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충기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조교수
지난 여름 또한 폭염, 가뭄과 같은 기상 이변이 전 세계에서 일어났다. 이젠 ‘역대급 폭염’, ‘몇 년이래 최악의 가뭄’이라는 단어를 매년 듣는 것은 일상이 되어버린 듯하다.
현 상황을 극복하기 위한 우리의 노력은 이제 선택이 아닌 생존을 위한 의무인 것으로 보인다. 이런 노력의 일환으로 온실가스 배출이 없는 청정에너지원의 개발 역시 큰 주목을 받고 있다. 핵융합에너지는 자연이 선택한 궁극의 청정에너지원이며, 이를 활용하기 위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미래 청정에너지원으로서 핵융합에너지에 대해 간단히 소개하고자 한다.
우리가 매일 보는 태양은 어떻게 열을 발생시킬까? 바로 핵융합 반응을 통해서다. 밤에 보는 별들 역시 핵융합 반응을 통해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이처럼 핵융합은 자연이 선택한 에너지원이다. 여기서 핵융합 반응은 말 그대로 두 원자핵이 합쳐지는 반응을 뜻한다. 철 원자핵보다 가벼운 원자핵들은 핵융합 반응 후 질량이 조금 줄어들게 된다. 이렇게 발생한 질량 결손은 아인슈타인의 그 유명한 E=mc2 공식을 통해 에너지 발생으로 연결된다.
이 때 발생되는 에너지 역시 엄청나다. 수소의 동위원소인 중수소와 삼중수소간의 핵융합 반응을 이용하는 경우 연료 1g당 약 3500억J에 해당하는 에너지가 생성된다. 참고로 석유는 1g당 약 4만J의 에너지를 발생시킨다. 핵융합 에너지는 다른 어떤 에너지원보다 단위 질량당 발생되는 에너지 크기가 큰 에너지원이다.
이런 핵융합 반응을 우리가 자유자재로 일으켜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 이는 지구에 인공 태양 또는 별을 만드는 일이다. 이 자체가 멋진 일이기도 하지만 핵융합에너지는 이외에도 많은 장점이 있다. 핵융합에너지는 온실가스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에너지원일 뿐 아니라 안전하고 주위환경과 관계없이 일정한 에너지 생산이 가능하여 기저 부하 (base load)로도 이용가능하다. 또한, 수소의 동위원소를 이용한 핵융합 반응을 활용한다면 핵융합을 위한 자원은 물로 이 역시 무한하다 할 수 있다. 이런 여러 장점들 덕분에 핵융합에너지는 궁극의 에너지원으로 여겨진다.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반응에 참여하는 두 원자핵이 합쳐질 수 있도록 아주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해야 하는데, 두 원자핵 모두 양의 전하를 띄고 있어 두 원자핵 사이에 쿨롱 척력이 존재하고 이를 극복하고 아주 가까운 거리까지 접근하기 위해서는 원자핵들의 에너지가 아주 커야 한다. 이 때문에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기 위해서는 1억도 이상의 높은 온도가 요구되고. 보통 기체가 아닌 이온화된 가스들의 집합체인 플라즈마 상태에서 핵융합 반응을 일으키게 된다.
이런 고온의 상태를 견딜 수 있는 재료는 없기에 1억도 이상의 고온 플라즈마는 핵융합로에는 닿지 않은 채로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야 한다. 즉 핵융합 에너지 발생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고온의 플라즈마를 핵융합로 벽에 닿지 않은 상태로 안정적으로 유지시켜야 한다. 이 경우 플라즈마와 벽 사이에 엄청난 온도 또는 압력 구배(기울기)가 생기고 자연은 이런 구배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플라즈마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
또한 고온의 플라즈마로부터 방출되는 높은 열속(heat flux)과 입자속(particle flux)을 견디는 재료 개발 역시 큰 공학적 문제이다. 이와 같이 핵융합에 요구되는 높은 에너지로 인해 생기는 여러 과학적, 공학적 문제들 때문에 핵융합 에너지 개발 및 상용화는 지체되어왔다. 하지만 많은 연구자들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핵융합에너지 개발에 필요한 물리적 이해와 공학기술은 진일보를 거듭하였고 점차 물리연구의 영역에서 실제 발전을 위한 공학연구의 영역으로 전환하는 시기에 가까워지고 있다.
핵융합에너지의 물리적, 공학적 기술 실증을 위해 세계 여러 국가들 (한국, 미국, 러시아, 유럽연합, 중국, 인도, 일본)이 참여하는 국제 핵융합 실험로 (ITER)의 완공이 수년 내로 이루질 것으로 보인다. ITER에서는 핵융합 반응을 통해 생성된 에너지로 플라즈마의 온도를 유지하는 소위 연소 플라즈마를 생성하고 유지하는 실험이 수행될 것이며, 이를 통해 핵융합 에너지에 대한 물리적 실증이 이루어지게 된다. ITER 실험의 성공은 핵융합에 의한 전기 생산 실증을 위한 실증로(DEMO)의 건설과 실제 핵융합 발전로의 건설로 이어질 것이며, 이는 2040-2050년경에 이루어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ITER와 같은 정부주도의 핵융합 연구와 더불어 민간 주도의 핵융합 연구 역시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2022년 현재 전 세계적으로 30개 내외의 핵융합 startup 기업들이 창립되었으며 이들의 펀딩 규모는 약 7조원에 이른다. startup 수 및 펀딩규모 또한 계속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는 핵융합에 대한 기대가 그만큼 크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미국의 Commonwealth Fusion System (CFS)와 영국의 Fusion Energy등을 들 수 있다. CFS는 고온초전도체를 바탕으로 2030년경 상용로를 제작하여 핵융합을 통한 전기 공급을 목표로 하고 있으며 Tokamak Energy도 고온초전도 자석 및 구형토카막을 기반으로 2030년경 전기 생산이 가능한 핵융합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같이 핵융합 startup들은 2030년경에 핵융합 발전 상용화라는 공격적인 목표를 향해 활발한 연구를 추진하며 핵융합 연구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국내 연구진도 핵융합 발전을 주도할 수 있는 세계적인 역량을 갖추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가 자랑하는 세계적인 핵융합 장치인 KSTAR에서 고온 핵융합 플라즈마를 일정시간 안정적으로 운전하는데 성공하였고 결과의 중요성을 인정받아 네이처 본지에 게재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우리나라의 앞선 핵융합 플라즈마 운전 및 제어 기술을 보여준 것이다.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 운전 경험을 통해 핵융합 발전시 전력 변환을 위해 필요한 계통시설 건설 및 운영에 필요한 공학기술에도 강점을 가지고 있다.
KSTAR 건설 경험이 있는 국내 연구진들은 ITER 건설 역시 주도하고 있다. 아직 국내에는 핵융합 startup이 창립되지 않았지만, 국내 연구진이 핵융합 분야에 가지고 있는 이러한 강점들을 십분 활용한다면 핵융합 startup 탄생은 시간문제일 것이다. 핵융합이 실제 발전을 위한 공학연구로 전화하는 시기인 지금부터가 핵융합 발전기술 확보를 위해 중요할 것이다. ITER가 중심이 되는 정부 주도의 연구와 더불어 좀 더 혁신적인 민간 주도의 핵융합 연구가 국내에서도 이루어져 더 현실에 가까워진 핵융합 발전 실현이 국내주도로 이루어졌으면 한다.
성충기 한국과학기술원 원자력 및 양자공학과 조교수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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