발생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성공은 또 한 번 일어나지 않았다. 1976년 7월 28일 새벽 3시 42분, 탕산에서 규모 7.6의 지진이 아무런 예고 없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하이청에서 관찰됐던 전조 현상들이 전혀 나타나지 않았다는 점인데, 이로 인한 공식 사망자는 무려 242,000명, 부상자는 164,000명이었지만, 실제 사망자는 655,000명에 달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1976년 미국 과학자 조사단이 하이청 사례를 분석한 결과, 성공의 주요 요인은 큰 지진 발생 전에 작은 지진들이 연속적으로 발생한 것이었다고 결론지었다. 또한, 동물 행동을 포함한 다른 방법론들은 평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후 지진학계는 동물을 이용한 지진 예측에 대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
생체로깅 기술이 밝혀낸 동물 행동의 과학
21세기 들어 생체로깅 (logging: 동물이나 사람의 몸에 GPS 센서 혹은 카메라 등을 부착한 후 이들의 행동반경, 잠수 깊이 그리고 패턴 등을 파악하는 일종의 연구 방식) 기술의 발달로 동물의 지진 예측 능력에 대한 연구가 새로운 과학적 접근을 시도하고 있다. 독일 막스플랑크 동물행동연구소와 콘스탄츠 대학교의 마틴 비켈스키 박사팀은 2016년부터 이탈리아 북부 지진 다발 지역에서 정량적 실험을 진행했는데, 연구진은 농장의 소 6마리, 양 5마리, 개 2마리에 GPS 센서와 3차원 가속도계를 부착해 54Hz 주파수로 움직임을 연속 측정했다. 동물의 신체 가속도 데이터를 활동 수준 지표로 변환하고, 금융계량경제학의 통계 모델을 적용해 분석했다. 이는 지진 발생 후 동물 행동을 분석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객관적 통계 기준에 따라 비정상적 행동을 먼저 식별한 후 지진과의 상관관계를 검증하는 방식이다.
연구 결과는 2020년 국제 행동학 저널 '에톨로지'에 발표되었는데, 관찰 기간 동안 해당 지역에서는 규모 4.0 이상의 지진 12차례를 포함해 총 18,000차례의 지진이 발생했다. 동물들은 지진 발생 1시간에서 20시간 전부터 평소보다 50% 증가한 활동량을 45분 이상 지속하는 비정상적 패턴을 보였다.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발견은 거리-시간 상관관계였다. 진앙지에서 5km 떨어진 동물들은 20시간 전부터, 28km 떨어진 동물들은 1시간 전부터 이상 행동을 시작했다. 이는 지진의 물리적 변화가 진앙지에서 더 강하게 나타나고 거리에 따라 약해진다는 지구물리학적 예측과 정확히 일치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집단행동 양상'이었다. 개별 동물 단위로는 명확한 패턴이 관찰되지 않았지만, 집단으로 분석할 때만 유의미한 신호가 나타났다. 비켈스키 박사는 처음에는 소들이 얼어붙은 듯 행동하다가 개들이 흥분하면 소들도 더욱 과격해지며, 그러면 양들의 행동도 증폭된다고 설명했다. 이는 종간 정보 전달을 통한 집단 지능 현상으로 해석된다.
연구진은 2019년 12월부터 실시간 조기 경보 시스템을 시범 운영하고 있다. 목걸이 센서가 3분마다 움직임 데이터를 중앙 컴퓨터로 전송하고, 45분 이상 비정상적 활동이 지속되면 경고 신호를 발생시키는 시스템이다. 지금까지 한 차례 경고가 발령됐고, 3시간 후 실제로 소규모 지진이 발생했다. 진앙지는 동물 축사 바로 아래 지점이었다.
과학계의 엇갈린 평가와 한계
하지만 과학계의 반응은 여전히 회의적이다. 독일 지구과학연구센터의 하이코 보이트 박사는 2018년 지진학회 회보에 발표한 메타분석에서 180편의 논문과 700건의 동물 이상 행동 기록을 분석한 결과 "과학적 증거가 부족하다"고 결론지었다. 보이트 박사팀의 분석에 따르면, 보고된 사례의 90%가 진앙지로부터 100km 이내, 지진 발생 60일 이내에 집중됐다. 연구진이 해당 지역의 전조 지진 발생 시기와 비교한 결과 놀라운 유사성을 발견했다. "동물 전조 현상과 전조 지진의 시공간 패턴이 놀랍도록 유사하다"며 "동물들의 이상 행동 중 일부는 단순히 전조 지진에 대한 반응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워싱턴 지진연구소의 웬디 보혼 박사는 비켈스키 연구에 대해 "흥미로운 시도"라고 평가하면서도 "내 고양이가 지진 전에 이상하게 행동할 수도 있지만, 고양이는 흥미롭게도 캔따개 소리에도 비슷하게 행동한다"고 지적했다. 동물들이 지진 이외의 다른 자극에도 반응할 수 있기 때문에 지진 예측 도구로 활용하려면 오직 지진에만 반응한다는 점을 확실히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미국지질조사소의 앤디 마이클 박사는 "우리가 직면한 것은 수많은 일화들"이라며 "동물들은 너무 많은 요인에 반응하기 때문에 통제된 연구를 통해 확실한 결론을 얻기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대부분의 연구가 단일 관찰에 의존하고 있으며, 시계열 관찰을 수행한 연구는 14건에 불과했다.
또한 동물들이 지진을 감지하는 메커니즘도 여전히 불분명하다. 암석 압력으로 인한 공기 이온화를 털로 감지한다는 가설, 석영 결정에서 방출되는 가스를 후각으로 감지한다는 가설 등이 제시되지만 명확한 증거는 없는 실정이다.
우주에서 내려다보는 미래의 지진 예측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물을 이용한 지진 예측 연구는 계속되고 있다. 비켈스키 박사는 국제우주정거장 기반의 글로벌 동물 관찰 시스템 '이카루스'를 통해 연구 규모를 대폭 확장할 계획이다. 지난 4년간 전 세계 지진 다발 지역에서 조류, 박쥐, 소, 날여우 등 1만 마리 이상의 동물에 센서를 부착했다. 해당 시스템이 성공한다면 지진 발생 몇 시간 전 미리 경고하는 앱 개발도 가능하다. 특히 네팔이나 파키스탄 등 조기 경보 시스템이 없는 빈곤한 지진 다발 지역에서 수십만 명의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지질조사소에 따르면 연간 1만 2천~1만 4천 차례의 지진이 발생하며, 향후 100년간 최대 310만 명이 지진으로 목숨을 잃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앞선 설명대로 회의적 시각도 여전하다. 남캘리포니아 지진센터의 존 비데일 소장은 "많은 수의 동물 데이터를 기록하는 아이디어는 합리적이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고 전하며 "동물들이 우리가 아직 측정하지 못한 것들에 민감할 수 있어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지만, 높은 희망은 갖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결국 동물들의 지진 예측 능력은 아직 과학적으로 완전히 입증되지 않은 가설 단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최신 기술을 통한 대규모 실험이 진행되고 있어 조만간 명확한 답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만약 동물들이 정말로 지진을 예측할 수 있다면, 이는 인류의 재난 대응 능력을 혁신적으로 향상할 획기적 발견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김민재 리포터
- minjae.gaspar.kim@gmail.com
- 저작권자 2025-09-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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