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바깥쪽 가스 행성들, 미행성들, 그리고 먼지 원반을 탐구할 계획으로 시작된 NASA의 뉴프런티어 계획은 총 5가지 세부계획(이후 계속 늘어날 계획)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중 두 번째 프로젝트인 주노는 주로 목성의 극지방을 연구할 목적으로 준비된 프로젝트이다. 목성 연구답게 주노의 이름도 목성과 관련이 있다. 목성의 영어 이름은 로마신화에서 신들의 왕에 해당하는 주피터(Jupiter)인데, 바로 그의 아내 이름이 주노이다.

로마 신화에서 주피터가 자신을 감추기 위해서 구름으로 둘러싼 것처럼 목성도 거대한 대기로 둘러싸여 있는데, 그의 부인인 주노는 주피터의 아름다운 소용돌이 구름을 뚫고 내부를 샅샅이 살펴볼 계획으로 시작된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주피터, 헤라, 그리고 갈릴레오 갈릴레이(목성의 위성을 4개나 발견한 공로)의 레고 모형이 주노 탐사선에 실렸다

목성의 대기 바깥쪽에서 목성 위성들에 집중했던 지난 목성 연구들과는 다르게, 주노 탐사선은 목성이 내뿜는 무시무시한 방사능을 뚫고 목성 내부로 들어가야 했다. 목성의 내부와 극지방 등의 구성 성분을 살펴볼 수 있다면, 목성의 기원 그리고 진화에 대해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목성은 태양계에서 가장 빨리 형성되었다고 믿어지는 행성이지만, 아직 대부분이 베일에 싸여있는 만큼 신비로운 행성이다. 우리가 목성의 기원에 관해서 알게 된다면, 가스 행성 형성과정의 많은 수수께끼들을 풀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목성의 대기는 50 km 정도 두께의 구름층으로 덮여 있고 내부는 아직도 자세히 밝혀진 것이 없다. 다만 가스 행성의 형성 이론상 얼음이나 새로운 타입의 고체 등으로 구성되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할 뿐이다.
주노 탐사선은 2009년 중순에 발사될 계획이었지만, 뉴프런티어 계획의 예산 사정상 2년 정도 늦춰져서 2011년 8월 발사되었다. 지구와 목성의 거리는 대략 지구와 태양 사이의 거리보다 6배가 넘는 거리이다. 때문에 지구에서 빠른 속도로 날아간다 해도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한 목성에 안전하게 도착하려면 목성의 중력에 적당히 묶여야 하기에 여러 행성 및 소행성을 거치면서 그들의 중력을 이용해 가속을 하거나 때로는 속력을 낮춰야 하는 어려운 작업이었다.
2016년 6월 24일 주노는 목성의 자기권에 돌입하면서 큰 충격파를 보내왔다. 목성의 자기장이 태양풍 입자들과 서로 상호 작용을 하면서 큰 굉음(Bow shock)을 내는데 주노가 보내온 위 데이터의 가청화를 통해서 우리가 들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위 충격파는 주노의 목성 궤도 안착이 가까워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굉음을 보내온 지 며칠 후, 발사 후 대략 5년이 지난 2016년 7월 4일 드디어 주노는 목성의 궤도에 성공적으로 안착하게 되었다. 이후 약 시속 21만 km의 빠른 속도와 함께 높은 이심률의 궤도로 목성을 돌기 시작했다.
주노는 2016년 7월 12일, 목성 궤도 안에서 첫 사진을 찍어서 지구에 전송하는 것을 시작으로 약 20개월간 목성의 극지방을 중심으로 그들의 중력장과 자기장 등을 조사하기 시작했다. 또한 목성 대기에 존재하는 물의 양도 조사하기 시작했다. 목성의 약 5000km 상공에서 목성 주위를 돌면서 임무를 수행하고 있는 주노는 지금까지 여러 가지 충격적인 사진들과 데이터들을 보내왔다.

먼저, 목성의 극지방은 우리 인간이 상상하던 바와 너무나도 달랐다. 목성만의 특징적인 모양도 없을뿐더러 생각했던 목성의 띠도 존재하지 않았다. 하지만 지름만 해도 수천 km에 이르는 여러 개의 거대한 폭풍이 목성의 북극과 남극을 각각 둘러쌓고 있었다.
목성 극지방의 대기 운동이 매우 활발하다는 사실은 이론상으로도 예측이 되었었지만, 여러 개의 소용돌이가 한 개로 합쳐지지 않는 점은 매우 흥미로웠다. 이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과학적인 이론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기체의 소용돌이가 내부 깊숙이 대략 3000km 정도의 깊이까지 뻗어져 있다는 사실이 발견되었다. 바로 이 깊숙한 소용돌이 내부가 목성이 내뿜는 강력한 자기장의 원천이다. 컴퓨터 모델로 예측했던 수치보다 상당히 강한 자기장을 가지고 있는 목성은 그 사실만으로도 매우 흥미로웠다.
20여 개월간의 성공적인 임무를 마친 주노는 2018년 목성의 내부에 뛰어들어 목성 대기에 의해서 산산조각 부서지면서 미션을 마감할 예정이었다. 그냥 하강하면서 생을 마감하는 수준도 아니고, 심지어 하강 중에도 중요한 데이터들을 보내올 계획이었다.
이는 이전에 성공적으로 미션을 마쳤던 갈릴레오 목성 탐사선의 미션 마감과 비슷한 방식이다. 임무를 완료한 탐사선을 파괴하는 여러 가지 이유 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혹시라도 탐사선에 남아 있을지 모르는 지구의 미생물이 목성의 위성들에 충돌해 위성의 생태계를 오염시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노는 여전히 구동에 아무 문제가 없었을 뿐 아니라, 태양계의 행성 중 가장 강력한 오로라를 자랑하고 있는 목성의 자기장에 대해서 더 연구할 목적으로 NASA 천문학자들은 주노의 임무를 3년 더 연장 시켰다. 주노는 현재도 묵묵히 목성을 돌면서 흥미로운 결과들을 보내고 있다. 한 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주노 탐사선 홈페이지에서 주노 탐사선에 달린 카메라가 향할 카메라 방향을 우리가 직접 투표로 정할 수 있다는 점이다.
우리의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는 주노 탐사선에 탑재된 컴퓨터를 보면 알 수 있다. 주노 탐사선에는 화성 탐사 로버에 이용된 컴퓨터 시스템의 업그레이드 버전인 RAD750가 사용되었다. 특이한 점은 이 컴퓨터들이 생산 후에 공정으로 방사선을 강제로 쪼여서 치명적인 방사선들에 대해서 내성을 키운 제품들이라는 점이다. 이는 바로 목성이 내뿜는 방사능이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주는 냉정한 물리법칙에 한치도 예외가 없다. 충분한 장비 없이 지구를 벗어난다면 인류는 단 1초도 살 수가 없지만, 지구 안에서는 거대한 혜성이 다가오지 않는 한 생존에 관한 걱정을 할 필요는 없다. 이마저도 목성, 화성 그리고 먼지 원반에 존재하는 크고 작은 미행성들의 강한 중력들로부터 대부분의 혜성은 지구에 근접하기조차 힘들다. 지구는 여러 가지 기적이 모여서 만들어진 생명체에 최적화된 행성이다. 우리는 이 기적 속에서의 안전한 행복을 누리고 있다.
- 김민재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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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5-1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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