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장치료는 과거 사스(SARS)나 메르스(MERS) 같은 여러 신종 감염병이 유행했을 때 사용됐으며, 그중 일부지만 효과가 나타난 사례가 있습니다. 그러나 혈장치료는 아직 무작위로 대조하는 연구에서는 그 결과가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확실하게 치료 효과가 있다고 단정 지을 수는 없는 단계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혈장치료가 초미의 관심이 되고 있는 상황에서 ‘2020년 글로벌 바이오 콘퍼런스(GBC)’의 발제자로 참석한 최준용 연세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혈장치료 연구의 현황을 설명하며 이같이 말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주최로 7일부터 9일까지 사흘간 ‘첨단 바이오, 사람 중심의 가치창조’라는 주제를 가지고 개최된 이번 행사는 코로나19 방역 준수를 위해 온라인 형태로 진행됐다.
능동면역과 수동면역의 차이
‘코로나19 환자의 회복기 혈장 치료’에 대해 발표한 최준용 교수는 “혈장치료가 코로나19로 인해 최근 들어 주목을 받고 있지만, 회복 중인 감염병 환자에게서 확보한 혈장으로 다른 환자를 치료하는 시도는 이미 수백 년 전부터 사용되고 있는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회복된 환자에게서 발견되는 회복기 혈장은 코로나 바이러스에 맞설 수 있는 특이적 항체가 들어 있다. 따라서 해당 항체가 포함된 혈장을 다른 코로나19 환자의 정맥에 주입하면 치료에 도움을 주게 되는데 이를 ‘수동면역(passive immunity)’이라고 한다.
항체를 활용한 면역 치료는 항체의 발생 형태에 따라 보통 두 개로 나뉘는데, 수동면역의 경우 완치된 환자의 항체를 이용하여 다른 환자에게 주입함으로써 면역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반면에 병원체를 자신의 몸에 직접 주입하여 스스로 항체를 만드는 방법을 ‘능동면역’이라고 한다.
혈액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혈장이 중요한 이유는 항체는 물론 적혈구와 백혈구, 그리고 혈소판 등을 신체 모든 곳에 골고루 보내주기 때문이다. 이 같은 전달자 노릇을 하기 때문에 혈장은 면역 시스템의 핵심이라 할 수 있다.
이 같은 혈장의 기능을 이용하여 코로나19를 치료한 사례가 실제로 국내에서도 일어난 바 있다. 바로 행사의 발제자인 최준용 교수가 이끄는 연구팀이다. 이들은 지난 4월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두 명의 코로나19 중증환자들을 대상으로 회복기 혈장을 주입하여 완치시켜 주목을 받았다.

이처럼 이론적으로나 임상적으로나 코로나19를 치료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아지까지 혈장치료를 대대적으로 의료 현장에 도입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최 교수는 “아직 대규모의 ‘무작위 배정 임상시험(RCT, Randomized Controlled Trial)’으로 입증되지 않았기 때문에 혈장 치료가 확실하게 코로나19에 치료 효과가 있다고 결론을 내릴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RCT란 의료분야 신기술이나 신약에 대한 효능을 검증할 때 선입견이나 편견을 줄이기 위한 목적으로 수행하는 임상시험의 한 유형이다.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대상자들을 기술 및 신약 적용 여부에 따라 무작위로 두 집단을 나눈 후 결과를 비교한다.
RCT와 관련된 문제는 최근 미 식품의약국(FDA)이 긴급으로 승인한 혈장치료에서도 거론된 바 있다. 복수의 감염내과 전문가들이 혈장치료에 관한 RCT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서 치료 효과를 입증할 만한 임상적 근거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고 의견을 모은 것이다.
혈장치료제 사용이 혈장치료보다 안전성 높아
혈장이 신체에서 수송병 노릇을 한다면, 항체는 실제로 병원체와 싸우는 전투병 역할을 맡는다. 다만 전투병 역할을 하는 항체가 존재한다고 해서 모두 병원체와 잘 싸우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항체도 능력에 차이가 있어서 모두 병원체를 막는데 효과적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글로벌 제약사들은 항체 중에서도 가장 전투 능력이 뛰어난 항체만을 골라 가장 도움 되는 항체를 분리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그 이유는 전투력이 뛰어난 항체만을 골라 농축할수록 효능이 뛰어난 ‘혈장치료제(hyper immunoglobin)’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최 교수는 “혈장치료제를 사용하는 것이 혈장치료보다 안전성이 더 높다”라고 소개하면서 “혈장치료는 혈액형을 일일이 맞춰야 하고 수혈 과정에서 부작용의 위험이 나타날 수도 있지만 혈장치료제는 혈액형을 맞출 필요가 없고 투여 용량이 적어 별다른 부작용이 일어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의 설명처럼 혈장치료제는 코로나19 완치자의 혈장을 대량 수집한 후 이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혈장 속에 포함된 항체를 농축한 제품이다. 따라서 고농도의 항체가 일정하게 포함되어 있어서 혈장치료보다 안전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재 항체치료제 개발은 지난 7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승인된 국내 임상 1상 시험에 대해 결과를 분석 중이다. 또한 국내 임상 2상에 대한 임상시험계획을 식약처가 심사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효과와 안전성이 확인되지 않았으나 향후 상업화 시 신속한 공급을 위해 상업 생산은 이달 중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발표를 마무리하며 최 교수는 “중요한 점은 코로나19로부터 완치된 환자들로부터 혈장을 충분히 확보하는 것”이라고 언급하며 “혈장 기증자들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이를 바탕으로 혈장을 확보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과 함께 이를 적절히 배분할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마련되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 김준래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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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작권자 2020-09-10 ⓒ Science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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