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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우주
김민재 리포터
2024-05-24

보이저 1호, 너 잘 지내고 있구나? 보이저 1호, 심우주에서 또 한 번 판독 가능한 데이터를 전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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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백한 푸른 점

"That's here. That's home. That's us. On it, everyone you love, everyone you know, everyone you ever heard of, every human being who ever was, lived out their lives. The aggregate of our joy and suffering, thousands of confident religions, ideologies, and economic doctrines, every hunter and forager, every hero and coward, every creator and destroyer of civilization, every king and peasant, every young couple in love, every mother and father, hopeful child, inventor and explorer, every teacher of morals, every corrupt politician, every "superstar," every "supreme leader," every saint and sinner in the history of our species lived there on a mote of dust suspended in a sunbeam."

"저 점이 바로 여기입니다. 저기가 집입니다. 바로 우리입니다. 여러분이 사랑하는 모든 사람, 여러분이 아는 모든 사람, 여러분이 들어본 모든 사람, 모든 인류가 그 위에서 삶을 살았습니다. 우리의 기쁨과 고통의 집약체, 수천 개의 종교, 이념, 경제 교리, 모든 사냥꾼과 수렵인, 모든 영웅과 겁쟁이, 문명의 창조자와 파괴자, 모든 왕과 농민, 사랑하는 젊은 부부, 모든 어머니와 아버지, 희망찬 어린이, 발명가와 탐험가, 모든 도덕 교사, 부패한 정치인, 모든 '슈퍼스타', 모든 '최고 지도자', 우리 인간의 역사에서 모든 성인과 죄인이 햇살에 떠 있는 저 먼지 한 톨 위에서 살아왔습니다."

창백한 푸른 점/가족사진 ⓒ NASA/JPL-Caltech

인류 역사상 최고의 낭만주의 천문학자, 최고의 과학 커뮤니케이터였던 칼 세이건(Carl Sagan)이 1990년 밸런타인데이에 태양계를 벗어나고 있던 한 우주선의 카메라를 지구 쪽으로 돌릴 것을 지시하면서 지구를 포함한 6개 행성들을 찍으며 남긴 말이다. 이때 촬영된 사진들은 추후 ‘가족사진’이라고 명명되었으며, 이중 지구는 ‘창백한 푸른 점’으로 불리게 되었다. 칼 세이건은 훗날 그의 저서에서 “우리의 지구가 광활한 우주에 떠 있는 보잘것없는 존재에 불과함을 대중들에게 가르쳐 주고 싶었다”라며 사진 촬영의 배경을 밝혔다.

그리고 이 우주선은 현재 지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인류의 우주선, 바로 보이저 1호이다. 보이저 1호는 현재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있을까?

 

보이저 1, 2호

쌍둥이 탐사선인 보이저 1, 2호는 인류에게 우주의 신비로움을 전해준 장본인들이다. 대부분의 쌍둥이 인생이 비슷하듯, 이들의 인생도 상당히 비슷하다. 다만 주어진 본 임무가 약간 달랐을 뿐이다. 보이저 1호는 역사적인 사진 ‘창백한 푸른 점’을 남겼으며, 보이저 2호는 이전까지 알지 못했던 천왕성과 해왕성의 자세한 모습을 촬영했다. 특히, 행성들의 고리 모양, 구성 물질, 그리고 위성 등의 자세한 관측 정보를 보내왔다.

보이저 1호의 상상도 ⓒ NASA

 

보이저 2호의 상상도 ⓒ NASA

이들은 지난 1977년 9월 5일, 8월 20일 각각 목성과 토성 관측을 위해 발사된 이후 4년에 불과했던 임무 기간을 계속 연장하며 벌써 47년째 우주를 여행하고 있다. 현재는 본래의 임무를 마친 후, 별과 별 사이의 공간을 탐험하는 성간 물질 탐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인류가 보낸 우주선 중 가장 오랜 시간 지구를 벗어나 우주여행을 하고 있다. 두 보이저호는 시속 약 6만 km의 속도(대략 초속 15km)로 태양과 멀어지고 있으며 각각 2012년 8월 25일, 2018년 11월 5일 태양계를 벗어나기 시작했다.

보이저호의 동력은 플루토늄 붕괴에서 발생하는 열을 전기로 변환하는 방사성 동위원소 열전기 발전기에서 나온다. 하지만, 계속되는 붕괴 과정으로 인해 발전기의 전력 생산량은 매년 조금씩 줄어들고 있다. 임무 기간이 길어지면서 전력 생산량이 절반가량 줄어들자 예비 전력을 사용하면서 항해를 이어가고 있는데, 현재 보이저 1호는 지구로부터 대략 240억 km 떨어져 있기에 빛의 속도로 신호를 보내도 지구에 도착하기까지 무려 22.5시간이 걸린다. 반면, 보이저 2호는 보이저 1호보다 약간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최근 보이저 1호 탐사선이 5개월간의 연락 두절 끝에 마침내 지구와의 연락이 닿았다는 희소식이 전해졌다.

 

보이저 1호의 오류는 왜 발생했을까?

2023년 11월, 보이저 1호의 컴퓨터 오류로 인해 읽을 수 있는 데이터 전송이 중단되었다. 미항공우주국(NASA)의 엔지니어들과 전문가들은 최근 보이저호의 노후화 문제가 손상된 칩으로 인해서 발생했으리라 예측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이저호의 컴퓨터가 지구로 자료를 전송하기 위해서 정보를 패키징하는 데 사용되는 소프트웨어 코드의 중요한 부분에 접근할 수 없었는데, 이 때문에 엔지니어들은 보이저호가 여전히 명령을 수신하고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보이저호의 상태를 전혀 파악할 수 없었다.

보이저 1호와 2호의 현재 위치 상상도 ⓒ NASA/JPL-Caltech

엔지니어들은 온보드 시스템에 대한 상태 데이터를 전송할 수 있도록 해당 코드를 탐사선의 컴퓨터 메모리 중 다른 위치로 옮기며 오류를 수정했다. 이를 통해서 인류는 보이저 1호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곧 추가 작업을 통해 과학 장비들을 다시 정상적인 상태로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통해서 보이저 1호는 우주 데이터를 계속 전송할 수 있을 것이다.

 

보이저호의 마지막 임무

성간 물질 속에서 헤엄치고 있는 보이저 쌍둥이들은 동력이 최후 고갈되어 통신이 끊기더라도 이들의 마지막 임무를 수행할 예정이다. 이는 바로 우리 지구의 자연 19가지 소리, 지구의 음악 27곡, 한국어를 포함한 지구의 55개 언어 인사말, 지구의 아름다운 사진 118장 등이 담긴 금속 레코드판(음반의 이름은 The sounds of Earth)을 우주인에게 전달하는 역할이다. 바로 ‘우리 지구의 그리고 인류의 전령사’ 역할이다.

The sounds of Earth ⓒ NASA

NASA에 따르면 보이저호는 대략 300년 후 혜성의 고향으로 불리는 오르트 구름(Oort Cloud)에 진입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으며, 무려 30만 년 후에는 지구에서 바라보기에 가장 밝은 별 시리우스에 도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민재 리포터
minjae.gaspar.kim@gmail.com
저작권자 2024-05-24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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