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피부발진의 이해와 기본 지식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증상 중 하나가 바로 피부발진일 것이다. 부드럽고 깨끗한 아기의 피부에 갑자기 나타난 붉은 반점이나 부스럼은 초보 부모에게 큰 걱정거리가 되기 마련이다.
피부가 평소 정상적인 모습과 달리 색이 변하거나 부어오르는 경우를 통틀어 발진이라 부르곤 한다. 따라서 발진은 단순히 하나의 질병명이 아니라 다양한 원인에 의한 증상의 하나로 볼 수 있다.
발진은 아기들에게 비교적 흔하게 나타나곤 한다. 원인도 매우 다양하다. 감염질환, 알레르기 반응, 자극 물질과의 접촉 등이 주요 원인이 되며 발생 원인에 따라 발진의 모양과 특성도 달라진다.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발진 자체가 질병이 아니라 어떤 질환 증상이나 징후라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발진의 형태와 특징을 잘 관찰하는 것은 원인 질환을 파악하는 데 중요한 단서가 될 수 있다.
형태학적 분류에 따른 다양한 피부발진의 종류와 특징
피부발진은 모양, 크기, 색상, 질감에 따라 다양하게 분류된다. 크게 반점구진성 발진, 구진성 발진, 수포성 발진, 홍반성 발진, 자반성 발진, 두드러기, 인설성 발진 등으로 나눌 수 있다.
반점구진성 발진(Maculopapular rash) : 반점구진성 발진은 피부과에서 가장 흔하게 볼 수 있는 발진 형태 중 하나이다. 이 발진은 두 가지 요소가 혼합된 형태로 반점(피부 표면에 색상 변화만 있는 평평한 병변)과 구진(피부가 솟아올라 돌출된 형태의 병변)이 함께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1cm 미만 크기의 작은 원형(타원형) 또는 불규칙한 모양으로 관찰된다.
반점구진성 발진은 바이러스성 질환에서 흔히 관찰된다. 홍역, 풍진, 장미색 비강진, 약물 반응 등 다양한 질환에서 나타날 수 있기 때문에 발진이 나타나는 양상, 분포 패턴, 동반 증상 등을 함께 고려하여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구진성 발진(Papular rash) : 구진성 발진은 피부 표면이 약간 솟아오르고 경계가 명확한 단단한 병변이다. 이는 피부의 표피층 또는 진피층이 두꺼워지면서 생기는 현상으로, 납작한 상판 모양이나 둥근 돔 형태로 관찰된다. 구진은 촉진 시 오돌도돌한 요철이 만져지는 것이 특징이며 일반적으로 지름이 1cm 미만의 작은 크기로 나타난다. 때로는 군집을 이루거나 융합하여 더 큰 병변을 형성하기도 한다.
구진성 발진은 다양한 피부 질환에서 확인할 수 있으며, 대표적인 원인으로는 두드러기나 습진같은 알레르기성 피부염, 여드름, 모낭염, 편평태선 등이 있다. 또한 곤충 물림이나 접촉성 피부염도 구진성 발진을 유발하곤 한다.
수포성 발진(Vesicular rash) : 수포성 발진은 피부에 맑은 액체나 혈액, 화농성 물질이 차서 부풀어 오른 병변이다. 수포는 크기에 따라 소수포(5mm 미만)와 대수포(5mm 이상)로 구분하기도 한다. 수포는 피부의 표피층 내에 체액이 고여 형성되는 것으로 만지면 물컹거리는 느낌이 들며 쉽게 터질 수 있다.
수포성 발진은 수두, 대상포진, 단순포진, 수족구병 등의 바이러스 감염에서 흔히 나타난다. 또한 화학 물질이나 열에 의한 화상, 접촉성 피부염, 자가면역 수포성 질환(예: 천포창) 등에서도 관찰될 수 있다.
홍반성 발진(Erythematous rash) : 홍반성 발진은 피부 아래층의 모세혈관이 확장되고 충혈되어 피부가 붉게 변하는 현상이다. 피부 염증의 가장 기본적인 증상으로 감염이나 알레르기 반응, 자가면역 질환 등 다양한 원인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피부가 붉어지고 때로는 열감이 동반되는 경우가 있는 것이 홍반성 발진의 특징이다. 가벼운 압력을 가했을 때 일시적으로 색이 사라졌다가 다시 나타나는 "퇴색성(blanching)"을 보이기도 한다. 홍반은 지속 기간에 편차가 있어 짧게 나타났다가 사라질 수도 있고 장기간 유지되는 경우도 있다. 또 국소 부위에 발생하거나 발진이 전신에 퍼지는 등 증상의 범위가 매우 다양하게 나타난다.
자반성 발진(Purpuric rash) : 자반성 발진은 피부 또는 점막 아래로 혈액이 유출되어 나타나는 붉은색이나 자주색의 반점이다. 압력을 가해도 색이 사라지지 않는 비퇴색성이 특징이며 크기에 따라 점상 출혈(petechiae, 2mm 미만), 자반(purpura, 2-10mm), 반상 출혈(ecchymosis, 10mm 이상) 등으로 구분한다.
자반성 발진은 대게 혈소판 감소, 혈관염, 혈액 응고 장애, 혈관 취약성 증가 등 혈액이나 혈관 문제가 원인이 되어 발생한다. 그밖에 심한 감염이나 알레르기 반응, 약물 반응, 물리적 외상 등에서도 자반성 발진이 관찰될 수 있다.
두드러기(Urticaria) 발진 : 두드러기는 피부에 갑자기 나타나는 붉고 가려운 팽진(wheal)과 발적(flare)을 특징으로 하는 발진이다. 팽진은 중앙부가 창백하고 주변부가 붉은 경계가 명확한 부종성 병변으로, 피부의 진피층에 일시적인 혈관 확장과 투과성 증가로 인해 체액이 유출되면서 형성된다. 두드러기의 가장 큰 특징은 일시적이라는 점으로 개별 병변은 보통 수 시간 내에 사라지고 24시간 이내에 대부분 소실된다. 그러나 새로운 병변이 계속 생기면서 전체적인 증상은 수일에서 수주, 때로는 수개월간 지속될 수도 있다.
인설성 발진(Scaly rash) : 인설성 발진은 피부 표면에 비정상적인 각질이 축적되어 나타나는 발진이다. 피부가 건조해지고, 각질이 벗겨지다는 특징을 보인다. 이는 표피 세포의 과도한 증식이나 비정상적인 각질화 과정에 의해 발생할 수 있다.
대표적인 인설성 피부 질환으로는 건선(psoriasis), 지루성 피부염, 아토피 피부염, 백선 등이 있다. 각질의 특성, 색상, 부착 정도, 분포 패턴 등을 관찰하는 것이 질병의 진단에 도움이 된다.
아이에게서 자주 관찰되는 피부발진 질환과 증상
아기들에게 흔히 나타나는 발진성 질환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이 질환들은 각각 특징적인 발진 양상과 증상을 보이므로 이를 이해하는 것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에 도움이 된다.
아이에게서 자주 관찰되는 피부발진 질환과 그 증상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자.
수두(Chickenpox) : 수두는 수두 바이러스(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에 처음 감염되었을 때 발생하는 질환이다. 발진이 두피, 얼굴, 몸통에서 먼저 시작하여 팔다리로 퍼진다는 특징적인 패턴을 보인다.
초기에는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는 홍반성 반점으로 시작하여 구진으로 발전한 후, 수포로 바뀌고 24~48시간 이내에 농포로 변한다. 이후 딱지가 생기고 떨어지는 과정을 거친다. 수두의 독특한 특징은 여러 단계의 발진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새로운 반점과 수포, 농포, 딱지가 동시에 같은 부위에서 관찰될 수 있다. 이는 발진이 여러 날에 걸쳐 순차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한 심한 가려움증이 나타나며 발열, 권태감, 식욕부진 등의 전신 증상이 동반될 수 있다.
장미색 비강진(Pityriasis rosea) : 장미색 비강진은 원인을 명확히 알 수 없는 급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주로 청소년과 젊은 성인에게 발생하지만 영유아에게서도 나타날 수 있다.
장미색 비강진이 발생하면 가장 먼저 가슴, 목, 또는 등 부위에 2~5cm 크기의 타원형 또는 둥근 분홍빛 반점이 나타난다. 이를 ‘선구 반(herald patch)’이라 한다. 이 반점은 주변부가 약간 융기되어 있고 중심부에 미세한 각질이 있는 것이 특징이다.
선구 반이 생긴 후 1~2주 뒤에는 몸 전체에 작은 ‘구진인설성 발진’이 대칭적으로 나타난다. 구진인설성 발진은 피부 위로 1cm 이하의 단단한 병변이 솟아오르는 구진과 피부가 비늘처럼 일어나 벗겨지는 인설이 함께 나타나는 양상을 보인다. 이러한 발진은 주로 몸통과 근위부 사지에 분포하며 '크리스마스 트리 패턴'으로 묘사되는 특징적인 배열을 보인다. 대부분 가려움증은 경미하거나 없으며, 보통 4~10주 후 자연적으로 사라진다. 봄과 가을에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계절 질환의 특성을 가진다.
돌발진(Roseola infantum) : 주로 사람에게서 나타나는 헤르페스 바이러스 6형(HHV-6) 또는 7형 감염에 의해 발생하는 질환으로, 영유아기(6개월~2세)에 가장 흔하게 나타난다.
돌발진의 가장 특징적인 임상 양상은 갑작스러운 고열과 이후 발진이 관찰된다는 점이다. 처음에는 38.9~40.0°C의 고열이 3~5일간 지속되며 열이 내리면서 발진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발진은 주로 몸통에서 시작하여 목과 사지로 퍼지는 양상을 보이며, 빨간 장미빛의 작은 반점 또는 반점구진성 발진이 나타난다. 이 발진은 보통 1~3일간 지속된 후 자연스럽게 사라진다.
아이들은 발열 기간 동안 짜증을 부리거나 식욕부진 또는 림프절이 부어오르는 증상 등 보일 수 있다. 그리고 발진이 나타나고 난 이후에는 대부분 건강하고 활동적인 모습을 보인다. 합병증이 발생하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이며 대부분 양호한 예후를 보인다.
농가진(Impetigo) : 농가진은 소아나 영유아에게 가장 흔하게 발생하는 얕은 화농성 피부 감염증이다. 주로 황색 포도알균(Staphylococcus aureus) 또는 A군 사슬알균(Group A Streptococcus) 등의 세균에 의해 발생한다.
이 질환은 주로 피부에 상처가 생기거나 벌레에 물린 후 이차적으로 세균 감염이 발생하면서 시작된다. 농가진은 초기에 작은 붉은 반점으로 시작하여 빠르게 얇은 수포나 농포로 변화한다. 이후 수포가 터지면 노란색 또는 갈색의 꿀같은 딱지를 형성하는 것이 특징이다. 주로 얼굴(특히 코와 입 주변), 손, 팔다리 등 노출된 부위에 많이 발생한다.
농가진은 전염성이 매우 강해 접촉을 통해 다른 부위나 다른 사람에게 쉽게 전파될 수 있다. 심한 가려움증은 거의 없지만 가끔 약간의 통증이나 따가움을 유발할 수 있다. 적절한 항생제 치료를 통해 보통 7~10일 내에 호전된다.
두드러기(Urticaria) 질환 : 피부에 두드러기 반응이 나타나는 질환은 약물이나 음식 알레르기, 곤충 물림, 감염 등의 다양한 원인에 의해 나타난다. 특히 5세 이하 소아에서는 아데노바이러스, EB바이러스, 장바이러스 감염 등이 흔한 원인이 된다.
앞서 설명했다시피 두드러기 발진의 특징적인 병변은 팽진(wheal)과 발적(flare)이다. 팽진은 중심부가 창백하고 주변부가 붉은 부종성 병변으로 크기와 모양이 다양하며 주변 경계가 명확하다. 이러한 병변은 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며 한 부위에서 사라졌다가 다른 부위에 새롭게 나타나는 '이행성'을 보인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두드러기는 24시간 내에 홍반이 사라지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원인에 따라서는 증상이 더 장기간 지속되는 경우도 있다. 증상이 나타나는 기간에 따라 급성(6주 이내), 만성(6주 이상)으로 구분되며, 만성 두드러기의 경우 원인 규명과 치료가 더 복잡해질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Atopic dermatitis) : 아토피 피부염은 영유아와 소아에게 흔히 발생하는 만성 염증성 피부질환이다. 유전적 요인과 환경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하며 주로 피부가 건조하고 가려워지며 특징적인 분포를 보이는 습진성 병변이 나타난다.
영아기(2세 미만)에는 주로 뺨, 이마, 두피, 팔다리의 폄쪽(팔다리를 펼쳤을 때 바깥쪽에 해당하는 부위)에 발생한다. 소아기(2~12세)에는 팔꿈치와 무릎의 굽힘쪽(무릎을 구부릴 때 안쪽으로 접히는 면), 손목, 발목, 목 등에 주로 나타난다.
병변은 초기에 붉고 가려운 구진으로 시작하여 심하게 긁으면 삼출물이 생기거나 각질화, 태선화(lichenification) 등의 만성 변화를 보일 수 있다. 아토피 피부염은 호전과 악화를 반복하는 만성 경과를 보인다. 이는 적절한 피부 관리, 자극 요인 회피, 국소 치료제 등을 통해 증상을 조절할 수 있다.
피부발진 발생 시 대처법과 주의사항
아기의 피부에 발진이 생겼을 때는 우선 발진의 특성과 동반 증상을 잘 관찰하는 것이 중요하다. 발진만으로는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최근 노출된 환경이나 접촉한 물질과 약물 복용 여부, 섭취한 음식물, 여행 경험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특히 감염성 질환에 의한 발진은 계절성이나 유행성 질환과 관련이 있는 경우가 많으므로 주변 환경도 함께 살펴볼 필요가 있다.
피부발진과 함께 통증이나 다른 증상이 없고, 발진이 며칠 내에 저절로 사라진다면 특별한 치료 없이 자연 회복을 기대할 수 있다. 그러나 발진이 지속되거나 통증이 심하거나, 고열 등 다른 증상이 동반된다면 반드시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
발진 부위는 청결하게 유지하되 과도한 세정이나 문지름은 피해야 한다. 또한 아기의 손톱을 짧게 관리하여 긁어서 2차 감염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알레르기성 발진이 의심될 경우에는 원인 물질을 찾아내 이에 노출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 만약 면역력 저하가 우려될 때는 휴식을 취하고 충분한 영양을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 오메가-3를 섭취하거나 비타민 보충 등을 통해 면역력을 높이는 것이 도움이 된다.
효과적인 아기 피부발진 치료법 및 전문 상담
아기 피부발진은 대부분 일시적이며 치료가 가능하다. 하지만 분명한 점은 부모의 세심한 관찰과 적절한 대처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발진의 특성을 잘 파악하고 필요시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다면 아기의 피부 건강을 효과적으로 지킬 수 있을 것이다.
피부발진의 효과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앞선 설명처럼 무엇보다 원인이 되는 질병의 치료가 중요하다. 발진을 동반한 일부 감염 질병에서는 항생제나 항바이러스제를 처방받을 수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특별한 치료제는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증상에 대처하는 대증요법이 주로 사용된다. 발진 부위의 통증이나 가려움증이 심할 경우에는 의사의 처방에 따라 진통제나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하거나, 국소적으로 발진 부위에 연고를 바르기도 한다. 발진의 종류와 원인에 따라 치료법에 차이가 있으므로 정확한 진단을 위해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바람직하다.
집 근처의 소아과를 찾기 어렵다면 온라인 상담 서비스나 모바일 앱을 통해 의료 전문가의 조언을 구하는 방법도 있다. 이런 서비스는 24시간 내내 이용 가능한 경우가 많아 급한 상황에서 유용하게 활용할 수 있다. 필요한 경우 증상 사진을 첨부하여 더 정확한 상담을 받을 수도 있다.
아기의 피부 건강은 전반적인 건강 상태와도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평소 면역력 강화를 위해 규칙적인 생활 습관을 유지하고, 균형 잡힌 식생활을 실천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여야 한다. 피부를 자극할 수 있는 강한 세제나 화학 물질을 피하고, 아기에게 적합한 저자극성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 김민재 리포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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