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약물이나 수술이 아닌 마사지가 치매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초과학연구원(IBS) 혈관 연구단은 뇌 대사활동의 부산물로 생긴 노폐물이 배출되는 경로를 밝힌 데 이어, 이 경로에 물리적 자극을 가하면 노화로 저하된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회복됨을 동물 실험을 통해 확인했다. 연구결과는 지난 5일 최고 권위의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실렸다.
노폐물을 뇌 밖으로 배출하는 뇌척수액
인간의 뇌는 하루 약 500ml의 뇌척수액을 만든다. 대부분은 배출되고, 두개골 내에 유지되는 양은 150ml 정도다. 뇌척수액이 배출될 때 베타-아밀로이드와 타우 단백질 등 치매를 유발하는 독성 물질이 함께 빠져나간다. 노폐물이 배출되지 않고 뇌 속에 쌓이면 신경세포 손상을 야기해 인지기능 저하, 치매 등의 신경퇴행성 질환을 유발하는 핵심 요인이 된다. 고규영 IBS 혈관 연구단장 연구팀은 2019년과 2024년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두 편의 연구를 통해 뇌의 노폐물이 빠져나가는 경로를 모두 밝혀냈다. 이어 연구진은 노화에 따라 림프관이 퇴화하면 뇌척수액 배출 기능이 저하된다는 것도 규명했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 노폐물 빠져 나가는 뇌 ‘하수도 지도’ 완성)

이후 각종 메신저나 SNS에는 이 연구를 근거로 들며, 마사지로 치매를 예방할 수 있다는 글이 돌았다. 영 틀린 이야기는 아니다. 2024년 게재한 연구에서 고 단장 연구팀은 노화된 생쥐의 근육세포에 수축과 이완을 유도하는 약물을 투여하자, 뇌척수액 배출이 원활해짐을 확인했다. 뇌척수액 배출을 조절해 치매 등 퇴행성 뇌 질환을 예방·치료할 수 있는 단서를 발견한 셈이다. 다만, 당시 연구까지는 물리적 마사지를 통한 예방 효과를 직접적으로 확인하진 못했다.
뇌 노폐물 배출 상세지도 구축
우선, 연구진은 더 상세한 노폐물 배출 지도를 작성했다. 림프관에 선택적으로 형광 표지를 발현하는 생쥐 모델과 생체 내 이미징 기술 등 첨단 시각화 기술을 활용해 뇌척수액 배출 경로를 한층 더 상세하게 시각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 결과, 뇌척수액이 눈 주위, 코 안쪽 그리고 입천장의 림프관을 통해 얼굴 피부 아래 림프관으로 모인 뒤, 턱밑샘 림프절로 배출됨을 확인했다. 이 배출 경로는 영장류에서도 일치했다. 즉, 사람에게도 유사한 뇌척수액 배출 경로가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이어 80주령 이상의 노화 쥐와 8~12주령의 젊은 쥐를 비교하여 노화가 뇌척수액 배출 경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했다. 노화에 따라 코 안쪽 림프관과 입천장 림프관은 변형되어 기능이 저하됐지만 얼굴 피부 아래의 ‘집합 림프관’은 구조와 기능이 정상적으로 유지됐다. 집합 림프관은 두개골 안쪽의 뇌척수액을 바깥으로 빼주는 펌프 역할을 한다.
저강도 자극으로 뇌척수액 배출 기능 향상
더 나아가 연구진은 물리적 자극으로 노화에 따라 감소한 뇌척수액 배출 기능을 개선할 수 있음도 확인했다. 80주령 이후의 노화 생쥐의 얼굴 피부에 5분간의 저강도(0.01~0.02kgf)의 자극을 가하자, 뇌척수액 배출량이 2.29배 증가했다. 1㎠당 0.01kg~0.02kg 정도의 힘을 가하는 정도로, 신용카드 2~4개 무게를 가하는 힘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저강도 자극을 20분 동안 가했을 때는 턱밑샘 림프절의 형광추적자 농도가 3.01배 증가했다. 한편, 고강도 자극은 오히려 역효과를 냈다.
제1저자인 윤진희 IBS 혈관 연구단 선임연구원은 “자극의 세기를 실시간으로 정밀하게 측정하는 장비를 개발해 피부에 가하는 자극을 세밀하게 조절했다”고 설명했다.

지금까지 개발된 뇌척수액 배출을 촉진하는 치료는 침습적 시술과 부작용 등의 한계로 임상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연구진이 개발한 비침습적 접근법은 퇴행성 뇌질환 예방 및 치료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받는다. 임상에 적용되기까지는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 생쥐가 아닌 인체에 적합한 자극의 강도, 빈도, 지속 시간 등 최적화된 프로토콜을 확립하고, 개인별 집합 림프관의 미세한 경로 차이를 고려한 맞춤형 치료 전략 개발이 필요하다.
연구를 이끈 고규영 단장은 “이번 성과는 뇌 속 노폐물을 청소하는 뇌척수액 배출 경로를 완성한 것은 물론, 뇌척수액 배출을 뇌 외부에서 조절하는 새로운 방법을 제시했다”며 “향후 치매를 포함한 신경퇴행성 질환 연구에 이정표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 권예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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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5-06-13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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