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요 포커스] 2개 아닌 4개의 전자가 결합해 새 물질 상태 형성
1911년 네덜란드의 물리학자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는 수은의 온도를 절대영도에 가까운 극저온으로 내리는 실험을 하던 중 이상한 현상을 발견했다. 전기의 저항이 완전히 없어지는 사실을 확인한 것. 이처럼 전기 저항이 0이 되는 것을 초전도 현상이라 한다.
전도성은 전기가 물질을 통해 얼마나 쉽게 이동할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척도다. 사실 금처럼 전도성이 좋은 금속에서도 전기는 여전히 어떤 저항과 마주친다. 그러나 초전도체는 그러한 모든 장벽을 제거하고 극한 온도에서 무저항을 제공한다.
전자 4개가 모여서 새로운 물질 상태를 만들고 새로운 형태의 초전도성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Pixelwg, Jörg Bandmann/ct.qmat
때문에 상온에서 전기 저항이 0인 초전도체를 이용해 전기 에너지를 수송할 수 있게 되면 에너지 산업의 혁신을 일으킬 수 있다. 에너지 손실 없이 전력을 멀리 보낼 수 있어 발명왕 에디슨이 고집한 직류 전력을 안전하게 공급할 수 있을뿐더러 강력한 자기장을 내는 전자석을 만드는 등 응용 분야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초전도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적 토대는 1950년대가 되어서야 등장했다. 임계온도 이하에서는 초전도체 내의 두 전자 간에 쿠퍼 페어라고 불리는 전자쌍이 형성됨으로써 운동량과 스핀이 모두 0인 상태를 이루어 저항이 전혀 없는 초전도 상태가 된다는 BCS 이론이 바로 그것이다.
즉, 전자가 초전도체를 통해 쉽게 움직일 수 있는 이유는 쿠퍼 페어링이라고 알려진 양자 효과를 통해 결합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초전도성은 금속의 전자가 쌍을 이루어 저항 없이 물질을 통과할 때 발생한다.
처음에는 실수거나 측정 오류로 의심해
그런데 전자쌍만이 초전도에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라 전자 4개가 모여서 새로운 물질 상태를 만들고 새로운 형태의 초전도성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독일 드레스덴공과대학과 뷔르츠부르크대학, 그리고 스웨덴왕립공과대학의 연구진이 주도한 이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 피직스(Nature Physics)’에 게재됐다.
한스 헤닝 클라우스(Hans-Henning Klauss) 교수가 이끄는 드레스덴대학의 연구원들은 철 기반 프닉타이드(pnictide) 계열로서 바륨, 칼륨, 철, 비소를 함유한 ‘Ba1-xKxFe2As2’라는 초전도 금속을 조사하던 중 실수를 했거나 측정 오류가 생긴 것으로 의심했다.
2개의 전자가 아닌 4개의 전자가 갑자기 결합을 형성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더 많은 방법을 사용해 결과를 확인한 끝에 그것은 새로운 현상이라는 사실이 점점 더 분명해졌다. 모든 데이터가 동일한 결과로 일치했기 때문이다.
이번 연구는 철 기반 프닉타이드(pnictide) 계열로서 바륨, 칼륨, 철, 비소를 함유한 ‘Ba1-xKxFe2As2’라는 초전도 금속을 조사하던 중 발견됐다. ©Vadim Grinenko, Federico Caglieris
사실 이미 약 10년 전부터 특정한 초전도 금속에서는 2개의 전자 대신 4개의 전자가 역할을 하는 특이한 물질 상태가 있을 수 있다고 이론적으로 예측되었다.
연구진은 스위스의 입자가속기에서 그 같은 새로운 물질 상태를 처음 발견한 이후 2년 동안 독일과 스웨덴에서 여섯 가지 다른 방법으로 결과를 확인해 그 이론을 증명한 최초의 실험적 증거를 제시한 것이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한스 헤닝 클라우스 교수는 “기존에는 수송 저항으로 인해 에너지 수송에서 최대 15%의 에너지가 손실됐다”며 “그런데 상온에서 초전도 금속으로 전국에 전기를 보낼 수 있다면 당장 약 10개의 대형 발전소를 없애도 된다”고 말했다.
완전한 이해 위해선 수년 동안 더 연구해야
이번 연구 결과는 4개의 연결된 전자가 있는 다른 금속을 찾거나 그 같은 상태를 만들기 위해 물질을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를 탐구하는 등 완전히 새로운 연구로 이어질 수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이 연구 결과를 이용해 완전히 새로운 유형의 초전도가 가능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그 같은 전자제품군이 초전도의 새로운 분야와 그를 활용하는 다양한 첨단장치를 개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전에 4개의 전자가 어떻게 작동하고 어떤 재료에서 발생하며 어떻게 호출할 수 있는지부터 먼저 밝혀야 한다. 이러한 상태를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선 앞으로도 수년에 걸친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대해 클라우스 교수는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철 기반의 프닉타이드 계열은 새로운 집합 상태로 인해 양자 센서와 같은 기술에 매우 적합하다는 것뿐이다”고 밝혔다.
초전도 현상을 처음 발견한 헤이커 카메를링 오너스는 1913년 노벨 물리학상을, 그리고 BCS 이론을 발견한 3명의 물리학자는 1972년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수상했다. 기존의 초전도 현상을 설명해온 BCS 이론을 대체할 새로운 초전도 이론이 나온다면 또 다시 노벨 물리학상의 주인공이 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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