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을 이끌 신사업 분야에 그동안 뿌리 깊었던 3대 장벽 철폐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의견이 개진되었다. KCERN 이사장이자 카이스트 석좌교수인 이민화 카이스트 교수는 "국내 신사업 분야가 발전되기 위해서는 산업 기득권에 의한 진입장벽, 공공 기득권에 의한 부처 장벽, 규제 장벽이 개선되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교수는 15일(금) 서울 강남구 카이스트 도곡 캠퍼스에서 ‘4차 산업혁명 8대 신산업 창출을 위한 제도정립 산학연관 토론회’에서 이와 같이 밝혔다.
이 날 열린 토론회에서는 미래 사회를 이끌어나갈 첨단 ICT 신사업 분야를 8개로 꼽고 이에 대한 제도 및 기술에 대해 다각도로 연구한 결과를 전문가들이 나서 발표하고 공유하며 심도 깊은 논의를 이끌어냈다. 이 날 논의된 4차 산업혁명을 이끌 8대 신산업 분야로는 자율주행 자동차, 스마트시티, 지능형 로봇, 고기능 무인기 산업, 정밀 의료 산업, 스마트팜, 스마트 그리드, 미세먼지 산업 영역이 꼽혔다.

기술 개발 속도에 비해 법 제도 개선 속도가 더 느릴 수 밖에 없어
4차 산업혁명의 대표적인 산업 분야는 도시 전체 시스템을 변화시킬 자율주행 영역이다. 김규옥 한국교통연구원 박사는 자율주행자동차 분야와 관련 기술의 개발 속도에 비해 법 제도의 개선 속도가 느린 것에 대해 우려를 나타냈다. 김규옥 박사는 “자율주행차의 개발 및 생산, 판매, 운행과 관련하여 다양한 쟁점이 존재한데 반해 관련 법령의 주무 부처가 각기 상이하기 때문에 이들 관계 부처 간의 협력 상황이 무엇보다 우선시 되어야한다”고 당부했다.
이어 “자율주행차는 안전성 확보가 가장 중요한데 아직 자율주행차의 사고 책임의 법적 책임 여부와 보험사 처리 범위 등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라고 지적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이에 대한 사회적 공론화가 되어 국민들이 이해하고 수용할 수 있어야한다”고 덧붙였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지능형 로봇 산업에 진출한 중소스타트업에 대한 어려움이 언급되기도 했다. 지능형 로봇을 개발하고 있는 유진로봇의 강복현 이사는 “중소기업이 로봇을 만드는 것이 너무 어렵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강복현 이사는 “최근 제조현장에서 협동로봇에 대한 니즈 증가로 관련 투자가 성장하고 있는데 이 시장 선점을 위해 정부 차원의 투자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는 한편 “규제 보다는 로봇 선진국과의 협력이 가능하도록 정부 차원의 제도적인 뒷받침과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활용할 수 있는 지원이 절실하다”고 현장의 목소리를 냈다.
과학기술의 발달이 농업과 제조업 등 전통산업에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 사물인터넷, 인공지능, 빅데이터를 최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스마트팜이다.
이종원 경북대학교 교수는 스마트팜을 농부의 경험 위주의 영농 방법을 데이터 중심으로 바꾼 것이라고 정의했다. 이종원 교수는 현재 국내 스마트팜 시장은 공격적인 투자가 일어나지 않으면 혁신이 일어나기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하며 패러다임 자체를 바꿀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대기업과 농부들 간의 공생이 가능하도록 제도 개선을 하고 사용자 중심으로 현행 유지하고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개선하면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점진적으로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를 향해서는 상생투자 분야에 적극 지원하는 동시에 세금 감면 등의 혜택을 줄 것으로 제언했다.
직접 스마트팜 경영에 뛰어든 인포베이스 정호석 대표는 농업이 공업과 같이 공장화 되고 있음을 설명했다. 정 대표는 수출 효자 상품인 딸기를 사례로 들었다. 딸기가 생육조건과 자연환경에 맞춰 경작하면 5월경이나 되어야 딸기를 수확할 수 있지만 화분에 재배하기 때문에 한 겨울에도 딸기를 먹을 수 있다는 것. 그는 자연환경을 과학기술로 제어해 가능한 일이라고 말했다.
반면 “스마트팜의 정책 범위가 ‘시설원예, 축산, 노지’로 한정되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도시 농업이나 농지가 없는 시설에도 대한 균형 있는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클라우드 및 개인정보 활용에 대한 규제 완화 필요
몇 년 동안 우리를 괴롭혀 오고 있는 ‘미세먼지’ 관련해서도 연구 결과가 발표되었다. 김용표 이화여자대학교 교수는 3년간 프로젝트를 하며 연구한 결과를 공유했다. 김 교수는 “국내 미세먼지 농도는 OECD 국가들보다 높은 상황”이라고 밝히며 이에 대한 원인으로는 동북아시아 지역의 석탄 연료 사용률이 높음을 지적했다.
중국은 전 세계 석탄 연료의 절반을 사용할 정도로 엄청난 수치를 보이고 있는 만큼 인접 국가인 우리나라와 일본, 인도의 면적 당 미세먼지로 인해 사망밀도가 높다는 것. 하지만 문제는 이에 대해 반박할만한 정확한 연구 결과가 없다는 점이었다.
김 교수는 원인에 대한 국내 자료가 전무한 이유에 대해서는 공급자 중심의 연구를 진행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동안 국민이 알고자 하는 연구를 하지 못했다. 연구자가 하고 싶은 연구, 정부 등 공급자들이 하고 싶은 연구를 했다”고 지적하고 “앞으로는 국민이 알고 싶어 하는 문제를 파악할 수 있는 수요자 중심의 미세먼지 기준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정밀의료 분야와 관련해서는 강민수 을지의과대학교 의료IT학과 교수가 의견을 제시했다. 강 교수는 “미국, 중국, 일본, 유럽 등 주요국들은 정부가 나서 발 빠르게 정밀 의료 분야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지적하고 국내 정밀 의료 분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규모 코호트 구축인 맞춤형 암 치료 및 예방법 개발, 프라이버시 보호 및 신뢰 구축, 규제 검토 및 정보 공유 플랫폼 개발, 민간정부간 협력관계 구축이 중요하다”고 제시했다.
- 김은영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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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17-12-1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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