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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래 객원기자
2016-11-07

"4차산업의 시작은 독일 제조업" [인터뷰] 인더스트리 4.0 창시자, 츌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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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8일)부터 사흘간 최신 글로벌 과학 이슈를 대중과 함께 공유하는 행사가 시작된다. 미래창조과학부가 주최하고 한국과학창의재단이 주관하는 ‘2016 과학창의 연례컨퍼런스’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이 걸어온 지난 50여년을 기념하기 위해 열리는 이번 행사의 주제는 ‘4차 산업혁명 시대의 신기술과 휴머니티’다. 전 세계적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4차 산업혁명을 기술과 인간의 측면에서 바라보자는 취지에서 이 같은 주제를 삼은 것.

인더스트리 4.0 전략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츌케 박사 ⓒ 김준래/ScienceTimes
인더스트리 4.0 전략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는 츌케 박사 ⓒ 김준래/ScienceTimes

행사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특히 독일인공지능연구소(DFKI)의 데틀레프 츌케(Detlef Zuehlke) 박사가 발표할 기조강연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그는 ‘인더스트리 4.0’ 전략의 창시자이자 ‘스마트 팩토리(smart factory) 분야의 전문가로도 국내에 잘 알려져 있는 인물이다.

본격적인 행사에 앞서 ‘인더스트리 4.0 시대의 인간’이라는 주제로 기조강연을 준비하고 있는 츌케 박사를 만나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그의 생각과 미래에 대한 전망을 들어 보았다.

'4차 산업'이란 용어는 메르켈 총리 지시로 탄생했다

- 독일은 4차 산업혁명의 선두주자로서 지난 2011년 세계 최초로 ‘인더스트리 4.0’을 내세우며 4차 산업혁명에 뛰어들었다. 유럽의 최고 경제부국이자 전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선진국인 독일이 어떤 절박함이 있었기에 또 한 번의 산업혁명을 추진할 필요성을 느끼게 됐는지 그 시대적 배경이 궁금하다.

인더스트리 4.0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독일 제조업이 직면한 문제를 ICT 기술을 접목하여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이 같은 전략은 사실 인더스트리 4.0의 개념이 본격적으로 정립되기 시작한 2011년 보다 훨씬 먼저 지방의 한 도시에서 처음 시작했다. 마침 제조업에 대한 새로운 전략을 찾고 있던 중앙 정부가 이를 채택하여 국가적 아젠다로 삼은 것이다.

하지만 처음부터 순조로웠던 것은 아니다. 인더스트리 4.0의 최초 명칭은 ‘사이버물리생산체계(cyber physical production system)’라는 다소 딱딱한 이름이었고, 개념도 복잡했다. 그런데 이를 보고받았던 메르켈 총리가 대중들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복잡한 개념이라고 말하며 좀 더 단순하면서도 상징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고 지시했고, 결국 인더스트리 4.0으로 의견이 모아진 것이다.

그렇다면 왜 독일에서 처음 시작됐을까? 그에 대한 해답은 독일의 제조정책에서 찾을 수 있다. 독일의 주요 제조정책 중 하나는 핵심 생산기지를 반드시 자국 내에 둔다는 것이다. 이 같은 방식을 고수하기 위해서는 다른 제조국가들의 장점인 저렴한 인건비나 신속한 생산체제 등을 이길 수 있는 비결이 필요한데, 독일을 이를 ICT와의 융합에서 찾으려 노력했고, 그 결과 인더스트리 4.0이란 전략이 탄생한 것이다.

- 최근 우리나라에서도 DFKI를 모델로 한 지능정보기술연구원(AIRI)이 출범했다. 워낙 국내에서 인공지능에 대한 관심이 높다 보니 지능정보기술연구원에 거는 기대와 함께 이 연구원이 모델로 삼은 DFKI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DFKI에 간단한 소개와 함께 기관이 갖고 있는 강점이 있다면 밝혀 달라.

DFKI는 전 세계 최대 규모를 자랑하는 인공지능 연구소다. 독일 지역 내에 5개의 분소가 있고, 총 700여명의 연구원이 근무하고 있다. 연구소의 조직은 크게 기초분야와 응용분야, 그리고 리빙랩으로 나뉘는데, 기초분야의 경우는 지식을 제조하는 곳이다. 지식을 일종의 생산품목으로 간주하여 제조와 관련된 모든 지식을 양산해 내는 업무를 하고 있다.

반면에 응용분야는 이렇게 제조된 지식을 가장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는 곳이다. 지식을 전달 할 수 있는 매개체로 스마트폰 앱을 개발하거나, 지능형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리빙랩은 기초분야와 응용분야를 통해 확보한 연구 성과를 실제로 현장에 적용하여 실용화 가능성을 타진해 보는 조직이다. 예를 들면 우주에서 활동할 로봇 들이 실제로 어떻게 움직일지, 또는 미래의 슈퍼마켓은 어떻게 운영될지 등에 대해 다양한 시뮬레이션 시스템을 통해 파악하는 것이다.

DFKI이 가장 큰 특징은 다른 연구기관들과는 달리 지식재산권(IP)을 소유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창립 당시부터 ‘개방’을 목적으로 설립됐기 때문에 IP를 보유하기 보다는 이를 확산시키는 방향으로 운영하고 있다.

DFKI의 리빙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츌케 박사 ⓒ DFKI
DFKI의 리빙랩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츌케 박사 ⓒ DFKI

-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하고 있는 다양한 첨단 기술 중에서도 스마트팩토리분야의 전문가로 유명하다. 스마트팩토리를 포함하여 자율주행차량이나 사물인터넷과 같은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들이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에 대해 예측하고 있는 점이 있다면 전해 달라.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디지털 변혁’의 시대라 할 수 있다. 디지털 변혁이란 어떤 분야가 디지털화 될지를 파악하는 것이다. 과거 아날로그 형태로 존재했던 자동차나 공장 등이 이제는 디지털화 되면서 ‘스마트카’나 ‘스마트팩토리’ 등으로 변화하고 있는 현상, 바로 이것이 디지털 변혁이다.

디지털 변혁이 지금까지 성공할 수 있었던 요인은 시장에서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을 압도하는 경쟁력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소량 생산하는 해외의 유명 브랜드 신발을 주문했을 경우 심하면 6주가 넘게 걸리는 경우가 있었다. 제조를 전담하는 해외 국가로 통보되어 만들어진 후 배로 운송하여 고객의 집에까지 오는 시간이 그 정도 걸린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클릭 몇 번만으로 자신이 선호하는 색깔과 사이즈를 선택하는 시대가 되었다. 그것도 수 일안에 말이다. 이것이 디지털 변혁의 힘이다.

장담하건데 멀지 않은 미래에는 디자인만 하는 국가나 생산을 전담하는 국가라는 구분은 없어질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해 4차 산업혁명은 단순히 기술적인 변혁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어떻게 협업하고, 어떻게 정보를 얻는지 등을 파악하여 이를 더 효율화하는 변혁의 모델이라 생각한다.

- 컨퍼런스의 기조강연 주제로 ‘인더스트리 4.0 시대의 인간’을 삼았는데, 먼저 이 같은 주제를 선정한 이유에 대해 설명해 달라. 아울러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인간의 삶에서 가장 크게 변화될 부분이 있다면 어떤 것인지, 그리고 인류가 함께 공존하기 위해서는 어떤 부분에서 함께 성장해야할 지에 대해서도 언급해 달라.

‘인더스트리 4.0 시대의 인간’이라는 주제를 삼은 이유는 우리가 하는 모든 업무의 중심에 바로 사람이 있기 때문이다. 미래를 살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구축해야 할 시스템이 단순할 것 같은가? 아니면 복잡할 것 같은가? 아마도 지금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어려워질 것이다.

그런데 이 같은 시스템에 문제가 생긴다면 오늘날의 문제와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심각해질 것이다. 이런 시스템을 누가 고칠 것인가? 로봇이 고칠 것으로 보이는가? 결국은 인간이 할 수밖에 없을 것이기 때문에, 인간에게 더욱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4차 산업혁명이 인간의 근로방식까지 바꿀 것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동의한다. 그렇다고 암울한 미래가 전개될 것이라는 예상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로봇이 인간의 육체노동 분야를 일부 대체는 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완전하게 바꿀 수는 없다고 본다. 예를 들면 대표적인 육체노동이라 할 수 있는 수산시장 업무에서 기껏 사람이 하는 일이란 생선을 종류별로 분류하여 이를 흥정하고 판매하는 것이다.

얼핏 보면 단순해 보이는 일이지만 로봇이 이런 일을 수행할 수준이 되려면 멀었다고 생각한다. 로봇이 수백 가지가 넘는 생선의 종류를 사람처럼 일목요연하게 분류하고 이를 고객과 흥정하여 판매할 수 있으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나의 시각이다.

"대기업 위주 한국, 독일 정책을 적용하기엔 무리가 따른다"

- 끝으로 한국의 4차 산업혁명을 위해 조언해 달라. 현재의 한국 경제는 4차 산업혁명을 막 시작한 단계라 볼 수 있다. 4차 산업혁명과 관련된 분야로 산업계가 개편되고 있고, 관련 기술이 개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이 같은 과정을 거친 독일의 입장에서 볼 때 4차 산업혁명의 시작단계에서 고려해야할 정책이나 기술개발 전략이 있다면 말해 달라.

국가마다 산업별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천편일률적인 적용은 어렵다고 보여진다. 예를 들어 4차 산업혁명이 도입된 시기를 생각해 보자. 지금도 그렇지만 당시 독일은 나름대로의 자생력을 가진 중소기업들이 많았기 때문에 소규모 생산체제를 잘 갖춰져 있었다.

하지만 현재의 한국은 대기업 위주의 산업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당시 독일의 정책을 현재의 한국에 적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말이다. 물론 공통점도 있다. 둘 다 기술 강국이고 디지털 변혁의 시기를 나름대로 잘 거쳐 온 나라라는 점이다.

특히 ‘인더스트리 4.0’과 관련하여 한국에 대해 깊은 인상을 받았던 경험이 있다. 지금으로부터 8년 전인 2008년으로 기억하는데 당시는 독일에서도 이에 대한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았던 시기다.

그런데도 이미 한국에서는 관련 세미나가 열리고, 책이 발간되고 있었다. 물론 이 같은 움직임이 정책의 성패를 좌우한다고 볼 수는 없지만, 그래도 그 열정과 노력만큼은 그 어느 나라보다 치열했다고 본다. 그런 열정과 노력이 있다면 성공적인 한국형 4차 산업혁명이 가능하리라 보여진다.

김준래 객원기자
stimes@naver.com
저작권자 2016-11-07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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