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홀름 고생물유전학센터가 이끄는 국제연구팀이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120만 년 된 매머드 유해의 DNA 염기서열을 분석해 내는데 성공했다.
이 분석에 따르면 마지막 빙하기 동안 북미에 서식했던 콜롬비아 매머드 종은,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았던 매머드 종과 긴 털 매머드 종 사이의 잡종인 것으로 밝혀졌다.
이번 분석은 또한 매머드가 추운 기후에 언제부터 얼마나 빨리 적응하게 됐는가에 대한 새로운 통찰을 제공했다.
이 연구는 과학 저널 ‘네이처(Nature)’ 17일 자에 발표됐다.
연구팀이 아디차 매머드로부터 얻은 유전적 지식을 바탕으로 긴 털 매머드 조상인 대초원 매머드를 재구성한 그림. © Beth Zaiken/CPG
코끼리과에 속하는 초대형 포유동물인 매머드(mammoth)는 600만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나타나 그 후손들이 약 60만 년 전까지 유라시아와 아메리카에 퍼지며 진화했고, 4000~1600년 전에 멸종된 것으로 파악된다.
시베리아를 중심으로 10여 곳에서 개별 화석이나 유해가 발견된 매머드 성체의 평균 어깨 높이는 4미터, 몸무게는 8톤(수컷은 최대 12톤)에 달하며, 아시아 코끼리가 가장 가까운 친척으로 알려져 있다.
약 100만 년 전에는 매머드가 아직 진화하지 않았기 때문에 긴 털 매머드나 덩치가 가장 큰 편에 속하는 콜롬비아 매머드가 존재하지 않았다. 당시는 이들의 조상인 고대 대초원 매머드(steppe mammoth)의 시대였다.
70만~120만 년 전의 매머드 DNA 분석
연구팀은 70만~120만 년 동안 시베리아 동토층에 묻혀 있던 매머드 치아의 DNA를 활용해 고대 매머드 세 마리의 유전체를 분석했다.
100만 년 된 표본에서 DNA가 시퀀싱 및 인증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DNA 추출 자체가 매우 어려웠던 것으로 전해진다. 표본에 DNA가 소량만 남아있었고, 매우 작은 조각들로 분해돼 있었기 때문이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스톡홀름 고생물유전학센터 로베 달렌(Love Dalén) 진화유전학 교수는 “이 DNA는 엄청나게 오래된 것”이라며, “바이킹 유해보다 1000배 그리고 현생인류와 네안데르탈인 유해보다 더 오래됐다”고 말했다.
표본의 연대는 발굴 지역의 지질 데이터와 생체분자시계를 사용해 결정됐다. 이 두 가지 유형의 분석에 따르면, 표본 중 두 개는 100만 년 이상 됐고, 세 번째 표본은 대략 70만 년 전의 것으로 긴 털 매머드 가장 초기 종임을 나타냈다.
논문 시니어 저자인 달렌 교수(왼쪽)와 논문 공동 제1저자인 페크니로바 박사가 매머드 유해가 발견된 러시아 북극해 랭글(Wrangel) 섬에서 매머드 엄니를 들고 있는 모습. © Gleb Danilov
예상치 못한 콜롬비아 매머드의 기원
유전체 분석 결과 약 120만 년 된 가장 오래된 표본은 유전적으로 이전에 알려지지 않은 매머드 계통에 속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팀은 이 종이 발견된 지역 이름을 붙여 크레스토브카(Krestovka) 매머드라고 명명했다. 이 매머드는 200만 년 전 다른 시베리아 매머드에서 분기됐음을 보여주었다.
논문 제1저자인 톰 반 데어 발크(Tom van der Valk) 연구원은 “이전의 모든 연구에 따르면 그 당시 시베리아에는 대초원 매머드라고 불리는 단 하나의 종만이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 발견은 매우 놀라운 일”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DNA 분석에서는 두 가지 다른 유전적 혈통이 있음을 보여준다”며, “확실히 말하기는 좀 이르지만, 두 가지 다른 종이 있음을 나타낸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약 150만 년 전에 북미를 석권한 매머드가 이 크레스토브카 혈통에 속한 매머드들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또 분석 결과에 따르면 마지막 빙하기 동안 북미에 서식했던 콜롬비아 매머드는 유전체의 절반이 크레스토브카 계통에서, 나머지 절반은 긴 털 매머드에서 유래한 잡종이었다는 것이다.
논문 공동 제1저자인 파트리샤 페크니로바(Patrícia Pečnerová) 코펜하겐대 박사후 연구원은 “이는 중요한 발견으로, 북미에서 가장 상징적인 빙하기 종의 하나인 콜롬비아 매머드는 약 42만 년 전에 일어난 교잡을 통해 진화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번 유전체 분석 결과 약 120만 년 된 가장 오래된 표본은 이전에는 알려지지 않은 매머드의 새 유전적 계통에 속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발견된 지역 이름을 따서 크레스토브카로 명명된 매머드의 이빨 표본. © CPG
긴 털 매머드의 진화와 적응
두 번째의 100만 년 된 아디차 매머드(Adycha mammoth, 시베리아 북동부 아디차 강에서 발견)에서 나온 게놈은 긴 털 매머드의 조상으로 보였다. 이에 따라 연구팀은 이 유전체를 70만 년 전에 살았던 가장 초기의 긴 털 매머드 및 수천 년 전의 매머드 게놈과 비교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매머드가 추운 환경에 어떻게 적응했는지 그리고 이런 적응이 종 분화 과정에서 얼마나 진화했는지에 대한 조사가 가능했다.
분석 결과 털 성장이나 체온 조절, 지방 축적, 내한성 및 일주기 리듬과 같은 북극에 사는 생명체와 관련된 유전자 변이가 긴 털 매머드의 기원 훨씬 이전인 이미 100만 년 된 매머드에 존재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결과는 매머드 계통에서 대부분의 적응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천천히 점진적으로 일어났음을 가리킨다.
논문 공저자인 다비드 디에즈-델-몰리노(David Díez-del-Molino) 박사후 연구원은 “종 분화에 걸친 유전적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는 것은 아주 특별한 일”이라며,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대부분의 추위에 대한 적응은 이미 긴 털 매머드 조상에게 존재했었고, 자연 선택(natural selection)이 종 분화 과정 동안에 적응을 더 빠르게 했다는 아무런 증거도 찾지 못했다”고 밝혔다.
과학 저널 ‘네이처’ 2월 17일 자에 발표된 논문. © Springer Nature / Nature
“260만 년 전의 DNA까지 분석 가능”
이번의 새로운 연구 결과는 앞으로 다른 동물 종들에 대해서도 광범위하게 연구를 할 수 있는 문을 열어준 것으로 보고 있다.
약 100만 년 전에는 전 세계로 많은 종들이 퍼져 나갔다. 이 시기는 또 지구의 극점이 마지막으로 바뀐 때 일뿐 아니라, 기후와 해수면에도 주요한 변화가 있었다. 이 때문에 연구팀은 이 기간에서의 유전자 분석이 광범위한 과학적 질문을 탐구할 수 있는 큰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스톡홀름 고생물유전학센터 공동 연구리더인 안더스 외터스트룀(Anders Götherström) 분자 고고학 교수는 “현재 가장 큰 과제 중 하나는 우리가 시간을 얼마나 거슬러 올라갈 수 있냐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고대 DNA를 보존할 수 있는 영구동토층이 있는 시기까지는 이같이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는 분석 연구가 가능하다.
외터스트룀 교수는 “아직 한계에는 도달하지 않았고, 200만 년 된 DNA를 복원할 수 있으며 아마도 260만 년 전까지는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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