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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 막으면 팬데믹 멈출 수 있다? 매년 한반도보다 더 넓은 삼림이 파괴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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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스, 에볼라, 코로나19는 전 세계적으로 공포를 불러일으킨 전염성 높은 질병이다. 그런데 이 질병을 유발하는 바이러스들에는 공통점이 하나 있다. 3개 모두 울창한 열대 숲에 사는 야생동물로부터 유래되었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인간을 감염시키는 신종 바이러스의 75% 이상이 야생동물로부터 유래한다. 에이즈도 그중 하나다. 중앙아프리카의 야생 침팬지에서 시작된 에이즈는 매년 수십만 명의 사람을 죽이고 있다.

이런 질병들이 요즘 들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삼림 벌채와 관련이 깊다. 농작물을 재배하고 주거용 땅을 만들기 위해 삼림을 베어내고 태우면 서식지를 잃은 야생동물들은 더욱 좁은 지역으로 모여들게 된다.

코로나19와 같은 전염병이 요즘 들어 더욱 문제가 되는 것은 삼림 벌채와 관련이 깊다. ⓒ 게티이미지

그러면 더 많은 동물들이 전염성 미생물을 교환하게 되며, 새로운 변종이 생길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진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미국 스탠퍼드대학 연구진의 연구에서도 증명됐다. 로라 블룸필드 박사팀은 아프리카 우간다 서부 키발레국립공원 인근의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 자료 4년 치를 분석했다.

그 자료에는 삼림 피해 상황과 인간이 개간한 토지, 그리고 인간과 영장류 간의 접촉 상황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분석 결과 연구진은 삼림이 파괴될수록 인간과 특정 동물 간의 접촉 빈도가 크게 증가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인간은 자원을 채취하기 위해 삼림으로 더욱 깊숙이 들어가고, 반면에 동물들은 좁아진 영역에서 먹이를 구하기 위해 사람들이 사는 마을로 들어오는 일이 잦아지는 것이다.

삼림 벌채 10% 증가하면 말라리아 3.3% 증가

삼림 벌채는 지카바이러스, 니파바이러스, 말라리아, 콜레라 같은 질병을 확산시키는 역할도 한다. 실제로 지난해 발표된 한 연구에 의하면 삼림 벌채가 10% 증가할 경우 말라리아 환자는 3.3% 증가했다. 삼림의 파괴는 동물뿐만 아니라 인간에게도 똑같은 대가를 치르게 하고 있다.

코로나19 바이러스의 최초 근원으로 알려진 박쥐가 자신들이 지닌 바이러스를 퍼뜨린 이유 역시 삼림 벌채와 관련이 깊다. 평소 특별한 면역 체계를 지닌 박쥐는 삼림 벌채로 서식지가 훼손돼 스트레스를 받아 면역체계가 약해지면, 병원균을 억제하기 어려워지면서 바이러스를 배출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수많은 환경전문가들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삼림 벌채는 여전히 만연해 있다. 2016년 이후 줄어들고 있는 삼림은 연평균 28만㎢에 달한다. 한반도보다 더 넓은 삼림이 매년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브라질 서부에서 삼림 벌채가 행해진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사진. ⓒ public domain

그런데 최근 들어 ‘지구의 허파’인 브라질 아마존의 삼림 파괴가 더 심해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INPE)의 인공위성 자료에 의하면, 올해 1~3월 아마존 삼림 벌채 면적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51%나 늘어난 것으로 밝혀진 것.

아마존의 삼림 파괴가 급증한 이유는 코로나19로 단속이 소홀해진 탓이다. 브라질 정부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삼림 보호 업무를 하는 60세 이상의 공무원들에게 재택근무 명령을 내렸다.

브라질의 삼림 벌채가 이루어지고 있는 가장 큰 원인은 중국으로 수출되는 소고기 및 콩 등에 있다. 하지만 소고기를 적게 먹으면 농작물과 목초지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킬 수 있으며, 가공식품의 섭취를 줄이면 팜유의 수요가 줄어들게 된다. 팜유는 열대우림이 벌채된 토지에서 주로 재배된다.

팬데믹 겪지 않으려면 지속가능성 모색해야

2013년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한 연구에 의하면 지구의 인구가 증가하는 주요인은 개발도상국에서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젊은 여성 때문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 국가에서 여성들에게 더 나은 교육과 더 높은 사회적 지위를 부여하게 되면 인구 증가 속도가 줄어들게 되고, 그만큼 토지에 대한 필요성도 완화될 수 있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것도 삼림 벌채의 필요성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된다. 전 세계에서 생산된 음식의 30~40%는 쓰레기로 버려진다. 그밖에 농작물 수확량을 높일 수 있는 농업기술은 삼림 벌채를 하지 않고도 식량 공급을 증가시킬 수 있게 만든다. 특히 기후변화로 인해 잦은 가뭄이 예상됨에 따라 가뭄에서도 잘 자랄 수 있는 작물을 개발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미국 과학잡지 ‘사이언티픽 아메리칸’ 최신호에는 ‘팬데믹 멈추려면 삼림 벌채를 중지하라’라는 기사가 게재됐다. 이에 의하면 삼림 벌채와 전염병을 종식시키면 유엔의 17가지 지속가능한 개발 목표 중 6가지를 해결할 수 있다고 한다.

기아 해결, 양성 평등, 책임 있는 소비 및 생산, 지속가능한 농경지 관리, 건강한 삶, 기후변화가 바로 그 6가지다. 코로나19와 같은 팬데믹을 더 이상 겪지 않으려면 이제 장기적 관점에서 진정한 지속가능성을 모색해야 한다.

이성규 객원기자
yess01@hanmail.net
저작권자 2020-05-15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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