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년 전 ‘씨앗’이 싹을 틔웠다?

고대에 살았던 대추야자 묘목 생성해 유전자 분석 중

중동지역 사막지대를 지나다 보면 초원이나 물 근처에 20∼25m 높이의 대추야자(date palm)가 여기저기서 자라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피닉스 닥틸리페라(Phoenix dactylifera)란 학명의 상록 교목으로 열매가 달고 영양분이 매우 풍부해 고대서부터 지금까지 많은 사람들을 먹여 살리고 있는 중요한 식량자원이 되고 있는 나무다.

그런데 이스라엘 탐사팀이 1960년대 초 유대 광야 한 유적지에서 약 2000년간 보존된 수 백 개의 씨앗을 발견했다. 그리고 이들 씨앗을 보존해오다 지난 2008년 생명력이 있다고 판단되는 34개의 씨앗을 골라내 그중 한 개를 발아시키는데 성공했다.

과학자들이 고대 유적에서 발굴한 1800~2400년 전의 대추야자 씨앗 6개를 발아시키는데 성공했다. 현재 유전자분석을 통해 고대에 살았던 대추야자의 유전형질을 복구하며 고대 농업의 역사를 새로 써나가고 있다. ⓒ Wikipedia

씨앗 32개 중 6개, 발아에 성공

그리고 이 묘목에 아주 나이가 많은 사람을 의미하는 ‘므두셀라(Methuselah)’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나머지 33개의 씨앗은 비료 성분이 포함된 물속에 보관해오다 결함이 있는 씨앗 하나를 제외한 32개의 씨앗을 발아시켰는데 그중 6개가 최근 싹을 틔웠다.

연구진은 6개의 씨앗에 요나(Jonah), 우리엘(Uriel), 보아즈(Boaz), 유디스(Judith), 한나(Hannah), 아담(Adam)이란 이름을 붙인 후 이전에 시도할 수 없었던 실험과 분석을 진행했다.

6일 ‘사이언스 얼럿’에 따르면 연구진이 가장 먼저 한 일은 씨앗의 나이를 측정하는 일이었다.

씨앗이 발아한 후 뿌리에 붙어있던 6개의 씨앗 껍질 조각들을 모아 방사성탄소연대측정법에 의해 생성 시기를 측정한 결과 1800~2400년 전의 종자들인 것으로 밝혀졌다.

두 번째 한 일은 유전자를 분석하는 일이었다.

발아한 대추야자 묘목들의 유전자를 분석한 다음 현재 유대 광야에서 자라고 있는 대추야자 유전자와 비교한 결과 중동과 북아프리카 산 대추야자들과 유전형질을 주고받은 사실을 밝혀냈다.

이는 유대지방에 살았던 고대인들이 고품질의 대추야자 경작을 위해 맛과 향, 크기 등에서 뛰어난 특성을 지닌 중동지역, 북아프리카 산 대추야자의 특성을 정교하게 보존해왔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연구팀은 논문을 통해 “기원전 5세기부터 기원후 2세기까지 살았던 헤로도투스, 갈레노스, 요세푸스 등의 역사가들의 기록처럼 고대 유대인들이 고품질의 대추야자를 대량 경작해 광대한 로마제국에 수출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고대 농법의 실상 재현할 수 있어

로마 시대에 다양한 품종의 대추야자가 생산되고 있었지만 특히 유대 지방의 산물이 유명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고대 유물 표면에 기록된 바에 의하면 ‘니콜라이(Nicolai)’란 품종이 있었는데 길이가 11cm에 달했던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는 최근 생산되고 있는 3~5cm의 대추야자열매와 비교해 2~3배 더 큰 것이다.

연구팀은 이 같은 기록이 허풍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발아된 씨앗의 크기를 측정한 결과 지금의 대추야자 씨앗보다 약 30%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

이는 고대 대추야자열매의 크기가 지금보다 훨씬 컸었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러나 이후 많은 사람들이 정원을 조성하기 위해 대추야자를 심었고, 관상용으로 진화하면서 뛰어났던 특성을 퇴화시켰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많은 과학자들은 보존된 씨앗이 2000년이 지나 다시 발아할 수 있다는 것은 다른 식물에게서 보기 힘든 기적적인 일로 보고 있다.

이스라엘 연구진은 발아된 씨앗을 통해 고대에 살았던 대추야자가 유전적, 생리적으로 어떤 특성을 보유하고 있었는지 과거의 모습을 탐험하고 있는 중이다.

연구에 참여하고 있는 하사다 의과대학의 사라 살론(Sarah Sallon) 교수는 “이 역사적인 식물의 유전형질을 복구해 진화의 역사를 재구성하고, 더 나아가 고대 농법의 실상을 재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지금까지 대추야자의 역사를 돌아보면 끊임없는 고난의 역사였다고 할 수 있다.

기원후 4세기 로마제국이 몰락한 후 유대 지방에서는 대추야자 수출길이 막혀버리는 곤경에 처하게 된다.

인근 지역에 열매를 판매하면서 11세기까지 대추야자 농장을 일부 유지했지만 19세기 들어서 남아 있던 농장도 문을 닫아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금 대추야자가 또다시 주목을 받고 있는 중이다.

과학자들이 유전자 분석을 통해 고대에 번성했던 대추야자의 유전형질을 다시 복구해 고품질 대추야자를 생산할 수 있는 방안을 찾으며 과거 번성했던 대추야자 농장을 다시 회복하려 하고 있기 때문.

관련 논문은 ‘사이언스 어드밴스’ 5일 자에 게재됐다. 논문 제목은 ‘Origins and insights into the historic Judean date palm based on genetic analysis of germinated ancient seeds and morphometric studies’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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