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계를 이루는 12개의 기본입자와 이들 사이의 힘을 매개하는 4개의 입자 그리고 질량을 부여하는 입자까지 총 17개의 입자로 세상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 있다. 바로 표준모형(Standard Model)이다. 1970년대 ‘쿼크’를 시작으로 표준모형을 구성하는 입자가 하나씩 발견될 때마다 표준모형은 그 입지를 공고히 했고, 2012년 ‘신의 입자’라는 별명을 가진 힉스가 처음 발견됐을 때는 표준모형이 마침내 완성됐다며 과학계는 축제 분위기였다.
그런데 현대 물리학의 근간인 이 표준모형을 흔들려는 연구가 세계 곳곳에서 진행되고 있다. 표준모형이 기술하는 17개의 기본입자 이외에 새로운 입자가 존재할 수 있다는 강력한 증거들이 잇따라 제시되면서다. 과학자들은 ‘표준모형 너머(Beyond the Standard Model)’의 세상을 꿈꾸고 있다.
▲현대물리학의 정수인 표준모형은 우주를 이루는 12개의 기본입자, 이들 사이의 힘을 매개하는 4개의 입자 그리고 질량을 부여한 힉스 입자 등 17개의 입자로 세상의 모든 현상을 설명하는 이론이다. ⓒFlickr
표준모형을 사전에 검색해보면 다음과 같은 설명이 나온다. ‘전자기력, 약력, 그리고 강력을 고려하여 기본 입자들의 상호 작용을 설명하는 모형.’ 이 문장을 읽다 보면 어딘가 허전함이 있다.
우리와 가장 친숙한 힘인 ‘중력’이 빠져 있다는 점이다.
표준모형의 한계는 중력을 설명하지 못한다는 점뿐만이 아니다. 표준모형은 중성미자의 질량을 0이라고 예측한다.
지금까지 세 종류의 중성미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 카지타 다카이크 일본 도쿄대 교수와 아서 맥도날드 캐나다 퀸즈대 교수 연구팀은 이들 중성미자가 지구로 날아오는 과정에서 옷을 갈아입듯 다른 중성미자로 변하는 ‘중성미자 진동’ 현상을 관측했고, 이들은 이 연구로 2015년 노벨 물리학상을 받았다.
중성미자의 종류가 바뀌기 위해서는 질량이 0이어야 한다. 표준모형의 한계를 보여준 연구에 노벨상이 수여된 셈이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 “수십 억 년 전 과거를 관찰하는 망원경)
뮤온 입자의 자기모멘트도 표준모형의 한계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자기모멘트는 입자가 자기장에 반응해 회전하는 힘을 받는 정도를 말한다. 200여 명의 과학자로 구성된 공동연구진은 미국 페르미 국립연구소(페르미랩)에 설치된 지름 15m의 뮤온 저장링 장치를 이용해 강력한 자기장을 발생시킨 뒤, 그 속에서 뮤온 입자가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추적했다.
표준모형으로 계산한 g의 이론값은 2.00233183620. 그런데 ‘뮤온 g-2’ 실험 결과에서 측정한 g의 값은 2.00233184122였다. 소수점 여덟째 자리부터 숫자가 달라진다. 뮤온이 표준모형에서 예상한 것보다 더 빨리, 강하게 흔들린다는 뜻이다. 당시 실험의 신뢰도는 4.2 시그마로 과학적 발견의 기준인 5 시그마에는 미치지 못했다. 공동연구진은 올해 4월 뮤온 g-2 실험의 더 정확한 결과를 공개할 것으로 보인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 2023년에 주목할 과학 이벤트)
▲ 뮤온 g-2 실험의 핵심 장치인 뮤온 저장 고리 ⓒFermilab
암흑물질의 존재 역시 표준모형의 한계를 보여준다.
암흑물질의 존재를 보여주는 간접적인 증거는 많다. 은하계에서 별들의 공전 속도가 은하의 중심으로부터 거리가 멀어질수록 느려져야 하지만, 실제로는 중심에서 멀어서도 공전 속도가 비슷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또 다른 힘, 즉 암흑물질이 은하의 공전에 영향을 미친다는 증거다. (관련 기사 보러 가기 – 우주의 유령, 암흑물질을 찾아서)
하지만 암흑물질은 아직까지 실험실에서 실제로 관측된 적 없다. 암흑물질을 발견하게 된다면 표준모형으로 설명할 수 없는 새로운 증거를 찾게 된다. 다시 말해 표준모형을 대체할 새로운 이론이 쓰여 져야 한다는 의미다.
표준모형이 설명할 수 있는 물질은 우주 전체에서 고작 5%에 불과하다. 우주의 26.8%를 차지할 것으로 추정되는 암흑물질의 존재는 표준모형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표준모형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물리학자들은 여러 이론을 제시하고, 이를 실험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등장한 이론이 ‘대통일 이론(GUT, Grand Unified Theory)’이다.
하지만 대통일 이론은 아직 실험적으로 검증되지 않았다. 지구에서 입자를 가장 높은 에너지로 가속시킬 수 있는 장치인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가속기(LHC)조차 대통일이론을 검증하기에는 에너지가 턱없이 부족하다.
최근 국내 연구진이 대통일이론의 증거를 찾는 실험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고 물리학계 권위지인 ‘피지컬 리뷰 레터스(Physical Review Letters)’에 보고했다.
연구진이 탐색하는 것은 암흑물질의 후보로 거론되는 ‘액시온(Axion).’ 대통일이론 기반의 액시온 암흑물질을 발견하게 된다면, 대통일 이론을 지지할 수 있는 증거를 찾는 셈이다.
대통일 이론을 기반으로 예측한 액시온은 ‘DFSZ(Dine -Fischler-Srednicki-Zhitnitskii) 액시온’이라 불린다. 액시온은 강한 자기장과 만나면 빛(광자)으로 변하는데, 이를 단서로 1989년부터 전 세계에서 액시온 탐색 실험을 진행해왔다. 하지만 DFSZ 액시온 탐색은 실험의 난이도 때문에 미국 워싱턴대의 ‘ADMX(Axion Dark Matter eXperiment)’ 국제 공동 연구 실험이 유일했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 연구진은 각종 실험 매개 변수들을 최첨단 수준으로 끌어올리며 세계에서 두 번째로 DFSZ 액시온 탐색 실험에 착수했다. 액시온 검출 확률은 자기장이 클수록 높아진다. 연구진은 지구자기장의 30만 배에 이르는 12T(테슬라)의 자석을 설치했다. ADMX는 8T의 자석을 이용한다.
▲ 파란색 선은 DFSZ 액시온 모델에서 예측하는 값과 IBS 액시온 및 극한상호작용 연구단의 CAPP-12TB 실험이 얻은 값의 비율로 그 값이 1 이하면 해당 주파수 대역에서 액시온이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삽입된 그림의 빨간색 부분은 미국 ADMX 연구팀이 2017년부터 지금까지 탐색하여 제외된 구간이며, 파란색 부분(This Work)은 이번 연구에서 탐색 및 액시온의 존재 가능성이 제외된 구간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이번 연구에는 2022년 3월 1일부터 18일까지 진행된 실험 결과가 실렸다.
연구진은 1.1GHz(기가헤르츠) 주변의 주파수 대역에는 액시온이 없음을 확인했다. 현재의 액시온 탐색은 액시온이 이론적으로 존재할 것으로 추정되는 주파수 대역을 조사하여, 신호가 잡히지 않는 지역을 하나씩 지워나가는 식으로 진행된다.
교신저자인 고병록 IBS 연구위원은 “액시온이 발견되고, 이것이 암흑물질로 밝혀진다면 인류는 5%를 넘어 32%의 우주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며 “도전적인 우리의 연구가 장차 궁극의 물리 이론인 ‘모든 것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으로 향하는 디딤돌의 되길 기대해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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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박테리아'(항생제에 내성을 지녀 쉽게 제거되지 않는 세균)를 잡을 새로운 항생제를 발견하는 데 인공지능(AI) 기술이 사용돼 주목된다. 25일(현지시간) 영국 BBC와 가디언 등에 따르면 캐나다 맥마스터대와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연구진은 최근 과학저널 네이처 케미컬 바이올로지(Nature Chemical Biology)에 논문을 게재해 슈퍼 박테리아를 제거할 새로운 항생제를 발견했다고 밝혔다. 연구대상이 된 슈퍼 박테리아는 '아시네토박터 바우마니'(Acinetobacter baumannii)로, 세계보건기구(WHO)가 '치명적인(critical) 위협'으로 규정한 박테리아다.
위 조직에서 채취한 줄기세포를 췌장에서 인슐린을 만드는 베타 세포로 전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웨일 코넬 의대(Weill Cornell Medicine) 치료적 장기 재생 연구소(Institute for Therapeutic Organ Regeneration)의 재생의학 전문의 조 주(Joe Zhou) 교수 연구팀이 위 조직에서 채취한 성체 줄기세포를 재프로그램(reprogram) 해 췌장의 인슐린 생산 베타세포와 매우 흡사한 세포로 분화하는 데 성공했다고 메디컬 익스프레스(MedicalXpress)가 29일 보도했다. 위 조직에 있는 특정 줄기세포에 췌장의 베타세포 생성 유전자 발현에 관계하는 3개 전사인자(transcription factors)를 주입한 결과 베타세포의 기능을 수행하는 유사 베타세포로 전환했다고 연구팀은 밝혔다.
국내 연구진이 미세플라스틱 크기가 작을수록 체내에 더 쌓이고, 독성 또한 강해져 심장 기형 등을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25일 한국생명공학연구원에 따르면 환경질환연구센터 정진영 박사 연구팀은 이 같은 사실과 함께 미세플라스틱과 발암물질이 결합해 복합적인 독성을 갖게 된다는 사실을 규명했다. 연구팀은 0.2·1.0·10㎛(마이크로미터·100만분의 1m) 크기 미세플라스틱과 발암물질의 하나인 벤조안트라센(BaA)을 제브라피시에 노출했고, 미세플라스틱 입자가 작을수록 심장 기형 유발 등 BaA의 독성 영향이 커지는 것을 확인했다.
40세 미만이라도 건강검진 때마다 대사증후군 진단을 받는다면 갑상선암 발병 고위험군에 속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가톨릭대 여의도성모병원 내분비내과 권혁상 교수와 숭실대 한경도 교수 공동 연구팀은 2009∼2013년 국가건강검진을 4회 이상 받은 20~39세 120만4천646명을 대상으로 5년을 추적 관찰한 결과, 대사증후군 누적 진단이 많을수록 갑상선암 발병 위험도가 높아지는 연관성이 확인됐다고 29일 밝혔다. 갑상선암은 과잉 진단 논란이 있었던 2015년 이후 비슷한 검진율에도 불구하고 젊은 성인의 발생률은 지속해 증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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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연구진이 안정적이고 부작용이 적으면서 수술 후 전이·재발을 막을 새로운 형태의 암 치료 백신 개발 가능성을 열었다. 한국연구재단은 울산대 진준오 교수 연구팀이 암세포에서 얻은 표면 단백질을 항원으로 이용한 지질 나노입자(AiLNP)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25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